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고 말하기' 건축의 언어와 또 하나의 일상을 열다 '지브리 파크'

** 이번 주는 본래 '멤버쉽 오픈' 레터이지만, 설날에 이런 거 좀 아니잖아요.🐯 한 주(이번 주)를 무/유로 교체해 발행할게요. 다음 번 '무료 레터' 날에는 '멤버쉽 레터'가 발송됩니다. 외에는 모두 이전과 동일하게 진행됩니다.📝

설날의 아침, 안녕한가요.🍜 음력과 양력을 모두 세는 '동양식 캘린더' 덕에 매해 두 번의 '설날'을 경험하는 우리인데요. 한 해를 두 번 시작한다는 것, 새삼 어떤 1년의 시작하는 방식일까요. 근래 1020 세대에선 한국식 나이 셈법이 인터내셔널하지 못하다며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뉴스도 보았어요. 그렇게 우리는 때로 서른이기도 하고 어쩌면 스물 아홉.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면 단 10여 시간 만에 한 살이 줄기도 하는데요. 이런 라이프...어쩌면 괜찮지 않나요. 매번 두 개의 '시작'으로 한 해를 열고, 30대이면서 20대이기도 하고, 그렇게 젊어졌다 불과 비행기 한 번에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하는...🙊

 🐻‍❄️'에모이'의 건축, 감성과 감정 사이 

전 이 역시, 요즘 일본에서 유행어가 된 '에모이エモい'하다 느꼈는데요. 어딘가 나의 시간 만을 간직한 듯한, 내게 주어진 시간을 그제야 발견한 듯한, 별 거 아닌 착각이거나 고집이 결코 당당할 순 없어도 맘으로 알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에모이.' 저희 레터에서도 몇 차례 이야기했는데요. 어원을 따지면 영어로 emotional. 하지만 쓰임은 그 보다 애매모호해, 향수나 회고, 그리움이나 애수, 감동 등 무언가 보았을 때 마음이 흔들리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도 아니고 '그'를 이끌어내는 상황(태)를 일컬어요. 정말로...참 '에모이'하죠?👩🏾‍❤️‍👩🏽

하지만 사실 이 '에모이'란 말은 근래 유행어인 줄 알지만 이미 10년 전부터 쓰이던 말. 2006년 '올해의 신어' 부문에선 2위에 오르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꽤나 오랜 세월이 쌓인 '에모이'이기도 한데요. 최근엔 그런 '에모이'의 예로 쿠마 켄고의 건축, 2009년에 새로 건축한 '네즈 미술관'의 신동이 소환돼, 회자가 되기도 했어요. '네즈 미술관'이라면, 시부야와 가까운 듯 싶지만 막상 가려하면 교통편이 불편, 전 여태 '좋다'는 경험자들의 말만 들어봤을 뿐인데요. 동양의 고미술품을 다수 소장, 전시하는 '네즈 미술관'에 대해 미술학자 미무라 다이스케 씨는

'깊이를 가진 정서미(情緒美)'와 '명랑함고 지성적인 감각미(感覚美)'를 모두 갖춘, 그야말로 고대의 '에모이'란 평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거 얼추 느낌은 알 것 같지만, 누군가에게 설명이 가능할까요. 그러니까 '느낌적 느낌' 만이 전해지는 듯한 '감각'이에요. 하지만, 이 두 가지 모두 일본 DNA에 새겨있는 전통 미의식의 기본이라 하는데요. 이를 일본 전통 문학에 빗대어 전자를 あはれ(아하레), 그리고 후자는 혹시 잘못 쓴 거 아니야 싶은 をかし(오카시)라 말해요. 하지만 어차피 이렇게는 설명도 되지 않으니 다르게 말해보면 헤이안 시대의 고전 문학 '겐지 모노가타리'와 궁궐 문학의 대표작 '마쿠라 소우시'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저의 감각으로는 김종관의 영화와 홍상수 정도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그나저나 에모이...참 에모이하죠?🤭

