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헤어지고 1천 일, '도쿄를 업데이트 하다'

✈️ 다시 떠나는 여행, 어쩌면 정말 '문 앞'에 와있을까요. 얼마 전 일본 정부가 6월 내에 현재 전면 금지되어 있는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백신 3회 접종자에 한해 풀 거라는 발표가 있었는데요. 물론 그에 더해 소인원 단체 여행이란 조건도 붙어 있었어요. 그러니까 5~6명 정도의 패키지 여행만. 세계적으로 관광객 유치(침체된 경제의 회복)를 위해 그간의 입국 조건을 완화하는 가운데 참 '일본다운' 진중함이거나 여지없이 '일본스러운' 자국 중심이라 느꼈는데요. 그렇게 정말 맘 놓고 자유로운 일본 여행은, 조금 더 먼 곳의 일일까요. 그런데, 요즘 일본이 나름대로 '일본을 벗어나려는' 전에 없던 변화가 수상해요.

엔저(円安)가 멈출 줄 모르고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적 경제 정체와 맞물려 활기를 잃은 국내 생산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일본 경제를 만들어냈던, 중추 기업들은 더 이상 예전같지 못한 상황에서, 며칠 전 '총인구 1억 주주 계획(一億総株主)'이란 말이 제기되었거든요. 현재 일본의 인구는 약 1억 5천. 그 중 1억 명이 무언가의 주주가 되어야 한다? 정부가 주식 권하는 나라 있던가요? (가)보지 못하고 살아온 세월이 어느새 수 백 일. 다시 일본에 간다면, 우린 알아볼 수 있을까요. 우리가 알던 일본은, 그곳에 있을까요. 💌오늘의 주제, '코로나 2년의 도쿄를 업데이트하다'에요.

 🎌 일본이 부른다 내일이 온다 

코로나 이후 하늘 땅 바다 할 것 없이 꽁꽁 닫혀있던 문들이 조금씩 열리고 있는 지금, 지난 5월 스위스에서 개최된 '다포스 포럼'에선 앞으로의 여행 산업을 전망하는 지수가 발표됐어요. 2년에 한 번씩 정례적으로 진행되는 여행 산업 보고서의 성격이고, 다만 올해는 코로나 이후 침체된 상황과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기존의 'Travel & Tourism Competitiveness(경쟁력)'가 아닌, 'Travel & Tourism Development Index', 앞으로의 '개발' 측면에서 보고서가 완성되었는데요. 그렇게 부제는 'Rebuilding for a Sustainable and Resilient Future.' '지속 가능하고 회복하는 미래를 위한 재건' 정도일까요. 멀리 떠나버린 여행을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여행 인프라는 다시 구축될 수 있을까(회복성),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시절 여행은 다시 우리 일상이 될 수 있을까(지속가능성) 등이 이야기되었고, 나라 별로 점수를 매겨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1위가, 일본이에요. 2위부터 5위까지는 미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 순. 아시아 국가 중에는 10위 내에 싱가폴(9위)가 있는데요. 한국은 지난 발표 보다 4계단 상승 전체 117개국 중 15위에요. 이는 경쟁력(여행지로서의 매력)에 더해, 얼마나 빠른 시일에 이전의 여행 시스템을 회복할 수 있느냐, 더불어 사회 전반의 발전을 위해 여행 관광 산업이 짊어질 역할의 수행력 등을 고려한 결과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꼭 '여행'만 꼭 집어 매겨진 점수는 아니에요. 코로나 이후, 여행을 잃고 어쩌면 우리가 깨달은 가장 큰 가르침은, '일상 없이는 여행도 없다'는 것, '여행은 여지없이 건강한 일상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잖아요. 

