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계가 민첩성과 성과의 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체계’라는 말을 들으면, 대기업의 딱딱한 프로세스(실제로 그렇게 딱딱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지만), 느린 의사결정, 복잡한 절차를 떠올리곤 해요. 유연하지 않고, 정치적이라는 표현도 많이 사용되는 것 같고요. 

하지만 체계라는 말은 특정 형태나 상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작동하는 방식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그 방식은 지향하는 조직의 모습(일 하는 방식), 현재의 상태(성장 단계, 역량, 런웨이), 궁극적인 목표(비전)과 같은 것에 따라 달라질 수 있죠. 

즉, 특정 형태나 상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오히려 계속 변화하는 것이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어요. 

오늘은 체계와 관련된 두 가지 오해(가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하나는 성과이고, 하나는 민첩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먼저, 체계란 정확히 무엇일까? 

많은 기업들, 특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거나 성장한 기업의 리뷰를 보면 시스템,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같이 체계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 표현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다 맞는 표현이기도 하고요. 

저는 체계를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바라보며, 체계를 세 가지 구성 요소로 나눠서 이해해요.

바로 구조, 프로세스, 문화예요. 

구조란 조직의 역할과 책임을 정렬하는 요소예요. 

기본적으로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한 조직 구조를 의미하고, 그 안에서 흔히 사업부제(목적조직), 기능조직, 매트릭스 등 다양한 형태로 구분될 수 있어요. 

이 안에서 조직의 의사결정 위계, 역할과 책임이 구분돼요.

프로세스는 조직이 작동하는 방식을 정의하는 요소예요. 

어떤 순서에 따라, 어떤 사이클로, 어떤 산출물(기획안, 대시보드 등)로 조직이 작동할 것인가를 담고 있어요. 

핵심적인 업무의 수행 프로세스, 의사결정 프로세스, 정보의 흐름, 목표와 성과의 관리 프로세스가 여기에 속할 수 있죠. 

문화는 원칙이며, 조직을 조직답게 만들어 주는 요소예요. 

구조와 프로세스를 아무리 잘 설계하더라도 빈틈이 있을 수 있고(한편으로는 있어야만 하고), 회색지대가 발생할 수 밖에 없어요. 예상치 못한 상황과 결과가 발생할 수 있고요. 그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문화예요. 

정해지지 않은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는 게 문화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이 세 가지 구성요소는 서로 상호작용하며 조직의 체계를 구성해요. 

구조는 프로세스가 정의될 범위를 설정하고, 프로세스는 구조가 작동하는 방식을 정의해요. 그리고 구조와 프로세스는 문화를 형성하고, 문화는 구조와 프로세스가 현실에서 어떻게 실행될지 결정하죠. 

✌🏻 체계에 대한 두 가지 오해 

체계에 대한 오해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성과와 민첩성 두 가지 주제에 대한 가정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각 가정을 왜 가지게 되었는지, 실제로도 그럴지, 오해를 풀기위해 가져야 하는 다른 관점에 대해 이야기해 볼 거예요. 

가정 1️⃣ : 체계는 진정한 성과(매출 혹은 이익)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 그렇게 생각할까? 

매출은 매출을 만들어 내는 활동을 통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지 체계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동시에 부지런히 발로 뛴다면 그 활동들을 모두 효과적으로 정의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혹은 관리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죠.

실제로는 어떨까? 

현재 시점 혹은 단기적으로는 이 생각이 맞을 수 있어요. 특히, 활동의 결과로 성과(매출 혹은 이익)가 발생하는 과정이나 소요되는 시간이 짧을수록 그렇죠.

하지만 점차 성과를 만들어내는 활동이 늘어나고 이해관계가 복잡해질수록, 관리자가 파악해야 하는 정보는 많아지고, 판단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질 거예요. 당연히 의사결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지연될 것이며, 급하게 얻은 정보들로 내린 의사결정이 효과적일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죠. 

