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1 Vol.73
0. 들어가며
평가의 계절, 리더와 팀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흐릅니다.
지난 몇 달간의 성과가 하나의 등급으로 압축되고, 그 결과는 보상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예상치 못한 ‘서프라이즈’가 된다면,
그 평가는 과연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송민호 디렉터는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말합니다.
HR의 거의 모든 영역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단단한 철학을 쌓아온 그는,
진정한 평가란 어느 날 갑자기 내려지는 심판이 아니라,
꾸준한 소통과 피드백을 통해 이미 서로가 알고 있던 결과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기업부터 인터넷 전문은행, 그리고 여러 스타트업까지.
변화무쌍한 조직들 속에서 그가 발견한 ‘사람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법’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시행착오 속에서 그가 길어 올린 리더십과 성과 관리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1. ‘HR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의 ‘HR 디렉터’가 되기까지
송민호 디렉터의 커리어는 ‘HR’이라는 한 우물을 깊고 넓게 파고든 여정이었다. HRD(인재개발)로 시작해 채용, 인사기획, 운영까지, 그는 조직이라는 유기체가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거의 모든 혈관을 직접 만지고 경험했다. 특히 그의 여정이 흥미로운 점은, 이제는 그 자신이 HR 담당자들을 위한 솔루션 ‘그리팅’을 만드는 회사의 HR 디렉터가 되었다는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조직의 심장부로 들어온 그의 이야기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진솔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Q. 대기업, 인터넷 전문은행, 그리고 여러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조직을 경험하셨습니다. HR이라는 한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오셨는데, 그 시작과 과정이 궁금합니다.
제 커리어의 시작은 교육학이라는 전공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HRD(인재개발)였습니다. 대기업 계열사에서 5년 반 동안 일하며 운 좋게도 HR의 거의 모든 영역을 빠르게 경험할 수 있었죠. 잘 갖춰진 시스템 안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지만, 어느 순간부터 강한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저만의 HR 시스템을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었습니다.
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당시 막 출범했던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로 이직했습니다. ‘새로운 은행’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죠. 실제로도 ‘기존에 없던 영역을 만들어가는 조직’답게 다양한 새로운 시도들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금융과 IT라는 기존에 접해보지 못했던 산업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금융업이라는 특성에서 오는 규제와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니즈를 고려할 수 밖에 없었기에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는 경험'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그때 확신했습니다. 제가 진짜 원하는 무대는 스타트업이라는 것을요.
Q. 그리고 마침내 ‘두들린’에 합류하셨습니다. 수많은 스타트업 중에서도 HR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에 합류하신 계기가 매우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네, 두들린과의 인연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HR 업무를 담당할 때, 현재 두들린이 서비스하고 있는 채용관리 솔루션 '그리팅'의 초기 고객으로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러던 중 좋은 기회가 닿았고, 단순히 솔루션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 제가 고객으로서 가졌던 생각들과 HR 담당자로서의 전문성을 제품과 조직의 성장에 직접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에 합류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저희 팀과 저희 회사의 조직 문화 자체가 저희 제품의 가장 강력한 ‘쇼케이스’가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일하고 있고,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이런 기능을 만들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제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2. 모든 리더십은 ‘진정성’이라는 신뢰에서 출발합니다
‘진심’과 ‘진정성’. 때로는 너무나 당연하게 들려 그 무게를 잊기 쉬운 단어들이다. 하지만 송민호 디렉터는 이 두 단어야말로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근본적인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그에게 리더십이란 화려한 스킬이나 카리스마가 아닌, 조직과 구성원을 대하는 마음가짐 그 자체에서 비롯된다. 예측 가능한 행동으로 믿음을 주고, 일이 되게 만드는 방향을 끝까지 고민하는 모습. 그가 과거의 리더에게서 배웠고, 또 지금의 팀원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리더십의 본질은 바로 이 ‘진정성’이라는 단단한 땅 위에 서 있었다.
Q. 리더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으로 ‘진심과 진정성’을 꼽아주셨습니다. 이 철학이 실제 리더십에서 어떻게 발현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리더가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신뢰는 리더의 ‘진심’에서 나온다고 믿어요. 진심을 다하는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줍니다. ‘우리 리더는 이런 상황에서 이런 기준으로 판단할 거야’라는 믿음이 생길 때, 구성원들은 비로소 리더를 따를 수 있게 되죠.