그렇게 일본이 높게 평가받은 항목은 '공공 교통 기관의 편의성(1위)', '대규모 스태디움의 수(3위)', '세계 문화 유산의 수(9위), '전통 예술 등 무형 문화(4위)' 등이었고, '살인 발생률이 적다(2위)' 등 치안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어요. 다만, '비자 요건' 항목에서 104위, '기후 변동에 대응'에서도 최하위에 가까운 107위를 기록하며 여전히 폐쇄적인 국가 무드와 2차 산업 중심의 경제 시스템이 그대로 반영됐다고도 느껴는데요. 다만, 코로나 전 3200만까지 치솟았던 해외 관광객 수가 줄고줄어 지난 해 25만으로 급감. 회복할, 반등할 여지의 폭이 크다는 점도 고려되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봤어요. 무엇보다 일본 여행 산업의 가장 큰 과제는 '뒤늦은 디지털화'와 '현금 중심 소비'로부터의 탈피이고, 그래도 최근 느끼는 건, 캐쉬리스 세대들이 부상하며 오히려 현금 결제 불가능한 가게들이 하나둘 늘어간다는 거에요. 환전 없이 일본 여행하는 날, 찾아올까요.💸

 📉 글로벌 물가 상승 시대, 42년 노포가 '인플레'에 대응하는 법 

세상이 뒤집혀도, 전쟁이 나고 물가 파동이 일어도 절대 꼼짝않는 요금, 뭘까요. 각 지역의 지자체와 '공중 욕조 협회'가 요금을 책정, 관리하는 탓에 20년 넘게 470엔(도쿄, 성인)이었던 일본의 대중 목욕탕 '센토'가 지난 3일, 또 한 번에 요금 인상을 했어요. 코로나로 인한 손님 급감과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며 급등한 기름 값 등을 이유로 지난 해 10엔 인상에 이어, 최초로 2년 연속 입장료의 인상을 결정했는데요. 그렇게 성인은 5백엔, 어린이는 2백엔. 한국에 비하면 많이 저렴하죠? 개인적으로 벌써 3년 전, 취재 차 만났던 다이토구(台東区)의 100년 센토 '히노데유(日の出湯)' 4대 주인 타무라 씨에게서 센토 만의 요금 '속사정'을 처음 듣고 그야말로 당황했는데요. 아무리 공중 위생의 영역이라 해도 엄연히 개인 사업장이잖아요. 그래서, 이 뉴스를 보고 타무라 씨가 잠깐 생각이 나기도 했어요.

아무튼, 그야말로 인플레. 22년 간 꼼짝도 하지 않았던 도쿄의 센토 입장료까지 들썩이게 할 정도로 물가 상승이 전세계적으로 난리인데요, 일본에서도 뉴스만 틀면, 마트며 편의점이며 공공 요금까지, 일제히 올랐다는 이야기 투성이에요. 지난 주 보도된 '아사히TV' 뉴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미 4천 7백개 품목의 가격이 인상되었고, 6월과 7월, 그리고 8월에도 약 3천 8백 품목의 가격 인상이 결정된 상태라 하는데요. '우리 일상에 돈 주고 사쓰는 물건이 그렇게나 많았나' 싶으면서도, 이제 우린 어떡해야 하나요.

인플레란 말 처음은 아니지만, '제1생명 경제 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나가하마 토시히로 씨는 "근래에는 좀 말도 안되는 품목에서도 인플레가 벌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거든요.' 얼마 전 '우마이봉' 한 개 가격이 무려 42년 만에 10엔에서 2엔 올라, 12엔 됐다는 뉴스를 보며 '피식' 웃었는데요, 더 이상 '피식' 수준이 아니게 됐어요. 

익숙한 것들로 이야기해보면 세계 최초의 컵라면 '닛신 식품'의 '컵누들'이 6월부터 12%나 올라 214엔이 되었고, 아이스크림도 '마루허니치로'가 8월 이후 가정용 냉동 식품 중 90%의 가격 인상을 예고하며, 1백엔 동전 하나로 아이스크림 사 먹던 시절도 이제 끝났다는 말이 나와요. 심지어 나가하마 씨는 이건 아직 우크라이나 전쟁 발 인플레는 반영되지 않은 숫자'라 이야기하는데요, 기후 위기로 인한 가스, 수도, 전기세의 동반 상승이 이 만큼의 인플레 충격을 낳고 있어요. '식료품은 올해 말까지 인플레가 지속될 거라 생각되고, 우크라이나 침공의 영향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건 6월 이후 부터. 곡물은 올해 말부터 내년에 걸쳐 그 영향이 본격화될 겁니다.' 구독자님, 어떡하죠. 요즘 엔이 좀 싸다고 했던가요.