가정 2️⃣ : 체계는 의사결정을 느리게 만들고, 기민한 대응을 어렵게 한다. 

왜 그렇게 생각할까?

체계가 있으면 여러 단계의 승인 프로세스와 허례허식의 문서 작업 등이 필요해지고, 이로 인해 의사결정과 실행이 지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또한, 지켜야만 하는 규칙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한 대응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하죠. 

실제로는 어떨까? 

의사결정을 안건이 올라온 순간, 그 자리에서 결정한다고 빠르다고 생각할 수는 없어요. 단지 조급한 의사결정일 수도 있어요. 혹은 실제로 안건이 올라올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어요. 해당 의사결정을 가장 잘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역할과 책임의 범위, 원칙과 기준, 불투명한 정보의 공유는 모두가 계속해서 사람을 찾아헤매게 만들어요. 누가 의사결정할 수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의사결정 해야 하는지,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와 같은 것들이죠.

이 과정에서 누군가 ‘빠르게’ 움직이고, 누군가 ‘빠르게’ 답변해 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정말 빠르다고 해야 할지, 그저 분주하다고 해야 할지는 조금 더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 필요한 관점의 변화 

체계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사실 두 가정 모두 체계에 대한 동일한 전제를 가지고 있어요. 그렇기에 가장 먼저 체계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해요. 

체계는 조직 차원에서 목표 달성에 활용할 수 있는 도구세트로 바라봐야 해요. 즉, 성과를 달성하는 도구이고,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이고, 더 빠르게 기회와 리스크를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인 것이죠. 

따라서 ‘체계가 성과 달성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은 조금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는 ‘우리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체계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라고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목표와 성과에 대한 관점의 변화

만약 체계를 조직 차원에서 목표 달성에 활용할 수 있는 도구세트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면, 목표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앞서 체계에 대한 첫 번째 오해는 성과에 대한 이야기였고, ‘진정한’ 성과로 매출 혹은 이익에 대해서 이야기했어요. 체계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경영진)들의 업무 성과는 무엇으로 정의해야 할까요? 

물론 궁극적으로는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겠지만, 대부분의 경영진이 직접 매출을 발생시키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면 그들의 성과는 매출을 내는 사람들이 더 잘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을 것이고, 체계는 그 환경의 일부를 차지하게 될 거예요.

빠름과 기민함에 대한 관점의 변화 

마지막으로 속도에 대한 이야기예요. 어제 할 수 있었던 결정을 지금하는 거라면, ‘지금’ 결정하는 것을 ‘빠르다’고 할 수는 없겠죠. 

진정한 빠름은 ‘결정을 빠르게 내리는 것’이 아니라, ‘결정이 가능한 상태를 미리 만들어 두는 것’에 있다고 생각해요. 누가, 어떤 정보를 바탕으로, 어떤 기준으로 의사결정할 것인지 명확하다면, 사람과 사람, 그리고 팀과 팀, 조직 위계의 위와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모두 향상시킬 수 있을 거예요. 

물론 모든 것을 정해둘 수는 없을 거예요. 그래서도 안되고요. 만약 그렇게 해버린다면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 오해는 더 강해지게 될 거예요. 혹시나 체계를 만들어나가면서 이렇게 하고 싶은 욕구가 든다면, 필요한 관점의 변화에 작성한 첫 번째 항목(체계는 목표 달성에 활용할 도구세트)을 기억해 주세요! 

오늘은 체계와 관련해 흔하게 존재하는 오해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 봤어요. 

체계 그 자체는 사실 나쁜 것이 아니지만, 어쩌면 쉽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쁜 체계를 만들거나, 체계를 나쁘게 운영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사실 체계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일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다음 콘텐츠에서는 체계가 필요한 진정한 이유(라고 생각하는)인 전략과 체계의 관계에 대해서 다뤄보려고 해요. 전략과 체계는 깊게 관련되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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