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로 그리고 때로 함께. 연휴의 마지막 밤을, 지나며 우린 아마 회전하고 있어요

언제쯤이 되면 우린 평온한, 정말로 별 잡념 없이 평범하게 살아갈 봄날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올해는 봄을 맞이하고도 녹음의 계절 5월이 시작하고도 도통 가라앉지 않는 소동의 복판을 어찌어찌 살고있는 듯한 기분에 갑갑함 떨쳐내기 힘든데요. 지금은 외부의 환경, 나와 너를 둘러싼 사회 경제적 이유 때문에 혼란을 경험하고 있을 뿐이지만, 한켠 진정을 나의 나다운 보편적인 행복이란 어떻게 찾아오는 걸까요. '레이와 몇 년이 되면, 이 나라에서 부부별성(夫婦別姓) OK가 될까' 며칠 전 공개된 우타다 히카루의 신곡 'Mine or Yours'에 담긴 가사 중 일부인데요. 이는 결혼 시 일본에서는 여자가 남자 쪽의 성을 따라야 하는, 즉 우리가 태어나 아빠의 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과 같이 처가 되는 와이프 또한 남편의 성으로 변경, 妻か夫どちらかの名字に統一しなければいけない, 아내이든 남편이든 하나의 성으로 통일해야 한다. 동일시하지 않으면 안되는 법령이 있어요. 오래 전 소설 속에서나 보와오던 생활 속 풍경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게 다분히 시대착오적인 일상 속 일본. 듣는 것만으로 답답한 기분이죠.

우타다는 지난 4월 20일 예고도 없이 코첼라 무대에 서프라이즈 등장하기도 했어요. 라이브 직전 그의 SNS에 Coachella 2025 Arca Gobi stage 8:35 PM（日本時間12:35 PM)란 글이 게시되었다고는 하는데, 놀라 아니할 수 없을 등장 아니었을까요. 베네수엘라 출신 뮤지션 Arca의 무대에서 아르카가 리믹스한 버전의 Electricity를 불렀다고 해요.

실제로 이와 같은 제도를 가지고 있는 국가는 전세계 중 일본이 유일하고, 그 탓에 이를 바꾸려 하는 시도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것도 사실이에요. 1996년 법무성 소속 법제심(의)회의(法制審議会)는 '민법을 개정해 선택적 부부별성을 도입하도록 하라'고 권고한 바도 있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여태 계속 동일한 성으로의 변경이 강요되는 현실이라는 건, 무엇이 어떻게 무엇 때문에 지연되고 있는 것일까요. 노래는 지난 3월 코카콜라의 새 녹차 제품 '아야타카(綾鷹)에 삽입되며 처음 공개가 되었고, 직후 다양한 공감의 반응이 터져 나온 것도 아마 수 십년 동일성을 강요받는 사회에 대한 말하지 못한 갑갑함 때문이었겠죠. '설마 부부별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줄 생각도 못했어 깜짝 놀랐어'랄지, '빨리 선택적 부부별성 도입해주었음으면 좋겠어' 공감을 넘어 변화를 촉구하는 의견은 물론, '우타다 히카루의 선택적 부부별성에의 응원 송'이라고 노래의 성격을 정리해준 이야기도 있었는데,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성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건 다야성 시대에 결코 어울리지 않을 전통이고, 나아가 개인에 대한 존중 인격체로서의 충분한 인정이 결여되어 있는 건 또 아닐까요.

우타다 히카루 노래한 녹차 브랜드 '아야타카'는 타카鷹 오랜 세월 동양에서 고귀한 존재의 상징이고 아야, 綾라는 건 귀한 손님에게 귀한 차잎을 정성껏 우려낸다 織り込む의 뜻을 가지고 있거든요. 이어서 말해보면 '귀중한 당신에게 좋은 차잎만을 골라 우려서 보낸다' 정도가 되어줄까요. 그렇게 노래의 제목은 Mine or Yours 나의 것이거나 너의 것. 결코 무어라 쉽게 정의 정리하지 않는 것. 이번 퐁당퐁당 연휴에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세상이 한 뼘, 넓어지지는 않을까요.

바르고 정확한, 모난 거 없이 매끈한 것들이 무엇 하나 고르는 데도 아마 우선시될지 모르는 세상에서 하지만 실제 살아가는 삶이란 얼마나 울퉁불퉁한, 다분히 모순적이고 동시에 비합리저기기도 한 인간 그 자체일까요.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일까 당황하셨을지 다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어느덧 4월을 보내고 5월을 시작하며 봄이라는 거, 그리고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마음의 시간이랄지, 그 시간의 마음가짐과 같은 것들이 다시금 옳은 자리에 대해 묻게해요. 이번 봄의 유독 별난 기후 탓도 있겠지만,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쩌면 봄이란 늘 알게 모르게 시작돼 어쩌다보니 살고 있었던 추후 뒤돌아보며 깨닫게 되는 깊은 겨울 뒤 따스한 햇살 한 줌 아니었을까요. 사실 개인적으로 최근 이별이란 걸 한 것 같은데, 무어라 정의하기 힘든 정리도 잘 되지 않는 감정의 조각들이 이별이란 애당초 울퉁불퉁한, 결코 매끈하지 못한 마지막의 실생활과 같은 건 아닐까 생각해버리고 있거든요. 그리고 애초 산다는 거, 매끈하고 어디 옳기만 하던가요.