하지만 10년 넘게, 헤이안 시대까지 거스르면 1500년 세월. 이렇게 유구한 감정의 '말'이라는 건, 분명 우리 DNA 깊숙이 새겨져 있는 감정, 그 이전의 무엇이아닐까요. 동시에 그건 아마 어떤 말로도 대신할 수 있는 '진심'의 일면일지 몰라요. 그러니까 말하지 않고 전하는 것. 쿠마가 10여 년 전에 완성한 '네즈 미술관'은 어쩌면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지도 모르겠어요. 그 오래전 건축이 지금 이 시절 '에모이'와 함께 다시 소환되고, 그렇게 우린 어쩌면 보이지 않는, 말로 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인생'을 살고있는 건 아닐까요. 새해를, 다시 시작하는 아침. 쿠마 켄고는 어떨까요. 오늘은, 그간의 쿠마 레터를 포함, 다시 한 번 그의 '에모이'의 건축을 돌아봤어요.🛖

🐧지브리를 보는 새해 첫 날, 어느 어른의 '에모이한 오프닝' 

그런데 그 전에 '지브리.' 새해, 명절의 定番, 단골 손님이라면 흔하고 흔한 블록버스터 시리즈랄지, 픽사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떠오를텐데요. 아, 한국의 신파적 '홈 무비'도 있던가요?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애니메이션 또한 명절 영화로 손색이 없다고 느껴요. 감동, 웃음, 슬픔, 고난, 도전, 모험. 인생 곳곳의 서사가 깊숙한 감정까지 아우르며 한 편의 대서사극을 펼쳐 내거든요. 그렇게 우리의 인생을 닮은.👨‍👩‍👧‍👦 그리고 최근, 코로나 이후 지브리는 그간의 작품들을 스틸, OTT 서비스 등 과감하게 풀며 보다 친근하게 다가오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어요. 저작권이라면 깐깐하기 그지없는 일본, 그곳에서 말이에요.

그리고, 드디어 조금씩 흘러나오던 '지브리 파크'의 얼개가 처음으로 공개되었답니다. 오는 11월 부분 오픈을 예고했고, 모두 5개의 테마의 파크로 '지브리 세계'가 '리얼' 공간으로 다가올 채비를 하고 있어요. 일본에선 '디즈니랜드',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이은 세 번째 동심의 월드랄까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이자 '마루 밑의 아리엣티', '게드 전기' 등을 연출했던 미야자기 고로 감독이 전체 프로듀싱을 맡았고, '이웃집 토토로'나 '마녀 배달부 키키', 그리고 '귀를 기울이면'과 같은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이 아닌,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세계도 더해질 예정인데요.

하야오 감독의 50년지기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 씨는 "지브리가 (테마 파크를) 한다고 해도, 누가 할 것인가의 문제였어요. 제가 떠올린 건 단 한 사람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걸 만들어낼 수 있는 건, '미야자키 고로.' 그가 가장 적임자라 확신했어요."라 이야기했어요. 연출자로서는 매번 아빠의 그늘에 가려 이야기되었던 고로 씨인데, 리얼 공간의 연출에선 실력을 드러내줄까요. 모두 5개 공간 중 11월엔 이름부터 두근두근하는 '지브리 대창고 에리어(ジブリの大倉庫エリア)'와 '청춘의 언덕 에리어(青春の丘エリア)' 이렇게 두 곳이 먼저 문을 열어요.

장소는 아이치현 나가구테시(長久手市)의 '사랑 지구 기념공원' 내. 인근 나고야 시의 '베드 타운'이고, 일본에서 가장 평균 연령이 낮은 도시에요.👧👨‍🍼분명 단순한 우연 그 이상. 지브리하면 '아이'의 시점으로 바라본 세계이기도 하잖아요. 그렇다면, '지브리의 대창고' 어떤 모습일까요. 먼저, 본래 연못이던 곳의 지형을 이용했다고 하는데요. 미야자키 고로 씨는 도쿄 미타카의 지브리 미술관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줬어요.