제가 이 원칙의 힘을 깨닫게 된 것은, 과거에 존경했던 한 리더분을 통해서였습니다. 그분은 단순히 뛰어난 실력자를 넘어, 일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진심이셨어요. 어떤 어려운 문제가 닥쳤을 때, 안 되는 이유를 찾기보다 ‘어떻게든 일이 되게 만드는 방향’을 끝까지 고민하고 실행해내는 모습을 보여주셨죠. 단순히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제가 그런 태도와 마인드셋을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가르쳐주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아, 저것이 바로 일을 대하는 진정성이구나. 저런 리더와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겠다’는 깊은 신뢰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Q. 그렇다면 그 ‘진정성’이라는 철학을 디렉터님 스스로는 어떻게 실천하고 계신가요?
저 역시 그 리더분께 배운 것처럼, 구성원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 단순히 “이제부터 이렇게 하세요”라고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제도는 이런 취지로 만들어졌고, 이것이 여러분 각자에게, 그리고 우리 팀 전체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라고 배경과 의도를 충분히 설명합니다. 이것 또한 조직 운영에 대한 저의 진심을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제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제가 만든 원칙을 스스로 어기는 것입니다. 팀원들에게는 지키자고 약속해놓고, 정작 저 자신은 그 원칙에서 예외가 되려고 하는 순간 모든 신뢰는 무너집니다. 제가 정해진 약속과 시스템을 존중하고 따르는 모습을 보여줄 때, 비로소 구성원들도 그 원칙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평가는 서프라이즈가 아니라, 과정에 대한 확인이어야 합니다
‘평가’라는 단어는 리더와 팀원 모두에게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평가의 결과는 보상으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오가는 피드백은 때로 날카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송민호 디렉터는 평가의 본질이 과거에 대한 심판이 아닌, 미래의 성장을 위한 소통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에게 있어 가장 이상적인 평가는,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드는 성적표가 아니라, 평소에 나눴던 수많은 대화들을 차분히 확인하고 정리하는 시간이다.
Q. 평가와 보상을 분리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계십니다. 평가가 보상과 직접 연결될 때 어떤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보시나요?
평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성장’을 돕는 것인데, 그 목적 자체가 흐려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평가 결과가 내년 연봉과 직결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구성원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개선 방향을 찾기보다는, 어떻게든 자신의 성과를 방어하고 포장하는 데 집중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평가는 성장을 위한 건설적인 대화가 아니라, 보상을 위한 ‘협상’이나 ‘방어전’으로 변질되어 버리죠.
저는 평가라는 행위 자체가 구성원이 ‘내가 이 조직 안에서 얼마나 기여하고 있고, 앞으로 무엇을 더 잘하면 좋을지,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아는 장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보상은 그 결과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어야 하고요. 그 순서가 뒤바뀌면 평가 제도의 본질 자체가 흔들리게 됩니다.
Q. ‘서프라이즈 없는 평가’를 만들기 위해, 리더는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에 꾸준히, 그리고 자주 소통하는 것입니다. 평가 시즌에 처음으로 “사실 지난 분기에 이런 점이 아쉬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최악의 피드백입니다. 저는 평소 원온원이나 상시 미팅을 통해 현재 업무 상황과 기대 수준에 대해 끊임없이 얼라인(align)하는 것이 평가의 90%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 평가 면담은 새로운 사실을 통보하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가 지난 몇 달간 이야기해왔던 것처럼, 이번 평가에서는 이런 결과가 나왔네요. 이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에서는 무엇을 더 해볼 수 있을까요?” 라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평가의 핵심은 결과에 대한 ‘납득’입니다. 평소 투명한 과정을 통해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결과를 확인시켜 줄 때, 비로소 구성원들은 평가를 성장의 발판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아무리 과정을 잘 관리해도 결국 최종 등급이나 결과에 대해 구성원이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을까요?
물론 그런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납득’을 위한 마지막 장치로, 평가 결과에 대한 명확한 근거 제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단순히 "이번 평과 결과는 이렇습니다"라고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부분에서는 우리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훌륭한 성과를 보여주셨지만, 저번 원온원 때 이야기 나눴던 이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다음에는 이런 부분을 좀 더 보완해보시면 더욱 성취와 성장을 이루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와 같이 구체적인 사실과 이전에 나눴던 대화를 근거로 성장의 관점에서 제시해야 합니다.
