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10' 1월 3주차 #126

해뜰 녘의 모든 것, 그댈 옮겨보면 이 정도일까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으로 국내에서도 이젠 많은 팬을 확보한 미야케 쇼 감독의 차기작이 오는 2월 15일 개막 예정인 제74회 베를린 영화제 '포럼' 부문'에 정식 초청됐어요. 베를린과 일본 영화라 하면 바로 지난 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우연과 상상'으로 심사위원 대상, 은곰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이번 미야케 감독의 작품은 공식 경쟁이 아니라 좀 다를지 몰라도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와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모두 베를린에 초청됐던지라 연속 3회 초청되는 영광을 갖게 됐어요. 무엇보다 시절에 영화다움, 시네마토그래피를 실천하고 있는 작가란 점에서 더욱 기대하게 하거든요. 뚜렷한 사건 없이 시간이 흐르는 모습을, 일상 가장 지근거리에서 포착하(려)는 애씀이 필름의 떨림으로 잘 구현된다는 인상을 받아요. 작품에 관해선 전에 레터에서 간략히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무언가의 어려움으로 일상 생활을 옳게 하지 못하는 두 남녀가 서로의 어려움을 알아가며, 동시에 기대고 마주하면서 헤쳐나가는 세상과의 이야기를 다뤘다고 해요. 세오 마이코 씨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고,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목소리 연기를 했던 보이그룹 SixTONES의 마츠무라 후쿠토가 주연, 소메타니 쇼타 에모토 타스쿠에 이어 미야케 팀의 새로운 얼굴이 되어가는가 싶은 생각마저 하게해요. PMS, 월경전증후군으로 괴로운 여자와 패닉 장애로 버스조차 타지 못하는 남자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부족함 투성이의 두 사람이면 힘듦은 배가 될까 싶지만, 오히려 부족하기에 채워지는 희망의 배터리같은 게 존재할까요. 영화라는 건 아마도 너무 작아 흩어지기 쉬운 가녀리고 아파 부서질 것 같은 것들의 세계를 그럼에도 포착하고 있다 생각하거든요. 오늘도 하루가 물러가려는 지금, 새벽녘의 어느 구석에서 구독자님, 지금 무슨 생각 속에 있나요. 

💸 내일부터 일본에 간다면, 사뭇 달라진 지폐에 낯선 기분이 들까요. 지퍼락은 과일도 야채도 신선하게 보존해주지만 언제까지 재활용 가능할까 궁금해지기도 하는데, 아예 그런 가방은 어떨까요. 지난 주 일본의 지폐가 달라진다는, 모델의 주인을 바뀌어 동시에 해당 인물의 전쟁 중 범법 행위가 논란시되며 함께 보도되었는데요. 정말로 오는 7월부터 엔화에 변화가 와요. 일본 지폐 3종 1만엔과 5천엔, 그리고 천 엔짜리의 모델이 모두 교체될 예정인데요, 그러고보면 가장 많이 자주 쓰는 1만엔, 5천엔 1천엔 아닌가요. 만엔짜리엔 근대 일본 경제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부자와 에이이치 씨가, 5천엔권에는 일본 최초 여자 유학생이자 미국에서 공부한 교육가 우다 우메코 씨, 그리고 1천엔 권은 파상풍 치료법을 개발한 세균 학자 키타자토 시바사부로 씨의 초상이 그려질 거에요. 사실 얼굴 봐도 누구인지 알아보는 비-일본인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이런 거 다 위조 지폐 방지를 위함이 주된 목적이잖아요.