말하자면 '지브리 파크'에 들어가기 위한 인트로, 입장에 앞선 일종의 환기, '복습'을 위한 공간처럼도 생각되는데요. 뒤이어 '청춘의 언덕'은 0.8 헥타르에 이르는 거대 부지에 관람자를 환영하듯 엘레베이터 동(棟)을 중심으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천공의 성 라퓨타'의 19세기 말 '공상과학'적 요소를 듬뿍 집어넣어 '찜빵? 모양'의 디자인으로 완성될 예정이에요. 더불어 '귀를 기울이며'에 등장하는 '지구 가게(地球屋)'를 중심으로 '고양이 사무소'나 '로터리 광장' 등도 갖춰질 계획인데요. 고로 감독은 '지구 가게'에 대해 '외관 뿐 아니라 내부까지 확실히 고증, 영화에 등장하는 카라쿠리 시계도 빠짐없이 만들었다고 이야기했어요.🕰️

소녀의 맘을 단숨에 뺏아버린 지팡이 영감님의 시계가, 우리의 새해 소원도 들어줄까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지브리'이기도 해서, 22년의 새해는 어쩌면 11월에 시작하는 게 아닐까...아이같은? 생각도 해봤어요.👶 구독자님, 새해 첫날엔, 지브리 어떨까요.🌄

 🌱새해의 첫날, 쿠마 켄고를 열다 

쿠마 켄고는 아직 국내에서 (반 시게루랄지, 안도 타다오, 이타미 쥰 정도로는) 유명하지 않지만요, 최근 일본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건축가에요. 무엇보다 올해 치뤄진 도쿄 올림픽의 경기장을 설계했고, 49년만의 신역이라는 타카나와 게이트웨이 역사도 이 분의 작품이에요. 쿠마 씨를 조금, 간략하게 설명하면요, 나무를 많이 사용하는 건축가로 유명해요. 그만큼 자연과의 조화가 특징이고, 안도 타다오가 콘크리트 미학의 궁극을 추구한다면, 이 분은 그 반대 지점에 있는 사람이기도 해요. 그리고 그 부분이, 바로 지금, 코로나 팬데믹 시점에 유효하게 읽히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드는데요. (콘크리트 중심) 공업화 사회가 균열을 드러내는 시대, 쿠마의 건축은 어떤 반성의 그림을 그리고 있거든요. 지난 가을 한 대담 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건축이란 건물 하나의 만듦이 아닌, 이후의 생활을 약속하는 시작의 작업이라는 메시지. 또 한 번의 '코로나 1년'을 시작하는 우리에게, 의미를 갖는 문장 아닐까요. 얼마 전 쿠마가 가진 한 인터뷰에서, '다시 설계하는 도시'에 대한 그의 생각을 조금 발췌해봤어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키워드 8개와 함께 정리해보았습니다. 참고로 쿠마의 건축에 '마지막'은 없고, 그는 건축은 하나의 형태로 완결될 필요가 없다고도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이건 아마 건축에 한정된 이야기만은 아니지 않을까요. 삶은, life goes on...지속되니까요.🌴

#도쿄다움이란? 그리고 서울스러움이란?

"일반론적으로 어느 도시든 통용되는 공통된 매력이란 건 없습니다. 그런 법칙은 오히려 '그 장소'를 죽여버릴 수 있어요. 도시의 매력이란 그 나라의, 마을의, 지역의, 그 주변의 매력이고, 그런 걸 다른 장소에 적용시키면 좋은 게 나오기 힘듭니다. 그래서 도쿄의 매력이라고 했을 때 저는 '도쿄스러움', '도쿄다움'이 무언가를 바라봐야 한다고 느껴요. 그리고 도쿄의 매력은, 경계가 희미하달까요. 경계라면 쉽게 '벽'을 이야기할 수 있는데, 여러 의미에서의 '벽'이 도쿄는 흐릿해요. 그렇게 여러 서로 다른 요소가 그 안에 더해질 수 있고, 정리되지 않은 채 살아왔던 시간이 길었죠. 그래서 그 안에서(복잡스러움, 하지만 편안한 지역성) 매력을 찾아야 하고, 도시가 아닌 인근 10~20km에 대한 건축이 되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머리가 아닌 몸의 언어

"사실 도쿄란 도시의 시작은 '인간이 걷는다'는 걸 전제로 설계되었어요. 자동차 이전의 시대이죠. 그런 전제 위에서 경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인간은 자동차보다 작고 약하니까, 섬세한 '도시 만들기'가 가능했습니다. 섬세하다는 건, 다른 것에 비해 폭이 넓다는, 수용 범위가 넓다는 이야기에요. 예를 들면 숲으로 경계를 대신한다거나, 나무를 심어 마을과 마을 사이를 구분하는 것 같은. 그런 게 '마을 만들기'의 재미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보통의 도시 계획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건축가들은 그런 걸 배제해버리죠. 기본적으로 그들은 '로직'으로 사고해요. 언어란 건 뇌의 언어도 있지만 몸의 언어도 있는데, 대부분의 건축은 몸의 언어를 듣지 않는 거죠. 오히려 그래픽 디자이너나 인테리어 쪽이 몸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최종적 결정을 할 때는 '머리'를 써야하지만 전체적으로 몸의 감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요"

