구독자😁 잘 있었어? 2024년이 밝았다! 다시 한 번 새해 복 많이 받아!
새해에 새롭게 도전하는 일 있어? 새로운 곳으로 이동할 계획이 있는 친구도 있을 텐데 사실... 나도 그래! 나도 영국으로 다시 갈 계획을 세우고 있어 ㅎㅎㅎ 오래 있었으니 돌아가더라도 만날 친구들이 있어서 마음이 놓여. 근데 혹시나 영국에 처음 가서 새로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면? 방법 하나 추천할게. 이미 제목에서 봤듯이 그건 바로 하우스 파~티🎉🏠
친구의 친구가 친구가 되는 순간 - 하우스 파티
런던에서는 집세가 워낙 비싸서 하우스 쉐어가 흔해. 근데 하우스메이트(같이 사는 사람들)끼리 친하면 그 집에서 종종 다같이 파티를 열기도 해. 각자의 친구들을 부르고 분위기 좋은 음악을 틀고 하하호호 소셜라이징을 하는 거지. 초대받았다는 건 한 명이라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거잖아. 좀더 안전한 분위기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인 거야. 그야말로 친구의 친구가 친구가 되는 거지. 혼자 간다면 어색할 수도 있지만 하우스파티에 오는 이상 다들 오픈마인드로 오는 거라 막상 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말문을 틀 수 있는 편이야. 그리고 영국집은 형광등이 아니라 노란 조명이 디폴트야. 난 이게 되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 노란 조명에, 푹신한 카페트, 음악이 흐르면 이 분위기 자체만으로 이미 긴장이 풀리지 않겠어?😙🛋️🍹
나는 보통 하우스파티에 초대되면 초대한 친구한테 뭐 가져갈 거 없냐고 물어봐. 디저트나 술을 사갈 때가 많은데 나같은 경우 가끔 마트에서 파는 꽃다발도 하나 가져가기도 해😆 하우스 파티에서는 보드게임을 할 때도 있고 그냥 술 마시며 수다를 떨거나 흥이 넘치면 다같이 춤을 추기도 해. 한국에서는 바로 컴플레인이 들어와서 하기 드문 고성방가를 신나게 하게 되지.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즈음엔 다들 발그레 취해서는 낯가림 없이 여기저기서 얘기를 나누고 있어. 말이 좀 통하면 인스타그램을 교환하기도 하지. 나는 이런 식으로 제법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어.
하우스파티에 눈을 뜬 날: 2014년 12월 31일
때는 바야흐로 10년 전이야! (벌써 10년이라니🥹) 2013년 가을 영국에 간 이후로 드디어 풀타임 디자이너로 영국사회에 발을 디뎠을 때였어. 당시 친하게 지내던 회사 동료 안나가 페이스북으로 이벤트에 초대했어. 안나 생일이 마침 12월 31일이고 신년도 맞이할 겸 안나네 집에서 파티를 연다는 거야. 그때까지만 해도 페이스북에서 이벤트 페이지를 만들어서 하우스파티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어. 페이지에는 형광색 에어로빅복을 입은 사람들이 일렬로 서있는 이미지와 함께 다음과 같은 설명글이 써있었어.
하우스메이트 5명 중 3명이나 생일이 비슷하다니! 하우스 파티를 열 수 밖에 없겠더라! 게다가 이렇게 친근한 초대장에 형형색깔 튀는 옷이라니! 단번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쳤어. '여긴 꼭 가야겠다🤩'
파티 당일 나는 헤어밴드를 하고 키치한 자켓에 스타킹, 반바지를 입었어. 그때 영국에 놀러와 있던 한국 친구랑 같이 안나네 집을 찾아갔어. 호스트 5명이서 각자 친구들을 부른 거니까 한 40명은 모인 것 같더라! 안나네 집은 2층집이었는데 1층에서 파티가 이루어졌어. 1층에 부엌과 거실 그리고 뒷마당까지 있어서 아늑하면서도 동선이 제법 여유로웠어. 호스트들은 칵테일을 만들거나 맥주를 대접하고 있었어. 거실에서는 손님들이 한 손에 잔을 들고 소파에 앉거나 서서 춤을 추며 얘기 중이었어. 뒷마당에서는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안나는 나와 내 친구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우리는 낯을 가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처음 맞는 하우스 파티 분위기에 흡수되어버렸어😍 안나의 남자친구 에이든은 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마침 내 친구도 한국에서 석사과정 중이었어. 근데 둘이 공통으로 알고 있는 학자의 책이 거실에 있었나봐. 내 친구가 짧은 영어로 그 사람에 대해 안다고 하자, 에이든은 그 사람이 자기의 '지적인 아이돌'이라고 했대. 내 친구는 그 말이 너무 인상 깊었다고 하더라.
