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6월 2주차 #98

구독자님, 여행 다녀왔나요. 요즘은 주변에 나만 빼고 다 여행 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록 공항은 매번 나올 TV 때마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들려오는 뉴스도 가는 곳마다 한국 사람이라거나 코로나 때 하지 못한 거 지금이 기회라는 말들이 많아요. 그렇게 다시 장농 구석에서 꺼내보는 캐리어, 또는 수트케이스 가방. 진심인 편인가요. 첫 해외 여행을 갈 때면 맘에 힘이 진뜩 들어 좋은 거 예쁜 거 비싼 거를 사고 싶어하지만 막상 수화물 내리는 현장을 보고나면 그거 다 쓸모없다 뒤늦게 깨닫게 되잖아요. 그럼에도 공항에 가보면 수 백만원짜리 캐리어도 여기저기 보이고, 새삼 이 가방의 쓸모랄까요. 구매하게 되는 동기와 그 적정 가격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버려요. 개인적으로 전, 벌써 거의 10년째 M사의 블랙 20kg 짜리 하나로 보내고 있지만, 수트케이스 그런데 이거 좀 여행을 여행이게 하는 아이템은 아니었을까요. 얼마 전부터 독일의 러기지 브랜드 RIMOWA'가 창업 125주년을 맞아 도쿄 하라쥬쿠 인근에서 기념 이벤트 '리모아 엑시비젼 'SEIT 1898'을 열고있어요. SEIT, 독일어로 From이란 뜻. 제가 제2외국어 가 독일어였거든요. 아니어도 얼추...짐작했나요.

아무튼, 그런 이유로 '리모아'는 그간의 브랜드가 걸어온 궤적을 돌아봄과 동시에 현대 아티스트 무라카미 타카시, 영국 출신 모델 얼마 전 '클로에'의 앰배서더로 꼽히기도 한 애도와 아보아 등 약 100명이 소유한 수트케이스를 공개, 전시하고(물론 리모아제 아닐까요), 더불어 브랜드의 '마일스톤이 될 만한 것'이란 이름의 아트 피스 등 몇몇 아이템도 제작해 전시해요. 수트케이스, 얌전하게 구입 당시 그대로 들고다니는 편인가요. 아니면 이런저런 러기지 택 덕지덕지 붙어있거나 혹은 스티커 붙이는 타입인가요. '리모아'는 방문객 대상으로 질문지를 배부 그에 대한 답을 타임 캡슐에 담아 보존하는 참가형 이벤트도 진행하는데, 확실히 수트케이스 그 가방이 단지 내 짐을 실어 날아주는 게 아니라는 건, 알 것도 같아요. 무라카미 씨의 저 가방, 어떻게 잃어버릴 수 있을까요. 애초 호칭도 여러가지인 거, 분명 범상한 물건은 아닐 거에요.🧳

📩 지지난 레터 쯤이었나요. 이와이 슌지 감독이 신작 '키리에의 노래' 개봉을 기념해 코로나 기간 중 제작된 영화 '8일만에 죽어버린 괴수와의 12일간 이야기'를 유튜브 내 무료 공개했었는데요. 혹시...보았나요. 영화가 태어난 시절이 시절인 만큼 당시의 많은 갈등, 힘듦, 나아가 서로를 위로하고 그럼에도 애써왔던 시간들이 묻어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본다는 것, 잊지않고 기억한다는 게 아마 이 영화의 가장 큰 마음이 아니었나 싶었어요. 텅 빈 시부야 센터가이를, 119 구조대원만 보이는 동네의 주택가를 지나와 돌아본다는 건, 무언가 당시의 나를 긍정하고, 우리가 살았던 날들이 결코 코로나에 빼앗겨버린 팬데믹 만은 아니었음을 느꼈거든요. 그러니까 코로나 무렵의 초심, 잊지는 않았을까요. 2020년 갑작스레 등장해 지난 해제가 되기까지 전세계를 벌벌 떨게했던 코로나 3년, 그 기록을 빠짐없이 그리고 이야기한 만화가 쿄 마치코 씨가 웹 상의 장장 3년간의 연재 'わたしの#stayhome日記(일기)'를 마치고, 현재 도쿄 마치다 시민문학관(町田市民文学館)에서 전시를 갖고 있어요. 일러스트레이터도 겸하는 쿄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1페이지 만화를 연재하며 인기를 얻었고,