그래서 앞으로의 일본 지폐 1만, 5천, 1천엔 권은 기울였을 시 초상이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홀로그램을 차용하거나, 스카시는 초상 뿐 아니라 종이 두께를 극도로 얇게 얇게 세공함으로서 고도로 섬세한 퀄리티를 구현해요. 총 45억 3천만 장을 찍어낼 예정이고, 물론 기존의 지폐는 사용이 가능해요. 돈을 위해 다시 필요해지는 돈, 이게 다 무얼 위한 아이러니의 작업인가요. 굳이 돈 들여 바꾸는 이유를 따져본다면 입장에 따라 달라질 것도 같지만, 오는 3월 1일 '빔스'와 ' 지퍼락'은 또 한 번의 콜라보를 진행, 선물용 포장에도 대응 가능한 즉 리본을 그리거나 부착한 제품을 발매할 예정이에요. 기능과 용도에 충실한 제품이지만, 플러스 생활의 즐거움 또는 함께하는 재미까지 고려한 걸까요. 'BEAMS BOY'의 일러스트를 그려온 아티스트 야마구치 사토코 씨가 디자인에 함께했고, 이번 지퍼락의 컬러는 왜인지 '핑크'가 되었어요. '펜톤'이 공개한 올해의 컬러는 피치 퍼즈, 때때로 핑크인가요.

가격은 40장 들이 M, 26장이 들어있는 L 사이즈 모두 768엔. 그리고 무엇보다 신권이 만들어진다는 것. 그 시작에서 우린 모두 경제적으로도 공평하던가요. 그럼 오늘도 같은 자리에서 또 시작해볼게요.

🚧 디지털 AI 시대에 옥외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개인적으로 일본 고유의 마케팅력을 보여주는 분야가 곧 옥외 광고물이라 느끼기도 해서, 이와 관련 뉴스들을 빼놓지 않고 보게되는데요. 공사가 하루도 끊이지 않는 시부야 그곳엔 이런 광고도 가능한 걸까요. 얼마 전 도큐 덴엔토시센(東急田園都) 시부야역 지하 1층 출구 A0・A1 부근에 이게 대체 뭘 말하지 싶은, 온통 까맣기만 해보이는 광고판이 등장했어요. 그야말로 공사중인 건가 착각하게 할 정도의 비쥬얼이었는데요, 정체는 문구와 오피스 기기, 그리고 농업과 식품 포장 등 광범위한 사업을 전개하는 통합 제조 업체 '마크스(マックス)'가 최근 주력하는 자사 제품 철근과 와이어를 보다 용이하고 단단하게 결속하는 '충전식 처근 결속기'를 홍보하기 위함이었고, 다만 그 방식이 제품이 쓰이는 현장 곧 공사장을 그대로 광고물로 차용하는 제법 대담한 방식을 택했다는 거에요. 즉 공사 현장이 곧 광고물이 되었는데요. 전체 길이 20미터 곱하기 높이 2미터 짜리 보드는 멀리서 보면 얼핏 공사중인 건가 싶을 뿐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철근을 접점으로 공사 현장에서 공구를 사용하는 작업인의 사진들로 매워져있어요.

더불어 공사장에 빼놓을 수 없는 건축 기준 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확인 증서 간판의 디자인을 빌려 제작한 '광고 게재에 대한 알림', 그리고 '양해를 부탁한다'는 공사 현장 알림판 대신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광고성 어필 표식까지. 알고보면 '공사 현장' 또한 하나의 광고적 커뮤니케이션이었을까요. '마크스'는 자사의 '강하게 오래 버티는'을 모토로 하는 호치케스 심을 비롯 건설, 건축 공구 또한 튼튼하고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고 이번 광고를 제작했을 따름이지만, 공사가 하루도 쉴 날이 없는 거리이기에 가능했던 광고는 또 아니었을까요. 가볍게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지만, 부러 이야기하고 표현해보았을 때 돌아보게 되는 무언가가 있고, 아마도 그런 게 크리에이티브의 시작이 되는 건 아닐까 돌아보게 해요. 매일이 공사날인 도시에 철근을 부러 이야기한다는 것, 분명 새로운 돌아봄, 곧 발상일 테니까요.

