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를 선정했는데 뭔가 망한 것 같은 느낌

그런 이유가 있죠.

2025.03.10 | 조회 1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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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시간

뻔하지 않은, 뇌리에 꽂히는 조직문화 이야기를 들려드려요.

이번 주제는 CA. 맞다. 체인지에이전트. 변화관리자. 그린보드, 주니어보드, 블루보드, 화이트보드, 어쩌고..수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그것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그 중에서도 오늘 같은 월요일, 뭔가 나른한 춘곤증이 몰려올 법한 시간이니까. 도파민 싹 보는 망한 스토리로다가 썰을 풀어보자.

 

6가지 망한 스토리 고고.


CA를 운영할 때는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여기에선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수근수근대는 방식으로 CA활동이 망가질 수 있는 지점들도 함께 제시하려고 한다. 원래 뻔히 보이는 문제점은 그냥 귀찮은 문제일 뿐이다. 제일 무서운 건 보이지 않는 함정들이다. 

 

 

1. 기획의 부족

일전에 B 회사의 CA발대식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회장님의 멋진 연설이 끝난 후 CA를 담당하는 실제 TF리더의 설명이 이어졌는데 요는 ‘우리 회사의 첫 CA들인 만큼 자유롭게 하고 싶은 아이디어들을 제시해서 자유롭게 실행해보라.’ 라는 것이었다. 분위기는 엄숙했고, 일부는 노트북으로 자기 업무를 하고 있었다. 조직을 위하라는 여러 멘트가 끝나고 질문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았다. 손톱 조차도 뜯지 못했고, 앞에 놓인 마가렛트를 뜯어 먹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CA에게 단순히 자유롭게 활동하라고만 하면 안 된다. 명확한 기획이 필요하다. CA 활동은 조직의 목표와 연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기획과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우선 CA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CA를 운영한다는 것은 조직개발(OD)의 일환이다.  장기적이고 거대한 조직 개발 프로젝트 중 어느 지점에 CA들이 존재하는지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

활동기간, 달성목표, 그를 위한 세부목표를 선정한 후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제한조건들을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CA활동은 업무 시간 내에서만 진행한다.주말, 휴일, 퇴근 후 등 업무 외 시간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CA가 조직의 핵심가치나 미션 등을 언급할 땐 개인적인 해석을 동반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조건들

 

이와 같은 조건을 주어준다. 제한조건이 있어야 기획의 범위를 좁힐 수 있고, 더 또렷한 액션들을 도출해낼 수 있다.


2. 역할의 혼란

CA 팀 내에서도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결국 CA도 집단이니까. 이런 위계가 없으면 흥미로운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CA내의 CA라고 할 정도로 20명의 CA중 실제 활동 인원은 3,4명에 불과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CA의 역할은 각각에게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하며, 각 CA는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단순히 ‘기획자/서포터’ 수준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다. “활동기간, 활동내용, 보고절차, 운영방식”을 수립하고 극단적일 정도의 체계성이 필요하다. CA는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많고 스트레스가 높은 역할이다. 조직원들에게 항상 달가운 시선을 받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사측 스파이처럼 보이기도 하니까. 이들은 특공대이자, 특수부대다. 죽어서도 살아서도 해내야 할 임무가 있어야 하고, 꽥 하면 꽉! 외칠 수 있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흥미와 보상을 미끼로 움직이기엔, 그것의 힘은 몹시 약하다.


3. 매력의 부족

의외의 지점일수도 있겠지만, 실제 현장에서 정말 자주 벌어지는 일이었다. CA는 가급적 조직내에서 심리적으로 지지받고 있는, 또는 인간적으로 매력있는 사람들로 구성하는 것은 추천한다. 

회사에는 분명 빌런들이 있다. 탕비실에서 딴 짓을 하거나, 멍하게 앉아있다가 퇴근하는 것을 더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또는 기존 방식을 고수하며 변화 자체에 대한 거부감들이 가득한 구성원도 있다. 슬프게도 그 사람들은 한, 두명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자칫 CA들의 행동이 ‘고깝거나, 나대는 것’처럼 해석될 것이고, 이내 여러 말을 퍼뜨리고 선동하며 CA의 노력을 평가 절하한다. 

이처럼 (아주 잘하고 있다고 해도) CA의 활동에 대한 구성원의 평가는 언제나 엇갈린다. 이 중 부정적인 소리가 득세하지 않도록 가급적 조직 내에서 신뢰 받고 지지받는 사람들이 CA가 되길 바란다. 쉽게 말하면 까방권이 있는 사람들을 잘 골라보자. 이래저래 평판이 안좋은 사람은 별별 이유로 미움을 받고, 메신저가 맘에 안들면 메시지도 힘을 잃는다. (꼭 리더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4. 진솔하지 않은 결과물