이후 나가오카 켄메이 씨의 '호보니치' 만화상, 테즈카 오사무 상 등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학생 때에는 '브루타스'와 '뽀빠이' 역사의 산실이라 할 저널리스트 츠츠키 쿄이치 씨 아래서 인턴으로 일한 경험도 있다고 해요. 즉, 잡지쪽 인물이기도 한데요. 그건 곧 시절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란 이야기잖아요. 본래부터 그런 풍의 만화를 그려온 마치코 씨는 '그저 충격과 공포밖에 없었다'는 맘으로 연재를 시작했다며, '사람은 이상하게도 시간과 함께 그게 무엇이든 잊어버리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저는 그런 감정을 잊어버린다는 건 '내 안의 마음의 움직임'에 대해 책임을 다하지 않는 거라 생각했어요'라 말했어요. 그저 아침에 일어나 오늘도 밖에는 나가지 못하고 밥을 차려 먹거나 식물에 물을 주고 TV를 틀어 영화를 보거나 그림 몇 장을 그리는 일상. 어쩌면 그것만으로 우리 일상은 내일을 바라보고 있던 게 아닐까요.

오직 내일 만이 존재하는 인간의 어떤 숙명적 시간에, 이와 같은 애써 어제를 돌아보는 이야기란 오히려 더 미래형처럼 느껴지는 거, 이 역시 사람은 참 이상해서일까요. 마스크까지 쓰지 않는 요즘, 점점 더 그 날은 먼 과거의 일이 되어버리는 것. 인간 이대로 괜찮은가요(이와이 영화 속 논의 대사에요).

🚽 바로 지난 레터, 화장실 편에서 도쿄의 새로 일어나는 화장실 중심의 도시 개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특별한 날에 그 특별함을 완성하는 건, 화장실인가요. 도쿄역 인근 37층 고층 빌딩 두 동이 나란히 마주보고선 미츠비시 지소(三菱地所) 소유의 '마루노우치 빌딩(丸の内ビルディング)' 그리고 '신 마루노우치 빌딩'이 지난 해 2022년 9월 각각 개업 15주년, 그리고 20주년을 기념하며 대대적 플로어 리뉴얼을 진행했는데요. 도쿄의 현관이자 얼굴로서 보다 밝고 미래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기존 다소 평범한 7층의 식당가를 'Your Palette-내일에 색을 입히다, 나를 골라보자'를 콘셉트로 말 그대로 색색깔의 디자인으로 새단장을 했고, '신 마루노 빌딩'의 경우 같은 7층 기존 6곳 밖에 없던 식당가에 새로운 점포 5곳을 추가 입점, 보다 더 활성화된 식당가로 다시 문을 열었어요. 그리고 이에 발맞추어 토일렛도 덩달아 크게 변신을 했어요. 먼저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은 형관톤의 색이 눈에 띄는데요. 마루노우치, 도쿄역 근처라면 비교적 점잖은, 어른의 마을 이미지가 강한데, 웬일인가요.

디자인을 맡은 도쿄 베이스의 디자인 하우스 'I IN'은, '이곳은 많은 사람이 오가는 상업 시설 내의 화장실이기 떄문에 강하고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다를 목적으로 했습니다'라고 말해요. 즉, 볼일을 볼 뿐이지만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장소를 통해 그 만큼의 이야기를 한다는 걸까요. 그래서 화장실은 노랑과 초록 이 두 가지 색으로 칠해졌어요. 그것도 눈이 부시게 형광형광한데요. 'I IN'의 테루이 요헤이 대표는, 메시지 그 하나로서 '젠더를 드러내는 색깔의 새로운 존재 방식을 제안하다'라고 이야기해요. 즉, 화장실에선 파랑이 남자, 빨강은 여자 굳이 글자로 써있지 않아도 색으로 구별하곤 하잖아요. 하지만 그건 곧 편향된 성 감수성을 낳고, 공평한 시대로 나아가는 가운데 별로 어울리지 않아요. 그래서 이곳에선 부러 그 두 색을 피하고 노랑과 초록을 불러온 셈인데요. 그럼에도 왜 노랑과 초록일까 싶은데 은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 안에서 노랑과 초록은 이웃하는 두 개의 색이라며, 젠더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완해해줄 표현으로 시도해보았다'고 했어요. 