📽️ OTT 기세에 스마트 TV가 늘어나며 점점 더 자리를 위협받는 영화관, 구독자님 요즘 영화관 가나요? 개인적으로는 제1의 취미 아닌 취미가 영화인지라, 영화관은 비단 영화 한 편을 보는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갖는데요. 근래에는 영화 만으로 수익을 낼 수 없어 콘서트도 상영하고, 떡뽁이를 파는가 하면 심지어 e-게임 콘테스트가 펼쳐지기도 하는데요, 물론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영화란 점에서 완전히 틀린 변화들은 아니겠지만 이 모든 게 다 돈 때문인 거라면 그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갖게돼요. 변화라면 근래 아마도 그 어떤 곳보다도 압도적인 시부야에서 지난 1월 13일 이러한 배경을 아우르는 하나의 전시 '시부야에 있었던 영화관(渋谷にあった映画館)'이 시작됐어요. 부제로는 '쇼와 30년대까지-'라 붙었는데요. 시부야라면 영화 뿐 아니라 인디 밴드랄지 패션, 그리고 근래엔 게임까지 엔터테인먼트의 멀티 플레이어적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영화에 관해서라면 다이쇼 시대부터 그 역사의 뿌리가 깊다고 해요. 전쟁으로 많은 곳들이 전소됐지만, 이후 다시 새로운 극장이 문을 열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가는데요,

그럼에도 최근엔 우리와 마찬가지의 이유로 작은 영화들은 문을 닫는 가운데, 그렇기 때문에 그를 기억하는 자리가 마련된 셈이에요. 영화 문화의 전성기였던 쇼와 30년대까지의 영화관 그 역사를 훌으며 '요세(寄席, 라쿠고, 만자이 등을 하던 작은 극장 형태의 공간)· 시바이코야(芝居小屋, 작은 연극 무대)에서 영화관까지-메이지·다이쇼期', '시부야의 터미널化와 영화관 쇼와 초기', 그리고 '전후의 부흥과 쇠퇴-쇼와 20~30년대'와 '서민 오락과 영화' 등 총 네개의 챕터로 역사 '도큐 판테온'과 '시부야 쇼치쿠 극장', '에비스 제국관' 등 역사적 극장 25개관의 프로그램과 티켓이랄지, 사진, 그리고 후루카와 타쿠미의 1956년작 '태양의 계절' 포스터와 영화 필름의 실물, 심지어 무성영화 대본이 약 150점 공개 전시되고 있어요. 영화관을 기억하는 건 곧 그곳에서의 추억일텐데, 추억을 추억하기 위한 자료가 남아있다는 것, 영화 만의 고유한 자산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전 시부야 도겐자카 골목의 '유로 스페이스', 오모테산도 길변 '이미지포럼'을 좋아해요.🙋‍♂️

👪 위의 영화관 이야기에서도 느껴지듯,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가 여전히 맞다면 그건 아마 사람이 돌아오는 거..가 아닐까요. 곧 기억은 장소가 되어 다시 그곳에 시작을 해요. 근래 도쿄는 물론 일본에선 줄을 잇는 서점들의 폐업한 자리에 다시 서점이 문을 여는 움직임이 자연스레 퍼져가고 있는데, 이번엔 하라쥬쿠에서 카페가 그 세번째 시작을 알렸어요. 쥰, '언더커버'의 수장인 타카하시 쥰과 저희 레터 단골이기도 한 후지와라 히로시, 그리고 그들의 친구이자 기업가 야마모토 우이치가 힘을 모아 하라쥬쿠 카페의 명당 'montoak'의 뒤를 이어가겠다고 발표했거든요. 'montoak'은 보다 먼저 하라쥬쿠에서 '전설의 카페'로 불리던, 다양한 장르의 크리에이터들이 자유롭게 모여 교류가 이루워지곤 했던 '카페 드 로페(Café de Ropé)'가 문을 닫은 뒤 그 DNA를 이어받든 2002년 영업을 시작한 곳이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그 'monotoak'가 2023년 3월 문을 닫은 바로 그곳에 쥰과 후지와라, 그리고 야마모토가 그의 유산을 이어가는 카페& 라운지를 만들겠다고 말해버린 셈이에요.