식료품 뿐 아니라 지난 해 중국과 인도에서의 물난리로 향신료 원자재 값도 급상승, 인도, 타이 요리 등을 제공하는 음식점에선 재료값만 기존보다 25% 올랐다는 말도 나오고, 실제로 커리 체인점 '코코 이치방'은 6월 이후 모두 5종의 커리 메뉴(라이스 300g)에 대해 +33엔, 토핑은 +11엔 인상을 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텐동 체인 '텐동 텐야(天丼てんや)'도 전체 34개 메뉴 중 13개를 1~8%, 10~30엔 사이로 가격을 올려, 이제 텐동 한 그릇에 5백엔 짜리 동전 하나도 부족한 지경이 됐어요. (🪙앗, 그리고 21.11.01부터 '5백엔 신권'이 발행되기도 했어요.) 여름이 시작하면 더욱더 본격화할 거라는 '인플레 러쉬.' 이 얄궂은 타이밍에 '다시 시작하는 여행' 반갑지만도 않은데요. 다만, 나가하마 씨는 '3년 만의 여름 휴가철을 맞아 어쩌면 예상치 못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해요. 

엔円💴이, 싸다고 하던가요?!🤔

 ⛩️ 대표 관광지 '아사쿠사'에선 이제 '비일상의 일상'을 여행해요 

도쿄와 멀어지고 2년 약 6개월. 그간 일본엔 무슨 일이 있었던가요. 기다렸던 올림픽은 불발돼 코로나에 상처난 행사가 치뤄졌고, 2011.3.11 이후 10년 내 관동 지진을 예견했던 이야기는 실제 현실이 되어, 도쿄 인근 지역이 1주일 가깝게 정전이 되는 등 적지 않은 피해를 남겼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2020 올림픽을 기대하며 대거 새로 문을 열었던 아사쿠사(浅草) 인근의 호텔들. 센소지(浅草寺)와 나카미세 도오리(仲見世通り) 등 아마도 가장 대표적 도쿄 관광 명소일텐데요. 그래서 가장 큰 상처가 남은 거리일 것 같도 같아요. 실제로 얼마 전 한 뉴스에서는 관광객을 잃은 2년 남짓의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휴업, 심지어 폐업을 하는 호텔이 줄을 잇는다는 슬픈 소식이 보도되기도 했는데요.

물론 오는 10일부터 외국인 입국을 허용한다고 발표가 되었지만, 개인 숙박 업소의 경우 대부분 개인 여행자를 상대로 한 장사인 터라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숙박업소들의 속사정이에요. 특히나 근래 올림픽 전후로 아사쿠사에 새로 생긴 숙박 시설들은 호스텔 성격의 교류를 동반하는, 오픈된 호텔의 구조를 한 곳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숙박료 저렴한 잠자리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정작 관광객을 잃은 2년. 새로 오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호텔들이 울타리를 치고 휴업에 들어갔고, 심지어 그 중엔 PCR 검사소로 쓰여진 곳도 있어요. 1940년 문을 열어 80년 전통을 갖고있는 일본풍 여관 '여관 시게츠(旅館 指月)의 사장은

"(관광객이) 거의가 아니라 제로. 오지 않는 걸 넘어 이젠 자포자기 상태. 거리에 (관광객이) 보이기 시작한대 해도 결국 패키지. 우리같은 개인 손님을 상대하는 여관, 호텔엔 영향도 아무것도 없어요."라 이야기해요.

하지만 동시에 여행객이 떠나간 자리엔 동네 손님들을 위한 새로운 역할의 호텔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지난 12월 아사쿠사에 문을 연 'staymeBOOKS吾妻橋(아즈마바시)'은 당초 관광객 타겟으로 했던 계획을 틀어 '조금 남다른 일상'을 콘셉트로 지난 6월 2일엔 모두 만실을 기록했는데요.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1박을 바탕으로 객실엔 일상 속 내 방과 다름없는 모든 가구는 물론 키친도 구비되어 있어, 리모트 워크는 물론 일상 밖에서의 중장기 체재에 초점을 맞췄어요. 시절이 변한 지금, 그렇게 달라진 호텔에서 우린 어쩌면 지금과 다른 여행을 하게 될까요. 조금 먼 곳에서의 월화수목금요일은, 어떨까요.

물론 전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전통적 관광지, '100% 해외 관광객 장사'라 말했던 '여관 시게츠'와 같이, 관광 수입으로 움직였던 거리에마저 이러한 탈(脱)호텔'적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분명 내일의 여행이란 어김없이 경험해보지 못한 시간들 일 것 같아요. 🎍아사쿠사를, 좋아하나요?