모두를 환영하는 친근한 분위기여서 내가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는데도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었어. 다함께 활짝 웃으며 새해 카운트 다운도 했지. 내 친구는 자기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어. 나도 그때를 계기로 하우스 파티에 맛들려버렸지 뭐야~ 하우스 파티란 정말 재밌는 거구나🤩
수수파티 2017-2019
모든 것이 서툴던 나는 어느덧세월이 흘러 런던에서 집다운 집에 살게 되었어. 하우스메이트는 친구 단 한 명에, 거실과 발코니까지 있는 집이었어. 가만 보니 파티를 열어볼만 하겠는거야. 여기서는 생일 기념 하우스 파티가 흔해서 많이 참석했었는데 이참에 나도 내 생일선물 뻔뻔하게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마침 내 생일은 12월 말이라서 안나처럼 연말파티 겸으로 해도 재밌을 것 같았어.
두근거리며 페이스북에 이벤트 페이지를 만들었고 친구들 12명 정도를 초대했어. 안나가 한 것처럼 드레스 코드와 신나보이는 이미지를 넣었지. 이제는 내가 호스트를 할 수 있게 되다니! 너무 감격스러웠어. 그렇게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연말마다 수수파티를 열었어. 하우스메이트는 그때마다 부재중이었고 어차피 내 친구들만 초대한 거라 내가 다 준비해야 했어. 특히 가장 마지막에 연 2019년 파티는 가장 공들였던 파티였어. 2020으로 넘어가는 게 굉장히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기술의 발전과 관련된 영상을 편집하고, 파티 타이틀 애니메이션까지 만들었지. 친구에게 빔프로젝터를 빌려서 한쪽 벽에 그 영상을 틀어놓고 파티용으로 선곡한 플레이리스트를 친구에게 빌린 스피커로 틀었지. 새해 카운트다운을 위해 손님수에 맞춰 폭죽도 준비하고 케이크에, 2020 숫자초까지 샀어. 거실 한쪽 벽에는 이니셜 풍선을 사서 'Soo Soo Party'라고 붙여놓았고 손님들끼리 어색할 수도 있으니 보드게임 두 가지도 준비해놓았지. 또 러쉬에 다니고 있던 때라 회사에서 주워온 제품들을 개별포장해서 웰컴선물로 바구니에 담아놓았어. 이렇게 정말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혼자 정신없이 준비했지뭐야~! 근데 이 과정이 너무 재밌는 거야. 계속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아예 구글 문서에 적어놓고 준비했지.
파티 당일, 초대한 친구의 친구들까지 오는 바람에 역대급으로 많은 손님들이 왔어. 친구의 남자친구, 친구의 하우스 메이트들, 친구의 학교 친구들 등... 한 18명이 2명이서 사는 아파트에 놀러와서 왁자지껄 놀다가 갔지. 이때 유튜브를 만들고 있던 때라 사실 브이로그 영상도 있어..ㅋㅋㅋㅋ 영어로 나레이션을 해본 거라 부끄러워서 영상을 숨겼다가 열었다가 난리지만 한 번 공유해본다🙈
당분간 파티 호스팅은 No, 참석은 Yes
그런데 막상 파티를 3년 연속으로 주최해보니까... 더 이상 못하겠더라🤣 3년 다 나홀로 파티를 준비하다보니까 너무 힘들더라고! 서로 소개해주랴, 분위기 띄우랴, 술 대접하랴, 오는 길 안내하랴... 혼자 해야할 게 너무 많은 거야. 파티 전 초대장을 보내며 손님들의 마음을 미리 들뜨게 하는 것, 손님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 자체는 너무 재밌었어. 하지만 손님으로 왔을 때와 달리 파티 내내 파티를 책임지고 진행하느라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어.
다음에 파티를 하게 된다면 나 혼자서는 절대 하고 싶지 않고 몇 명과 함께 역할을 나눠서 해보고 싶어. 아니면 한 5-6명 정도만 초대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정도가 딱~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겠더라! 😂
다시 영국에 가면 당분간은 파티 게스트로 열심히, 신나게 놀러다니고 싶어! 한국도 요즘엔 브라이덜 샤워, 파자마 파티 등 방 잡고 파티를 좀 하는 것 같던데 이런 하우스 파티는 흔하지 않은 것 같아. 아무래도 타인에게 피해 주는 걸 미안해하고, 이웃소음에도 민감한 문화 특성상 드물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나중에 영국에 가게 되거든 꼭 한 번이라도 가보길 바라! 긴장의 끈을 놓고 실실 웃으며 친구의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는 그 경험, 해볼만해! 👍🏻
그럼 다음주에 또 다른 이야기로 돌아올게~! 이번 한 주 잘 보내🥳
2024년 1월 7일 일요일
수수로부터
(*친구들 실명은 가명으로 바꾸었습니다.)
혹시 런던에 살 예정? <런던 생생정보통> 한 번 읽어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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