그러니까 장소는 그자리 그대로 3번의 시작과 마지막이 교차하는 듯한 '시작을 알리는 시작'일까요. 후지와라 씨는 일찌감치 수영장을 개조했던 편집숍 'the pool aoyama'랄지, 긴자의 지하공간을 언더적 컬쳐 공간으로 해석한 'the park ing ginz', 그리고 국내에서도 유명했던 'the conveni' 등 공간 제작의 경험이 있잖아요. 여기에 타카하시 씨는 패션 뿐 아니라 가구 제작에도 일가견이 있고, 야마모토 씨는 애초 'monotoak'의 운영진이기도 했어요. 일단 이 셋의 합만으로도 '라운지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자리를 만들고 이어가는 건 아마도 사람과 사람, 그 사이의 화학적 결합 작용은 아닐까 모르겠어요. 아, 그리고 후지와라 씨 촬영의 이번 W Korea 뉴진스의 멤버 HANI의 커버호 보았나요. '일상과 인물로부터 '미정형'의 순간을 포락하는 데 주목했다'며 잡지사 측의 제안이 있었다 해요. 그러니까 다시 한 번 사람과 사람. 다시 시작할 하라쥬쿠의 카페의 모토는 우리가 컬쳐다, 'YOU ARE CULTURE'에요.

👔 유니클로가 '헌 옷을 팔기 시작하고, 어패럴 업계 통털어 때아닌 헌 옷 시장이 들썩이는 요즘인데요, 일본에서야 후루기가 워낙 오래부터 인기 있었지만, 이렇게 또 한 번 시장에 자리를 빼앗기기 전, 돌아봐야 할 게 있지 않을까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에세이스트이기도 한 사카다 미기 씨가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SHIFT80'가 오는 1월 23일부터 2월 22일까지 한 달 간 '후루기 문제'에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취지의 전시 '옷에 마지막에서부터 묻다-후루기의 무덤 케냐에서부터 슬럼의 시점을 생각하다(服のおわりから問う -古着の墓場ケニアからスラムの視点を交えて考える)'가 지난 10월 오픈한 '토라노몽 힐즈' 내 '소셜 이슈 갤러리 'SIGNAL'에서 개최돼요. 후루기, 곧 헌 옷이란 대부분 자국에서 소비되지 못한 채 개발 도상국이나 그 이하의 국가들에 수출이 되고 있거든요. 대개가 아프리카 국가들이고 그 중 케냐는 후루기가 가장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말하자면 여러 나라를 거치며 후루기의 후루기를 여러 번 거듭한 뒤 도달하는 국가라 해요.

다만, 이와 같이 내가 입지않는 옷을 남(의 나라)에 떠넘기기만 한다면, 그에 더해 그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그건 곧 먼저, 쓰레기의 문제로 확장되기 마련이잖아요. 그러니까 '후루기'의 수출입 절대 공평한 사다리의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이번 전시는 '후루기와 아프리카'를 테마로, 동시에 하나의 긍정적 대안을 제시하듯 케냐에서 제작된 후루기 업사이클 콜렉션을 모아다 판매하고, 케냐의 대표적 슬럼가 키베라의 젊은 이들과의 협업도 실시, 사진과 영상 작품을 전시해요. 말하자면 그간 후루기 산업에서 소외되어 온 정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최종 도착지, 그리고 사람들을 뒤돌아보는 기획이에요. 애초 사카다 씨의 SHIFT80, '세계를 조금 더 좋게 전환해간다'를 모토로 수익금의 80%를 매번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나눔하는, 반 공익적 성격 브랜드이기도 하거든요. 더불어 아프리카 빈곤 아동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생활 기반의 지원 활동도 벌여요. 아무리 멋지고 값비싼 옷이 좋아도, 그의 '마지막'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별로 공평하지 못한 한 벌에 지나지 않을지 몰라요.

📽 만남 다음 이별이라 한다면, 어쩌면 지금부터가 진짜, 하지 못한 이야기의 진짜 시작은 아닐까요. 근래 전에 없이 활발한 재개발이 이뤄지며 많은 것(곳)들이 이별을 고하는 가운데, 그럼에도 어제를 잊지 않고 간직하는 내일의 모습들을 종종 보게돼요. 서점 자리에 서점이, 카페가 문을 닫고난 뒤 카페가 다시 문을 여는 것처럼 아마 장소는 시간보다 기억의 매개물이 아닐까 싶어지기도 하는데요. 이번엔 2014년 폐관한 키치죠지 영화 문화의 중심이자 그 자체이기도 했던 '바우스 시어터'의 종적을 훑은 영화가 제작을 알려왔어요. 그런데 그 방식이 좀 남다른 게 지난 해 세상을 떠났던 일본 영화계의 무시할 수 없는 이름 아오야마 신지 감독이 미완성 유작으로 남긴 영화의 각본을 록밴드 Bialystocks의 보컬이기도 한 영화 감독 우라키 모토소라 씨가 이어서 완성, 이번 영화의 각본으로 사용하는 형태를 취해요. 그러니까 이제는 없어진 영화관과 완성을 마치지 못한 쓰여지다 만 각본이 만나 하나의 새로운 영화를 구성하는 시도인데요,