 🎎 도쿄에서의 'K 여행'은 어떤가요? 

옛말에 '지는 동네 있으면 뜨는 동네 있다'고 했던가요. 얼마 전 저희 레터에서도 코로나 이후 긴자의 이상한 '캐쥬얼화'와 지상철을 지하화하며 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시모키타자와의 활기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그와 비슷한 또 하나의 예가 바로 원조 젊음의 거리 하라쥬쿠와 한인 타운으로 알려진 신오오쿠보에요. 신오오쿠보(新大久保)는 벌써 30년 전 욘사마의 활약으로 일약 붐비는 동네가 됐었는데요, 사실 그 전엔 외국인, 그것도 네팔 사람들이 많고(그래서 카레 가게가 많아요) 치안이 좋지 않아 기피 지역이기도 했어요. 한국인이나 중국인 아시아 계 외국인이 그저 많은 동네일 뿐이었죠. 하지만 '후유소나(冬ソナ, 겨울 소나타)' 열풍에, 욘사마, 권사마 등의 인기가 더해지며 소위 '한류 오바상'들의 성지가 되었는데요.

이후엔 열기가 조금씩 사그라들었지만 다시 2차, 3차, 그리고 최근엔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가 코로나 기간 중 넷플릭스 1, 2위를 나란히 차지하며, 다시금 전에 없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게 요즘의 신오오쿠보인데요. 심지어 지난 달 일본의 최대 휴가철 '골든 위크' 때에는 신오오쿠보 역에 사람이 너무 많아 경찰이 출동하고, 몇 차례는 열차가 정차를 패스할 정도였는데요. 역 자체가 작기도 하지만 같은 기간 하라쥬쿠의 걷기 힘든 거리로 유명한 다케시타 도오리(竹下通り)가 한산했던 걸 생각하면, 분명 신오오쿠보는 지금 도쿄의 인기 스폿 그 중심에 성큼 올라서 있어요. 실제로 코로나 여파로 대다수 거리들이 문 닫는 가게들로 싸늘한 가운데, 신오오쿠보는 코로나와 한일 관계 악화로 한 때 384곳까지 줄었던 한류 계 점포의 수가 2020년 650곳까지 회복했거든요.  

그에 더해 2차, 3차, 4차까지 흘러오며 한류 붐을 지탱하는 요소가 전에 비해 다양화된 게 이와 같은 빠른 회복세를 뒷밭침한다고 이야기돼요. 30년 전 욘사마 시절엔 오직 K드라마 만이, 이후엔 보아와 동방신기를 중심으로 K-아이돌이, 그리고 세대를 교체한 K팝스타가 주축이 되었다면, 최근엔 코스메와 구르메가 지속해 인기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거든요. 하라쥬쿠 '다케시타도오리'가 크레페로 떠올라 30년 넘게 명성을 유지했던 것처럼, 치즈 핫도그, 치즈 닭갈비, 심지어 최근엔 닭강정까지. 일본식으로 덜 맵게 변형된 K푸드가 K타운에서 인기를 얻은 후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장하는 모양세에요. 그래서 최근 제기된 말 중 하나가 '하라쥬쿠의 코리아타운化(コリアタウン化)'인데요.

최근의 하라쥬쿠라면 한 마디로 '활기를 잃었다', 아사쿠사 못지않게 코로나 이후 인바운드 상실의 타격을 그야말로 격하게 받은 지역이에요. 특히나 타케시타 도오리는 쌈직한 악세서리나 티셔츠나 모자, 신발 등 패션 잡화 등을 많이많이 팔아 수익을 내는 전형적 다다익선 장사를 해온 지역이거든요. 관광객 발길이 끊겨버린 코로나 이후, 가게들은 높은 임대료를 버텨내지 못하고 줄줄이 문을 닫고 있어요. 심지어 타케시타 도오리 원년 무렵에 오픈한 크레페 전문점 '엔젤's 하트'가 2019년에, 중국식 잡화를 취급하던 '타이츄(大中)'도 바로 전 해 2018년에 문을 닫았어요. 타케시타 도오리의 역사 자체가 사라져가는 기분인데요. 타케시타 도오리 관계자는 '코로나 영향으로 인바운드 손님이 완전히 사라졌어요. 내점 손님수로 말하면 전성기의 1/4에서 1/5 수준. 발길이 끊긴 가게는 어쩔 수 없이 폐점, 철거하는 곳이 늘어나는 분위기에요.'라 말해요.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는 그간의 '하라쥬쿠 프리미엄', 비싼 임대료 탓이기도 해요. 한 경제 애널리스트는 

 🗻 하라쥬쿠의 실종? 혹은 제2의 '코리아타운'이 되다?! 