결국 리더는 평가의 모든 과정에서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설명의 과정이 투명하고 논리적일 때, 설령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구성원은 그 결정을 존중하고 다음 성장을 기약할 수 있게 된다고 믿습니다.
4. 원온원 미팅, ‘안전한 판’을 깔아주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의식
‘솔직한 대화’는 건강한 조직의 필수 조건이지만, 바쁜 업무 속에서 그 시간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리더와 팀원 사이의 솔직함은 더욱 그렇다. 송민호 디렉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로 ‘원온원(1-on-1) 미팅’을 꼽는다. 그에게 원온원은 단순히 업무를 점검하는 시간이 아니라, 리더와 팀원 모두에게 ‘이 시간만큼은 어떤 이야기든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가장 중요한 의식이다. 그는 이 ‘안전한 판’ 위에서라야 비로소 진짜 대화가 시작된다고 믿는다.
Q. 바쁜 와중에도 월 1회, 고정된 일정에 원온원(1on1) 미팅을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원온원이 조직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확신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리더와 팀원 모두에게 ‘심리적 안전장치’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리더가 “잠깐 얘기 좀 하자”고 하면 팀원은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반대로 팀원이 대화를 요청하면 리더는 ‘혹시 퇴사하려는 건가?’ 하고 덜컥 걱정부터 하게 됩니다. 하지만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은 무조건 원온원 하는 날’처럼 정기적으로 고정된 시간이 있으면, 이런 불필요한 오해나 불안감 없이 서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원래 이야기하는 시간이니까”라는 생각만으로도 훨씬 편안하고 안전하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판이 깔리는 거죠.
두 번째는 대화의 밀도를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평소 업무 중에 수시로 대화는 하지만, 대부분 눈앞의 현안을 처리하기 급급합니다. 원온원은 그런 단편적인 대화를 넘어, 한 달간의 경험을 종합적으로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그리는 시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시간이 낭비되지 않도록, 반드시 사전에 준비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Q. 말씀하신 ‘준비 과정’이 인상 깊습니다. 원온원의 질을 높이기 위해, 리더와 팀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저는 원온원 전에 팀원들에게 ‘셀프 리뷰(Self-Review)’를 미리 작성하도록 요청합니다. ‘지난 한 달간 어땠는지, 어떤 점이 뿌듯했고 아쉬웠는지, 다음 달에는 무엇에 집중하고 싶은지’ 등을 스스로 돌아보며 정리하게 하는 거죠. 이를 통해 팀원은 막연한 감정이 아닌, 정리된 생각을 가지고 대화에 임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 내용을 미리 꼼꼼히 읽어보며, 어떤 피드백과 조언을 해줄지, 어떤 질문을 통해 그의 성장을 도울 수 있을지 깊이 있게 고민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리더와 팀원 양쪽이 모두 준비된 상태에서 만나기 때문에, 30분에서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도 훨씬 건설적이고 밀도 있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준비 없는 원온원은 자칫 표류하기 쉽지만, 준비된 원온원은 명확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항해와 같습니다.
Q. ‘안전한 판’이 깔리고, 밀도 있는 대화가 준비되었을 때, 리더는 어떤 질문을 통해 팀원의 성장을 도울 수 있을까요?
저는 원온원의 핵심이 리더가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 어떤 일이 가장 재밌으세요?”, “앞으로 어떤 커리어를 그려나가고 싶으세요?”와 같은 질문을 통해 그 사람의 근본적인 ‘동기(Motivation)’가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제가 팀장으로서, 혹시 팀원분이 일하시는 데 더 도와드릴 부분은 없을까요?” 이 질문은 제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점검하는 동시에, ‘나는 당신의 성장을 돕고 싶다’는 진심을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리더의 역할은 지시하고 평가하는 것을 넘어, 팀원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것이니까요.
5. 리더의 숙명, 위와 아래 사이에 끼인 자의 고독
리더의 자리는 종종 화려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기 힘든 무게감과 고독이 존재한다. 특히 실무와 관리를 동시에 해내야 하는 스타트업의 팀 리더라면 더욱 그렇다. 송민호 디렉터는 리더로서 겪는 가장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중간에 낀 입장’의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위에서는 회사 전체의 방향을 따라야 하고, 아래에서는 팀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딜레마. 그의 마지막 이야기는 이 고독한 자리에서 자신만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한 리더의 진솔한 고민이었다.