키치죠지 영화관에 대한 역사를 담은 서적 '키치죠지 바우스 시어터-영화에서 출항한 영화관(吉祥寺バウスシアター 映画から船出した映画館'과, '키치죠지에서 자란 영화관 이노칸 MEG 하우스 키치죠지 사람 영화관 3대기(吉祥寺に育てられた映画館 イノカン・MEG・バウス 吉祥寺っ子映画館三代記)' 이렇게 두 권의 서적을 원작으로, 마을에 영화관이 생기고 또 없어지는 세월을 함께한 한 가족의 이야기가 버무러져 비단 과거에 존재했던 것이 아닌 영원히 기억에 남을 영화관의 초상화를 그려봐요. 제목은 'BAUS 영화에서 출항한 영화관(映画から船出した映画館). 개인적으로 아오야마 감독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떠나간 영화관을 그리는 마음 좀 오래 전 유명 감독 11인이 참여한 '그들 각자의 영화관'이란 영화가 있었지만, 이건 좀 더 마을 관점에, 동네에 흐른 세월을 품어낼까요. 이번 제작 발표에 있어 우라키 감독은 '그 무렵 키치죠지의 영화관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라는 말로 운을 떼기도 했어요. 영화관에서, 우린 어떻게 살았을까요.

☕️ 코로나가 시작되고 집밖 멀리 갈 수 없게된 시절에, 우리동네 있다없다, 줄여서 '있기없기'가 당시 트위터 인기 트렌드에 올랐던 거, 기억하나요. 부동산 시장은 역세권, 숲세권, 학군이나 교통 편 따라 움직일지 몰라고 실제 생활하며 자잘한 충족감을 가져다주는 건 이렇게 사소한 '있기없기'일 거라 생각하거든요. 가령, 저희 동네엔 서브웨이가 도보 5분이라 배달비 4천원 부담하지 않아도 되고, 반면 맥도날드는 길 건너건너 복잡한 위치라 애당초 배달은 포기해버리고 마는, 소위 '있기없기'의 루틴들. 구독자님, 그렇게 아쉬운 단 하나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얼마 전 1월 18일 일본 효고현(兵庫県) 토요오카시(豊岡市)에선 카페 체인 스타벅스의 입점 사실이 알려지면서 작지만 적지 않은 화제를 낳았어요. 토요오카시, 스타벅스가 없는 마을 그 하나였거든요. 이와 관련해서는 2021년 당시까지 일본 내 유일하게 스타바를 갖고있지 않은 현 돗토리 지사가 '스타바는 없지만 스나바'는 있다고 말해 웃픈 표정을 짖게하기도 했는데, 고작 스타벅스이지만 그럼에도 스타벅스이기도 해요.

아무튼, 이번 토요오카시의 스타벅스는 기존 JR 토시오카역 인근 대형 서점 '츠타야 AVIX 토요오카' 점포 내 일각을 빌려 개업하고, 이는 2007년부터 '스타벅스'와 '츠아야'의 자회사 CCC가 라인센스 협약을 맺고 카페와 서점의 융합형 점포를 시작함에 따라요. 전체 점포 공간 약 730평 중 30%(230평)에 달하는 공간을 카페, 곧 스타벅스에 내어주는 식이라 하는데요 이제 오요오카, 그곳에서도 한 손에는 커피를 그리고 나머지 한 손엔 책을 들고 즐기는 휴식이 가능해지는 걸까요. 토요오카 시 관계자는 근래 지역에 보이는 인구 변화를 토대로 '가족 단위 고객의 증가와 양육 세대의 방문을 기대한다'고도 말했어요. 그만큼 서적 뿐 아니라 문구와 잡화, CD 등 지역 사정에 기반해 공간을 꾸려가겠죠. 물론 스타바가 전부는 아니지만, 이렇게 또 하나의 불평등이 조화의 수평선을 맞춰가요.