이와 같이 이야기하는데요. 그래서 타케시타 도오리 입구부터 약 360m 이어지는 길은 이제 더이상 이동에 어려움이 없고, 지난 해 리뉴얼된 역사 앞엔 코스메 브랜드 시세이도와 이케아, 글로벌 체인 유니클로와 스타벅스, 그리고 세이코와 같은 유명 브랜드 숍이 늘어서며 사뭇 '어른의 거리'같은 느낌을 내요. 그리고 타케시타 도오리에는 규동체인 '요시노야', 맥도날드, 호시노야 커피, 그리고 다이소나 드럭 스토어 '마츠모토키요시(マツモトキヨシ) 등, 전국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체인점들이 의외로 늘었는데요. 이에 대해 기사를 쓴 '동양경제'의 야마다 노보루 기자는 '지방 도시랑 별 차이가 없다'고 한 마디로 정리해요. 말하자면 개성을 잃었다, 하라쥬쿠가 더이상 하라쥬쿠가 아니다라는 충격적인 사실. 

그에 맞물려 여고생들의 지갑 사정 또한 예전같지 못하다는 것도 작용하는데요. 얼마 전 발표된 '가계 금융 행동에 관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여고생들 용돈의 평균 액이 1990년대 월 7천엔 수준에서 2019년 5814엔으로, 1천엔 넘게 줄어어요. 요즘 고등학생들 씀씀이, 전 모르지만, 위의 애널리스트는 '이는 코로나 전부터 보이기 시작했던 종래의 비즈니스 모델이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일상 곳곳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반증'이라 이야기해요. 일본 경제가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 자주 들어도, 그게 JK의 주머니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이나 했을까요. 그에 반해 비교적 상품 단가가 저렴한 신오오쿠보가 '반대급부'격의 흥행을 누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요. 그렇다면, 유행의 발신지, 젊음의 거리 하라쥬쿠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요.

코로나를 전후로 활기를 잃은 타케시타 도오리를 정리하면 타피오카 붐과 함께 잠깐 들썩, 하지만 붐의 종식과 함께 다시 한산, 그렇게 빈 가게는 마스크 판매점들로 변했는데요. 그런 가운데 한국계 코스메, 엔터테인먼트적 가게들이 최근 늘어나고 있어요. 동그런까 '하라쥬쿠의 코리아타운化' 동대문에서 시작한 패션 코스메 브랜드 'STYLENANDA'와 아모레 퍼시픽의 'ETUDE HOUSE'이 3년 전 상륙했고, 지난 해에는 이름마저 신오오쿠보르 연상케하는 복합 상업 시설 'K-TOWN　原宿'이 문을 열었는데요. 그 안에 입점한, 다분히 '오징어 게임' 덕을 좀 보겠다는 'SQUIDGAME' 앞에는 연일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어요. 당연히 달고나를 체험을 겸해 판매해요. 그러니까 최대한 '리얼 타임'의 한국을 쫓아간다는 느낌이에요. 

심지어 신오오쿠보의 인기 식당 짜장면을 판매하는 '홍콩 반점 0410'의 타케시타도오리 점이 입점했고, 저도 여태 한 번 경험해보지 못한 '한강 라면', 알루미늄 용기에 봉지 라면을 끓여먹는 즉석 한국 라면 집도 생겼다는데요. 한국 여행을 하지 못하는 시절 🍜'고작 봉지 라면이라도 즐기려는 수요까지 생겨났다'는 분석이에요. 만나지 못했던 2년 그리고 180일. 어딘가 더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 들지 않나요. 그리고 근래 일본에선 다시 외국인 관광객 맞이를 준비하며 지자체 민간 할 것이 발 벗고 나선 게 하나 있는데요. 바로 📞'여행은 통역이 되나요?'  '언어의의 벽을 준비하라.'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에서 '포켓 토크'란 통역 단말기를 지급하거나, JTB는 스타트업 Kotozna의 다국어 동시 통역 툴을 도입해 언어의 장벽 허물기 채비에 나섰어요. 사실 일본은 자국 중심이다 못해 '넌-글로벌'한 부분이 없지 않는데요, 만나지 못한 오랜 그리움은 영어도 배우게 하나요. 일본에선 오랜만에 만났을 때, 'ohisashiburi'라 말해요.