Q.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시면서, 가장 힘들거나 ‘번아웃’을 경험하게 만드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아무래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간에 낀 입장’일 때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리더로서 겪는 어려움을 팀원들에게 모두 투명하게 털어놓자니 그들의 불안감을 키울 것 같고, 그렇다고 상위 리더에게 마냥 칭얼댈 수만은 없는 그런 상황들이요. 결국 혼자서 감당하고 해결해야 하는 몫이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버텨낼 때가 많습니다.
또한, 실무자(Working-level)와 관리자(Manager)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 할 때 오는 물리적인 시간 부족과 역할 충돌도 큰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 당장 처리해야 할 급한 실무에 치이다 보면, 정작 팀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팀원들을 챙기는 더 중요한 리더의 역할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다 보면 ‘내가 지금 리더로서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자책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리더는 항상 완벽할 수 없고 때로는 지치기도 합니다. 그런 인간적인 모습을 팀원들에게 어디까지 보여주는 것이 건강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균형을 찾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 역시 힘들 때는 팀원들에게 "저도 이 부분은 참 어렵네요"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합니다. 리더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만능키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때로는 팀원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신뢰를 쌓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리더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팀원에게 그대로 떠넘기거나, 리더의 불안감을 팀 전체로 전염시키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결국 리더는 팀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마지막 버팀목이 되어야 하니까요. 솔직함과 책임감 사이에서 건강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리더에게 주어진 영원한 숙제인 것 같습니다.
Q. 그런 현실적인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한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완벽한 해결책은 없지만, 저는 의도적으로 스케줄에 ‘여유 시간(Buffer time)’을 확보하려고 노력합니다. 리더의 하루는 예측 불가능한 일들의 연속입니다. 갑작스러운 미팅 요청, 팀원의 면담 요청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항상 터져 나오죠. 그래서 모든 시간을 빽빽하게 채워놓으면 이런 변수에 대응하다가 정작 중요한 일을 하나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의도적으로 캘린더에 아무것도 잡지 않는 ‘비어 있는 시간’을 만들어 둡니다. 그 시간을 갑작스러운 이슈에 대응하는 데 쓰기도 하고, 아무 일도 없다면 조용히 앉아 다음 주 계획을 세우거나 팀의 큰 그림을 고민하는 데 사용합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예측 불가능성을 위한 공간을 미리 마련해두는 것. 그것이 제가 번아웃을 막고 꾸준히 나아가기 위해 찾아낸 작은 지혜입니다.
6. 초보 팀장일수록 ‘오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합니다
이제 막 팀장이 된 리더들은 수많은 고민에 휩싸인다. ‘어떻게 하면 팀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일까?’ 그들은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송민호 디렉터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한다. 초보 팀장일수록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오버 커뮤니케이션’이야말로 팀원들의 신뢰를 얻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것이다. 그의 마지막 조언은 완벽함이 아닌, 솔직함에서 시작되는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였다.
Q. 이제 막 팀장이 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을 후배 리더들이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경험에 비추어볼 때, 가장 흔하면서도 치명적인 실수는 "내가 아는 것, 그리고 나의 생각을 팀원들도 당연히 알겠지"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리더가 되면 수많은 정보와 회의를 통해 자연스럽게 회사의 큰 그림과 의사결정의 맥락을 알게 됩니다. 리더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그 배경지식이, 팀원들에게는 전혀 주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소통을 소홀히 하는 순간, 리더와 팀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Q. 그렇다면 그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해, 신임 리더가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조언으로 ‘오버 커뮤니케이션’을 꼽아주셨습니다.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왜 신뢰를 쌓는 데 그렇게 중요한가요?
‘오버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히 말을 많이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팀원들이 같은 눈높이에서 같은 그림을 볼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모든 정보와 배경, 의사결정의 맥락을 반복적이고 상세하게 공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결정을 내렸다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그 배경을 충분히 설명해주고, 지금 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우리 팀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거죠.
특히 신임 리더에게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신뢰를 쌓는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팀장은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오픈해야 합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여러분과 함께 이런 팀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으니, 함께 도와주세요”라고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리더가 완벽한 해결사가 아니라, 팀과 함께 성장하고 싶어 하는 파트너라는 진심을 보여줄 때, 비로소 팀원들도 마음을 열고 리더를 신뢰하며 따르기 시작할 겁니다.