#완성이 아닌 변화의 ing

"제가 포틀랜드에서 '일본 정원'이란 걸 하고 있어요. 그런데 거기는 랜드스케이프가 바탕이 되어 흘러가는 작업이에요. 건물을 짓고 끝이 아니라 50년간 계속 인간이 상주하며 멘테넌스하는, 그렇게 환경을 유지해가는 사고 방식이 그들에겐 있어요. 사실 식물을 하나 심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계속 돌보고싶고, 돌봐야겠다 생각하게 되고. 그런데 건축은 만들어버리면 다음은 '나몰라'인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포틀랜드엔, 계속 그곳에 함께 있지않으면 안된다는 마인드가 있고, 앞으로의 건축엔 그런 자세 없이는 의미가 없다는 스탠스가 필요하다 생각해요."

#건축가의 셰어하우스?! 

"저는 지금 도쿄 카구라자카神楽坂 인근에 4곳 셰어하우스를 운영해요. 셰어하우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매력적인 건축을 만들까'가 아니라, 그 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꾸준히 멘테넨스를 해갈까'에요. 그곳의 인간 관계에 따라 건축이 달라지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밖을 어떻게 고쳐볼까', '테라스를 좀 더 다르게 꾸며볼까', '어떻게 좀 더 재밌는 걸로 해볼까' 생각해면 고쳐가는 거에요. 그렇게 마을과 건축의 관계를 꾸준히 멘테넨스해 간다는 게 셰어하우스의 기본입니다. 아파트가 많은 도시가 지루하게 느껴지고, 맨션이 많으면 마을이 재미없어지는 이유는, 유연성이 없어서죠. 맨션은 대부분 내부는 고칠 수 있지만 밖은 여러 규정 상의 이류로 할 수 없는 게 많아요. 하지만 일본의 집이란 오래전부터 계속 '고쳐가며 사는' 건축이었거든요. 그렇게 생물과도 같았어요. 하지만 지금의 맨션의 외관은 피부가 아니라 딱딱한 광물이 되어버렸죠. 사람이 사는 곳임에도 좀처럼 생명체의 느낌이 들지않아요."

#도시의 위기는 복제되는 맨션!! 

"대부분 마을이 인기가 생기면 고급 맨션이 생겨요. 록뽄기나 오모테산도나 모두 인기가 높아지면서 고급 맨션이 세워졌고, 그렇게 광물적인 것들이 점령한 형태가 되었어요. 그래서 지역의 매력도가 올라갔다, 땅값이 뛰기 시작했다는 건, 전 위기라고 생각해요. 일부에선 저층 맨션이라면 괜찮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일본의 저층 맨션은 위험해요. 파리의 저층 주택을 많이들 모델로 말하기도 하는데, 그건 일본인의 신체 감각과 맞지 않다는 걸 간과한 이야기죠. 일본인의 신체 감각으로 따라하면 비참한 일이 되버려요. 정말 '진정한 의미의 일본적 개발'이 필요한 거죠."

#카구라자카라는 지역성

"카구라자카가 재미있는 건 오래된 마을임과 동시에 '프로즌(frozen)'되지 않았다는 부분이에요. 오래된 인쇄 공장이 있지만, 그게 오래전 마을 공방같은 요소로 남아있고, 교토처럼 프로즌되지 않고 살아있는 느낌이 있어요. 조금 다르게 말하면 유럽 도시가 잃어버린 생물적인 것들이 아직 남아있는 거죠. '마을다움'이란, 기본적으로 인간이 마을과 친해짐에 있어 '그 장소에 살아간다', '그 안에서 생명이 제대로 느껴진다'는 부분이거든요. 생명이란 (건축에 쓰인) 어떤 소재이기도 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액티비티이기도 하고요. 그곳의 주민들과 대화하고 어울리다 보면 알게돼요. (마을의) 경관이란 것도 단순히 아름다움으로 바라봐서는 안되고, '생명'으로서 그곳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건축가에겐 그곳에 살고있는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한거고요."