 👨🏼‍🎨 일본의 서브웨이엔 '샌드위치 아티스트'가 상주한다?! 

빵과 치즈, 토핑과 메인 재료 그에 더해 드레싱까지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산출해보면 대체 얼마만큼의 샌드위치가 만들어질까요.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샌드위치급 브랜드력을 과시하고 있는 '서브웨이', 구독자님 '나만의 메뉴 주문법' 혹은 루틴같은 거 가지고 있나요. 저는 늘 드레싱 단계에서 고민이 길어지는 편인데, 접객의 강국 일본에선 그를 도와주는 점포 직원을 '샌드위치 아티스트'라 부른다고 해요. 그리고 얼마 전엔 샌드위치에 한해서라면 아티스드들끼리 경쟁 '위대한 샌드위치 아티스트 어워드', 콘테스트가 열렸거든요. 세상에 별 대회가 다 있다 싶으면서도, 맞아맞아 그정도로 쉬운 고민은 아니었어 싶어지는 대목인데, 동시에 샌드위치 하나에도 실은 생각 그 이상의 고민, 레시피와 재료 배합의 순서와 비중은 물론 제공하는 방식에서의 섬세함과 센스 등 다양한 것들이 함께 '샌드'되는 건 아닐까 모르겠어요. 무엇보다 얼마나 힘들고 복잡하면 꽁트 소재로까지 차용될까 싶은 서브웨이잖아요. 그래서 이 이야기 조금 가져와봤는데요.

2023년 콘테스트 우승을 차지한 도쿄 오차노미즈(御茶ノ水) 지점 아르바이트 직원, 현재 대학교 재학중이기도 한 이마무라 사츠키 씨의 '서브웨이' 이야기를 좀 들어볼게요. 2022년에 일을 시작해 1년 반만에 이룬 성과라 하는데, 그의 샌드위치는 무엇이 얼마나 그레잇한 조합, 그리고 접객의 한 끼였을까요.

 "중요한 건 암기력 아닌, 접객의 기술" 

🥪  먼저 현재 일하고 있는 점포에 대해 알려주세요

이마무라 사츠키 제가 근무하는 '서브웨이 오차노미즈 역앞 패밀리마트 점'은 패밀리마트 점포 안에 서브웨이의 판매 카운터와 EAT IN 스페이스를 겸한, 공동 출점 형식 점포에요. 이런 식의 콜라보 점포는 새로운 업태로 2008년 시작해 현재 도쿄 도내에 3곳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그리고 오차노미즈는 일본 굴지의 학생들의 거리이기 때문에 역시 학생들이 자주 찾고, 저 역시도 인근 대학에 재학중이거든요. 더불어 편의점을 찾았다 겸사겸사 이용하는 회사원 분들도 적지 않아요. 

🥪 'Great Sandwich Artist Contest'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려요.

이마무라 '서브웨이'는 '고객을 행복하게 한다'는 목표를 갖고있어요. 한사람 한사람 고객에 맞는 맛있는 샌드위치를 제공하고, 프렌들리한 접객을 통해 그 순간을 즐겨주셨으면 하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 목표 설정이에요. 그리고 저희는 서브웨이 점포에서 일하는 직원을 '샌드위치 아티스트'라고 부르고 있거든요. 일하는 각자가 브랜드를 대표하는 존재가 되어 상품과 서비스가 일체화되는 체험을 고객에게 전하기 위함, 그런 목표를 반영한 직함이기도 해요.