7. 마무리하며(편집장의 말)
팀장을 찾아서 8회차를 장식해주신 두들린 송민호 디렉터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두들린의 채용 관리 솔루션 ‘그리팅’은 지금도 수많은 기업과 인재들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HR 기업의 HR 디렉터가 되기까지 쌓아온 그의 노하우,
그리고 모범적인 조직문화의 쇼케이스를 만들기 위한 고뇌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다룬 이야기의 핵심을 아래와 같이 요약해보았습니다.
(1) 모든 리더십은 ‘진정성’에서 나오는 신뢰에서 출발합니다.
그가 리더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진심과 진정성’입니다. 이는 단순히 착한 리더가 되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구성원들에게 ‘우리 리더는 이런 상황에서 이런 기준으로 판단할 거야’라는 예측 가능성을 줌으로써 신뢰를 얻는 과정입니다. 그는 과거 존경했던 리더가 안 되는 이유를 찾기보다 ‘어떻게든 일이 되게 만드는 방향’을 끝까지 고민하던 모습을 보며 진정한 리더십의 힘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2) 평가는 서프라이즈가 아니라, 과정에 대한 확인이어야 합니다.
그는 평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성장’을 돕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평가가 보상과 직결되는 순간, 구성원은 성장을 위한 대화 대신 자신의 성과를 방어하는 데 집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평소 원온원이나 상시 미팅을 통해 기대 수준을 끊임없이 공유하고, 평가 시즌에는 이미 서로가 알고 있던 결과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자리가 되어야만 구성원이 그 결과를 납득하고 다음 성장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3) 원온원 미팅은 ‘안전한 판’을 깔아주는 가장 중요한 의식입니다.
바쁜 업무 속에서도 그가 안정적인 주기의 원온원을 고집하는 이유는 그것이 리더와 팀원 모두에게 ‘심리적 안전장치’가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는 원온원 전에 ‘셀프 리뷰’를 통해 서로가 준비된 상태에서 만나 대화의 밀도를 높입니다. 리더의 역할은 해결사가 아니라, “제가 뭘 도와드리면 좋을까요?”라고 물으며 팀원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는 것입니다.
(4) 리더의 숙명은 위와 아래 사이에 끼인 자의 고독입니다.
리더로서 겪는 가장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그는 ‘중간에 낀 입장’의 고충을 털어놓습니다. 팀원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도, 상위 리더에게 마냥 칭얼댈 수도 없는 고독한 자리. 그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스케줄에 ‘여유 시간(Buffer time)’을 두어 예측 불가능한 변수에 대응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유했습니다.
(5) 초보 팀장일수록 ‘오버 커뮤니케이션’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신임 리더가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는 “내가 아는 것을 팀원들도 당연히 알 것”이라는 착각입니다. 그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인지하고, 의도적으로 모든 정보와 배경, 의사결정의 맥락을 반복적으로 상세하게 공유하는 ‘오버 커뮤니케이션’이 신뢰를 쌓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조언합니다. 완벽한 리더가 되려 하기보다,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안정적인 주기의 원온원(1on1) 미팅’이 갖는 효과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심리적 안전장치 확보’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타 대목에서 강조한 ‘과정에 대한 확인으로서의 평가’,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의 훌륭한 첫 단추가 됩니다.
그러나, 이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라는 원온원(1on1)의 본질에는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이면이 존재합니다.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하고,
그러지 못해 사담에 머물 경우, 자연스레 편익과 명분이 함께 곤두박질칩니다.
해결을 위해서는,
‘사담’에서 전략적인 소통으로 나아가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며
준비와 정리에 들어가는 수고를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블릿 1on1은 ‘1on1 미팅의 체계화를 꾀하는 조직’을 위한 가장 완벽한 파트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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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의 나침반의 새로운 콘텐츠로 [팀장을 찾아서]를 시작했습니다.
어떤 규모든, 어떤 분야든 '조직을 이끌거나 사람을 관리하고 계신(혹은 하셨던) 분들' 각자의 경험을 소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결국 리더십의 진짜 지혜는 ‘현장’에 있다고 믿습니다.
팀장님들께서 그 동안 쌓아오신 생생한 경험과 고민,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야말로 다른 팀장님들께 가장 큰 울림과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팀장을 찾아서] 인터뷰에 관심이 있으신 구독자분들께서는 jjchoi@reversemountain.co.kr로 부담없이 연락 부탁드립니다!
# '팀장을 찾아서'는 기존 콘텐츠와 2-3주 간격으로 교차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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