 👨🏼‍❤️‍👨🏽 달라지는 일본, 기다리는 너와 나 

구독자님, 다시 떠나는 도쿄 3박 4일 실감 나나요? 비행기값 어쩌나 싶었지만 좀 전에 밥 먹으며 뉴스에선 (8월 이후) 편수가 대폭 늘어나 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란 투로 이야기하던데요. 여행이 비단 꼭 돈의 이야기였을까요. 최근의 일본은 여러 사회적 이슈가 연이어 터지며 누군가에게는 모르고 온 세월이 꽤나 두터울 것도 같아요. 근래엔 일본 경제의 지지부진함, 대표 기업들의 뒤쳐진 시대 적응에 관해서만 뉴스가 전해지고 있는 것도 같은데요. 제겐 얼마 전 보도된 '신자본주의'란 말이 참 흥미로웠어요. 기시다 정부가 들어서고 8개월에 거쳐 드디어 완성된 일본의 신 경제 정책인데요. 한마디로 아베의 '성장 중심의 신자유주의'에서 '분배주의로의 전환',

1️⃣사람에의 투자, 2️⃣양자와 AI 등 과학 기술, 3️⃣스타트업(신흥기업) 지원, 그리고 4️⃣탈산소·디지털화 모두 4개를 큰 축으로 해요. 이렇게만 보면 뭐가 '분배 중심'인가 싶지만, 그래서 발표 직후 '분배가 먼저인가 성장이 먼저인가'라는 해묵은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기시다 총리는 결국 '성장과 분배의 호순환'이란 말을 꺼냈는데요. 무엇보다 여기엔 아베의 '아베노믹스'가 놓쳐버린 성장 동력의 상실을 보전하려는 의지가 커요. 그리고 그 일환으로, 동시에 매우 이례적으로 개인의 재산 소득 증대를 목표로 하는 '자산·소득 증대 계획(資産所得倍増計画)'이란 게 실시될 예정인데요. 말하자면 각 가정에 금리 0%로 잠자고 있는 저축액을 투자 등을 통해 운용(순환)하는 자본으로 돌리기 위한 정책이고,

그를 위해 소액 투자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달지, 기존의 연금을 자신이 직접 운영할 수 있는 제도(이데코) 등이 이야기됐는데요. 레터 초반에 이야기한 '총1억명 주주'란 건 바로 이 내용이에요. 올해 초 저희 레터에서 코로나 후 일본의 가정 내 저축액이 무려 30조 엔 증가했다는 뉴스를 전하기도 했는데요. 일본의 금전 감각이란, 모험보다는 안정, 그렇게 투자 보다는 저축이거든요. 그리고 기시다의 신 경제 정책은 이를 좀 바꿔보겠다는 이야기이에요. 그렇게 늦기는 했지만 조금 더 세계화 반열에 다가가고 있는 듯한.

하지만 전 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별 거 아니지만, 갑자기 생뚱맞은 이야기이지만, 도쿄까지 가서 똑같이 캐쉬리스 결제를 하는 건, 별로 반갑지 않을 수 있겠다는. 환전을 하지 않고 세계를 여행한다는 건 그 만큼 편리할지 모르지만, 여행이란 곧 다름을 경험하는, 부러 그런 수고를 택하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두둑히 환전을 하고 넉넉히 엔화 지폐를 지갑에 넣어둔 뒤 지불을 하고 잔돈을 주고받으며, 절로 오가는 대화같은. 우리가 기다리고 있던 여행은, 이런 그림이 아니었을까요. 여행이란, 곧 '다름'을 살아보는 일이니까요. 얼마 전 일본에선 500엔 신권이 발행됐대요.🛫

📫오는 금요일, 6월 10일엔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48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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