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성큼 한 걸음, 이제 막 3월을 보내고 있지만 어느새 1/4이 지난 거라 생각하며 조여오는 마음, 불필요한 것이겠죠? 하지만 신정도 구정도 입학 시즌이자 공식적 신년을 시작하는 3월의 첫 날도 이미 지나버린 지금, 새해를 살아가는 데에도 가이드북같은 게 존재한다면 조금은 도움이 되어줄까요. 새로운 한 해라는 건 늘 지나온 해를 돌아보고 아직 오지 않은 또 한 번의 1년을 계획하게 하지만, 그러한 계획들 사실 얼마나 이뤄졌을까 생각하면 이 모든 거 '새로움'이란 여태도 잘 알지 못하는 그 무언가가 벌이는 체면같은 건 아닐까 모르겠어요. 아무리 실패를 했어도 본인 인정 한심한 한 해를 보냈다 해도, 곧 새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무한한 긍정의 희망같은 걸 품게하는 그런 파랑새 격의 맑은 하늘같은 마크말이에요.
하지만 얼마 전 사카구치 안고의 소설을 다시 읽으며,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연이어 보고,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를 업무상 돌려보며 또 한번 깨달은 건 도통 알 수 없는 인생 오히려 계획이 계획대로 이루어졌다는 게 보다 더 우연일지 모르겠단 생각이에요. 정답도 알지 못하면서 애초 무슨 계획이 가능하며, 그를 지키기 위해 안달음을 치는 건 또 무슨 의미가 있을 새로움일까요. 도리어 지금 바로 내 앞에 주변에 있는 것들을, 자세를 낮추고 피어나는 풀잎 속 꽃 한 송이를 놓치지 않는 노력이 값진 시간은 아닐까 모르겠어요. 지난 해 말, 올해도 먹거리의 최고를 가리는 '미슐랭 가이드'의 도쿄편이 출간되었는데요. 구독자님, 이런 거 믿는 편인가요? 미슐랭이라 하면 음식점 입장에선 평판이 되고 셰프에겐 놓칠 수 없는 명예이자 커리어의 반짝이는 별일 테지만, 그런 의미에서 손님 입장에서는 절대적 믿음으로 기능하는 듯 느껴져도, 어찌 그들의 별이 나에게도 똑같이 빛날 수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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