전시는 89년부터 2000년까지 아이다 마코토, 나라 요시토모, 무라카미 타카시와 이시우치 미야코와 다무타이프, 그리고 필립 팔레노 등 50명의 작가를 지금 이곳에 다시 소환해요. 그리고 사진은 니시야마 미나코의 '더 핑크하우스(ザ・ピんくはうす)(左)와 야노베 켄지 '아톰 수츠 프로젝트 : 보육원1 체르노빌' 각각 1991년과 97년에서.

다만 헤어지고 지금의 이 생각까지 오기까지도 며칠 밤이나 걸려버린 탓에 이건 참 쉽지 않은 엔딩이구나 싶은 기분도 흠뻑 상기하면서, 누군가 그러지 않았던가요. 시작이란 반드시 이별과 함께 온다고. 그래서 이건 시작도 마지막도, 어쩌면 만남도 이별도 아닌, 동시에 모두 다 이기도 한 시간의 이루 말할 수 없음의 증상은 아닐까 생각해았보는데요, 구독자님 이번 4월은 어떠했나요. 사실 나이를 조금 덜 먹었을 땐, 어릴 때엔 별 생각이 없었던 탓인지 이와이 슌지의 애처롭기 그지없는 영화 '4월 이야기'에도 별 감흥 없었지만, 이제와 다시 돌아보는 그 영화는 분명 60분 이렇게나 짤막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어요. 더구나 소위 봄이라고하면 시작하는 3월과 녹음 풍성해지는 5월을 먼저 떠올릴 뿐, 4월 다소 외면되기 십상이잖아요. 그러니까 우린 또 한 번의 4월을 뒤로 했는데요, 그런데 무엇이 이렇게 급하다고 오는 가을의 시작 9월 3일부터 도쿄 록뽄기의 '국립신미술관'에서는 '시대의 프리즘(時代のプリズム)'이란 제목으로, 1989년부터 2010년까지 일본에서 태어난 미술 표현에 대한 전시가 열려요. 물론 규모가 큰 미술관의 경우 연내 스케쥴을 미리 발표하는 것이 공식적이기도 하지만,

새삼 봄이 끝나기도 전, 여름이 시작하기도 이전에 가을을 말해보는 건 어떤 계절감의 스토리가 되어줄까요. 여기서 1989년이라는 건 일본에서 쇼와(昭和) 시대가 끝이 나고 헤세이(平成)가 막을 올리던 그 때, 80년대 국제적으로는 냉전 체제가 무너지고 국경을 초월한 왕래가 보다 빈번해지며 전반적인 글로벌화가 태동하던 시대 그에 다름 아니거든요. 그래서 전시는 그를 하나의 시간의 팩토그램 안에 삽입 89년을 하나의 전환점으로 1장 과거라는 망령, 2장 자기와 타자와 그리고 3장 커뮤니케이션이 갖는 미래 총 3부 구성의 20년을 돌아보는데요. 오늘이 오늘로 의미를 갖는 건 아마도 지난 어제의 역사를 통해서일 테이고, 동시에 내일이 기다리고 있는 건 한 번의 오늘을 경유해야만 하는 세월이잖아요. 고로 어느 하나 완전하지 않은 현실 세계에, 그래서 전 츠바키 노보루 씨의 1990년작 '에스테틱 폴루션'이 눈에 들어왔어요. 일견 색을 달리한 인간의 장기이거나 미궁의 해저 식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건 정해진 형태를 갖고 만들어낸 작품이 아니고, 만들어진. 도리어 작가 자신의 '방 형태에 맞춰 벌이 둥지를 꾸리듯 자연스레 형태를 갖추어간, 곧 만들어진 결과'라고 해요.

오늘의 주제

1️⃣ 1人1妙, 우타다 히카루의 신곡과 결혼이란 함께 또 따로가 아니던가요?

2️⃣ 70년 엑스포가 2025년 엑스포에 말하는, 기술과 AI만으로 채울 수 없는 미래에 관하여

4️⃣ 5월을 사는 각자의 컬러, '뉴발란스'의 '그레이한 날들'을 말하다

5️⃣ 책방 시장의 시대적 한계를 직시하고 책방이 일상을 살게하라! 유통업체 '토한'이 벌이는 책과 함께라면 무엇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