그리고 콘테스트에 대해 말하면, 샌드위치 아티스트의 스킬 향상을 촉진하기 위해 동시에 '서브웨이' 전체의 서비스 퀄리티를 올리기 위해서 약 5년 만에 실시되었어요. 구체적인 내용은, 접객 부문 테스트와 필기 테스트가 있어요. 먼저 참가를 위패 각 점포의 대표자로부터 추천이 있어야 하고, 이후 동영상 심사를 거쳐 지역 부문 대회에 선출돼요. 이후 전국 대회에 나갈 수 있는 흐름이에요. 저 역시 같은 과정을 밟았고 점장의 추천을 받은 후에는 대회 출장을 목표로 매일 점포에서 연습을 반복했어요. 빵을 굽는 방식이랄지 빵을 컷하는 나이프의 각도, 메이킹 과정 전체를 세부까지 꼼꼼하게 놓치지 말자고 다짐했죠. 그리고 이러한 일들이 비단 대회 성적 뿐 아니라 점포 내 커뮤니케이션에도 도움이 되고, 팀의 화합으로 도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혼자가 아닌, 함께 고민하다" 

🥪 서브웨이라고 하면, 먼저 그 레파토리의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함이에요.

이마무라 고르지 못하겠다, 고민하게 된다. '서브웨이'에서 주문을 한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그렇게 느껴본 적 있을 거에요. 실제 그 조합을 늘여가면서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은 무한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어요. 다만, 저희는 고객의 눈 앞에서 좋아하는 것이나 취향 등을 대화하며 오더 메이드 샌드위치를 만들어요. 그를 위해 메뉴를 보면서 고민하는 듯 보이는 손님에게는 제가 추천 토핑이나 조합 방식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편이에요.

🥪  접객을 하면서 특히 신경 쓰는 거 있나요.

이마무라 늘 생각하는 건, 때와 경우에 맞춰 접객한다에요. 예를 들어 '득이 되는 캠페인'을 실시중인 기간이라면, 고민하는 손님에게 바로 안내해서 상품 선택의 가능성을 조금 더 열어놓아요. 또는 아이를 데리고 온 고객에게는 샌드위치의 커팅을 먼저 제안하고, 때와 경우에 맞춰 다음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한 발짝 앞선 접객을 의식하는 것 같아요.

 ⛅️ Everlasting, 늘 오랜만이라는 그 시제  

구독자님, 꿈에도 혹시 연속성이란 게 있을까요. 하나의 꿈 속에 벌어지는 일들이 갖는 전후나 인과 관계로서의 연속성을 말하는 건 아니고, 몇 년 전 꿈이 시간이 흘러 다시 떠오르는, 그리고 정확히 끝났던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을 하는 그런, 그야말로 꿈만같은 연속성은 역시 부재할까요.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난 게 안타깝게 다시 누워 결국 늦잠을 자고 말았는데요, 그러는 차 오래 전 자주 꾸던 꿈을 또 한 번 만났거든요. 익숙한 얼굴을 만나고 익숙한 감정을 느끼고 익숙한 흐름과 결말에 '아 내거 여기 있구나' 싶은 자각까지 하면서, 시간은 어느새 오전 10시를 넘고 있더라고요. 꿈이란 알면서도 모르겠고 모르면서 더 모르는 것이라, 일본 고전 문학만 살펴봐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츠케 소세키, 야마모토 슈고로, 사카구치 안고 등등 이 단한자의 제목으로 쓴 단편이 수두룩하기도 해요. 꿈, 대체 무엇이길래 사라지면서 또 다시 시작할까요.

1월도 어느덧 후반을 접어드는 오늘 밤에 연속성이란 건, 아마 가장 영원에 가까운 시제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오랜만에 찾은 식당에서 그 때와 같은 메뉴를 주문하고 정확히 치돈은 딱 두조각 남기고 돌아온 저를 돌아보면서 말이에요. 구독자님, 꿈이란 건 어쩌면 그곳에 남기고 온 치즈 돈까스 두 쪽과 같은 걸까요. 어제의 내가 알던 이야기가 자꾸만 모르는, 처음보는 이야기를 해요. 늘 그렇게 우린 오랜만이거든요.

🙇‍♂️ 오는 화요일 1월 23일 '화요 레터'는 쉬어가는 주입니다.

📫 같은 주 금요일 1월 26일에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127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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