H회사의 CA는 6개월간의 활동을 마치고 발표회를 가지게 되었다. CA들은 지난 웰컴킷 제작, 사원증 리뉴얼, 현관 앞 전광판에 새로운 캠페인을 띄운거, ‘도와드리겠습니다’ 스티커를 나눠주며 홍보한 것 등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CA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했고, 어떤 예쁜 디자인물들을 만들어냈는지 소개했다. 문제를 그것을 지켜보는 구성원들의 표정이었다. 실상은 그러했다. 웰컴킷은 1,500만원을 들여 만들었는데, 텀블러/볼펜/마그넷/떡메모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구성원들은 전혀 효용성이 없고 브랜드의 정체성과도 무관한 양산형 웰컴킷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전혀 수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머지 활동들도 발표가 다가오며 급하게 진행한 것들이었고, 구성원들은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왜 갑자기 이런거 하는거야?] 라는 질문에 많은 CA들이 이미 [결과 발표해야하거든] 이라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뭔가 스포를 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발표날이 되자 갑자기 그들은 ‘진심으로 구성원을 위했고, 많은 고민과 피땀흘려 노력한’ 사람들이 된 것이다. 분명 CA들은 나름 고생했고, 여러 활동들을 해냈지만, 구성원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결과가 되어버렸다. 회사는 지역축제의 장이 아니다. 이벤트와 행사는 즐겁고 도파민 돌긴 하지만, 그 이후의 공허감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안하느니만 못할 것이다. 

 


5. 적극적인 활동의 부족

C회사의 CA담당자와의 미팅에서 이런 고민을 들었다. “CA들의 열정에 비해, 구성원들이 그 활동들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 말을 듣고, 어떤 활동들을 하셨는지 여쭤보았다.

 

지난 달에 [커뮤니케이션 강사를 찾고, 섭외하고, 일정잡는 일]을 했다고 한다.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고, 그 다음 뭔가가 나올 것 같아 뜸을 들였지만, 그게 끝이었던 것이다. 물론 안다. CA들도 본인의 업무가 있기 때문에 CA활동에 엄청난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

그럼에도 10명이나 모여있는 집단에서 한 달간 한 일이 3명의 강사를 찾고, 전화하고, 캘린더에 확정하는 게 전부였다는 건 문제가 있는 일이다. 

 

뭔가 쌔함을 느끼셨는지 그 과정과 목적에 대해 엄청난 고민을 많이 했다는 얘길 덧붙여 주셨는데, 실제로 그렇다고 한들 설득력은 없을 것이다. 구성원들은 설명이 아니라 경험과 관찰로 학습한다. CA에게 [한 일]을 나열해보라고 하면 많겠지만, 구성원에게 [경험한 일]을 말하라고 하면 하나도 말하지 못할 것이다. 가시적이고, 명확하게 몸이 움직이는 성과들이 필요하다. 실무 접점에서 직접 변화를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솔직히 그 담당자분이 뭔 잘못이 있겠나 싶어 별 말은 안했지만...정말 대부분의 CA활동이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수준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했을 때의 유용함보다, 안 했을 때의 위기를 측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CA들은 막중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 조직의 가설을 직접 검증하는 선발대이다. 이들은 구성원과 조직 사이에서 인사이트를 만들어내야 하고, 진짜 뛰어나고 똑똑한 사람들이어야 한다. 

그런 CA들이 뛰어다니며 고생하는 모습을 대놓고 보여줘야 한다. 이건 쇼잉이 아니다. 관성을 깨고, 변화를 만들기 위해선 관성보다 더 강한 자극들이 주어져야 한다. 


6. 고립된 섬

마지막으로 조심해야 할 건, CA를 그들만의 축제로 만들어선 안된다는 점이다. CA의 궁극적인 목표는 구성원에게 다시 녹아드는 것이다. 그러나, CA들의 활동을 위해 그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풍경들이 만들어지곤 한다.

B회사에선 사내의 고성과자들을 [챌린저스]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회사는 이들이 CA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워크샵도 활발하게 진행됐고, 보고서도 깔끔하고 명쾌했다. 활발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여 CA 활동은 내내 화기애애했고, 또 기획 아이디어들도 꽤나 실질적인 것들이 많아서 이대로만 도입된다면 정말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6개월 정도 활동이 끝난 후 CA들의 성과 발표를 하는 날이었다. 회사에서는 CA들이 고생했다며 각종 어워드를 마련했고, CA들은 서로에게 ‘고생했다, 감사했다’ 등의 소감을 남기며 뿌듯함을 표현했다. 이후에도 CA를 위한 회식과 보상, 지원 등이 아낌없이 이루어졌다.

문제는 구성원들의 반응이었다. 처음엔 CA의 활동을 흥미롭게 참여하던 이들이 점점 CA들을 [사측인재]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얼마 가지 않아 CA들은 구성원과 완전히 분리되었다. 나아가 그들만의 리그처럼 [기수]를 형성하고 선배, 후배라고 서로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뭐랄까..하나회 같은 느낌? 뭔가 사조직이 따로 만들어졌는데.. 거기서 견장놀이를 하는 느낌 같기도 하고 말이다. 

(놀라운 건…결과적으로 이런 CA의 활발한 성과가 업계에 퍼지자, 다른 회사에서 이들에게 스카웃 제안이 들어왔고, 그들 중 몇몇은 재빠르게 이직했다.)

CA들은 구성원들과 긴밀한 접점을 끊임없이 유지해야 하고, CA의 활동이 궁극적으로 [해보니 실제로 좋아진다.] 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선, CA를 발대하기 전 초창기 프레임의 설정은 물론, 그들의 활동 또한 실제 실무 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기획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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