#딱 좋을 정도의 '지저분함' 그리고 편안함

"그래도 재밌다 느끼는 건 '츄오센中央線' 지역들이죠. 그곳은 도쿄가 가진 이상한 혼재성이 남아있어요. 각각의 마을이 흥미로운 생물성, 동물적인 것들을 갖고 있달까요. 키치죠지가 매년 '살고싶은 마을' 랭킹 상위에 오르는 건, 젊은 사람들이 그런 부분들을 잘 캐치하고 있기 때문이라 느껴요. (키치죠지 역 앞) 하모니카 요코쵸ハーモニカ横丁도, 사실 기존의 건축법이나 도시 안전에 관한 조항들에 의하면 모두 다 부수고 없애야해요. 하지만 어느 정도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남겨두자는, 갱신해가자는 요청이 최근에 많아요. 그런 것들(지저분하고 오래됐지만 세월의 역사가 쌓인 곳들)이 크게 봤을 때 마을에 포지티브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어떤 의미에선 '도시 계획'을 넘어선 '루즈함'이 마을엔 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거죠. 법과 룰의 '아슬아슬한 범위' 내에, 그런 애매한 영역 안에 그 마을의 내일을 좌우할 '열쇠'가 있어요."

#100년을 머금은 건축

"요즘은 리노베이션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신축'이 기준이죠. 하지만 신축이란 낡은 걸 부수고 다시 세우는 거잖아요. 그럼 일단 생명이 멈춰버리는 것이에요. 그리고 새로 만든 맨션이란 100년 쯤은 돼야 (세월의) 멋이 느껴져요. 그럼 100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건데, 콘크리트라는 게 좀처럼 쉽게 '생물화'되지 않거든요. 최근엔 오래된 건물 좋아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고, 저는 '신축'이 줄어들 수록 도시의 매력이 늘어난다 생각해요. 그렇다고 아무 손도 대지 않고 그대로 놔두자(방치하자)는 게 아니고 아주 조금씩 손을 보면서 건물을 멘테넨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죽 약간 손을 댄 느낌이, 생물로서 가장 맘이 편해지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상태를 살려가는 게 앞으로 매우 중요하다 느낍니다."

 책방의 playlist 🎧

그리고, 올해의 첫 날을 시작하며 책방의 플레이스트를 가져와봤어요. 새해가 시작하면 '명절 특선' 못지않게 '책을 읽자'는 다짐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데요. 최근 책방에선, 코로나 이후 새로운 시도를 하며, 책이 아닌 bgm으로 '책방의 내일'을 모색하는 곳들도 늘어난다 느껴요. 물론 이건, 온오프를 함께 활용한 새로운 시도라는 마케팅적 분석도 가능하지만, 그보단 우리가 보지 못했던, 몰랐던 책방의 한 구석이 아닐까요.

위에는 제가 좋아하는 도쿄의 책방 두 곳, '후즈크에'와 아오야마 북센터 록본기 지점의 플레이리스트에요. 책을 읽을 때, 이 노래를 틀어놓으면 잠시 그곳에 다녀오는 기분이 들까요. 저는 조만간 나도 '레터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볼까...그런 '새해 다짐'같은 생각을 해봤는데요. 어쩌면 이런 작심삼일의 하루도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을지 몰라요.😁 아래는, 아오야마 북센터의 점장 야마시타 유 씨의 추천곡 중 Kevin Krauter의 한 곡 남겨놓을게요. 다짐의 온기가 식기 전, 일단 책의 페이지를 펴보는 것. 다짐의 실행은 그런 '미묘한' 스타트에서 시작하지 않을까요. 그럼, 우리 다음 주에 또 보아요. 👋👋

📫오는, 금요일 2월  4일엔,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_#30호가 발행됩니다.

🎋 그리고, 2016년 즈음 하버드 디자인 대학에서 쿠마가 강단에 선 '왜 우린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를 살아야하나'란 주제의 강연이에요. 영어 자막이 지원돼요. 전도 다 부치고, 절도 모두 마치고, TV도 지겹다면, 쿠마와의 2시간 어떨까요.

📬아래는, 현재 공개중인 '모두 오픈' 레터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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