그러고 보면 빨강은 왜 여자이고 파랑은 남자인가요. 화장실에 가면서 우린 왜 빨강과 파랑으로 구분했을까요. 그에 더해 이곳에선 다만 성별을 표시하는 팻말 뿐 아니라 공간 전체가 노랑, 초록으로 물들어있고, 이 정도와 노랑, 초록이라면 기존의 성적 컬러 잊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더불어 이 화장실은 형광의 인위적 빛 뿐 아니라 자연광을 충분히 고려해 설계돼 테루이 씨는 '일을 볼 때도 손을 씻을 떄도 빛에 둘러싸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했어요. 이건 즉, 온몸으로 느끼고 배우는 노랑과 초록의 선언인가요. 

🌗 시부야는 패션과 젊은 세대, 첨단 유행의 거리이지만, 그 가운데 예술과 문화의 마을로 가능하게 해준 것 중 하나가 아마 1989년 문을 연 문화 복합 시설 '분카무라'인데요. 당시로서는 드물게 미술관과 콘서트홀, 그리고 미니 시어터(아트 계 영화 상영관)이 한 건물 내에 입점한 드문 사례의 시설이었고, 그에 더해 업계 최정상의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그에 걸맞는 큐레이팅의 라인업으로 '도겐자카 문화'의 중심지가 되어오기도 했어요. 동시에 '분카무라'는 바로 옆 도큐 백화점과 부지를 함께 썼거든요. 얼마 전 레터에서 소개한, 지역 재개발로 해체가 결정된 바로 그 '도큐 백화점' 본점의 이웃이 곧 분카무라인데요, 그렇다는 건 이곳 역시 재개발로 인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 모두 세 곳의 문화 시설이 각각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 임시 운영을 해요. 그 중 가장 먼저 이사가 결정된 것이 '분카문화 갤러리.' 오는 6월 10일부터 그렇게 '분카무라'는 도큐가 소유, 운영하는 시부야 히카리에 8층, 본래 전시 공간 플로어로 쓰였던 '크리에이티브 스페이스 8/'에서 손님을 맞아요. 거리로 따지면 도보 7~8분일까요.

'도큐 백화점'은 물론, '히카리에', '분카무라' 모두 도큐 소유의 부동산이에요. 자사 애셋이 풍부하다는 건, 이런 유사시 대응이 신속하다는 걸까요. 아무튼 그래서 '분카무라 갤러리'는 앞으로 뒤에 숫자 8과 슬래쉬를 더해 'Bunkamura Gallery 8/'라 표기해요. 덩달아 재오픈을 기념해 전시가 진행되는데요. 기존 '분카무라'에서 전시를 열었던 아티스트 20명을 초대, 기획전 'Opening Selection -Bright, Calm, Dark-'을 꾸렸어요. 제목의 세 단어는 밝음과 어두움, 고요함을 컬러로 형상화해 3기에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고, Bright에선 '빨강의 화가'라 불리는 사사오 미츠히코, Calm에선 촉감 상의 광택이 느껴지는 유채가 특징인 타나카 치사토, Dark는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카네코 쿠니요시와 과격하고 아나키적인 소녀상의 일러스트를 그리는 드레버 프라운 씨 등의 작품이 소개돼요. 어둠과 빛, 그리고 고요함. 아무리 복잡하고 알 수 없는 것 같지만, 우리 사는 삶, 아트로 바라보면 밝거나 어둠거나 고요하거나...그런 걸까요.

🍙 구독자님, 아침밥 먹는 편인가요. 전 회사를 다닐 때는 출근 길 카푸치노와 스콘 하나가 대부분인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엔 다시 혼자 살면서 뭐가 불안한지 무조건 아침은 챙기려는 습성?이 생겨버렸어요. 예전처럼 커피에 빵으로 뗌질할 때가 많지만, 이젠 누룽지를 말아먹거나 빵 아닌 떡을 먹거나 달걀을 삶아 까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거 있지 않나요. 평소 아침밥을 먹지 않는 사람도 이상하게 여행을 할 때면 호텔의 아침밥을 챙기고, 없다면 근처 어딘가에서라도 아침밥을 먹으려는 것. 바로 제가 그랬는데요. 다만, 여행지 어디서도 대부분 아침 사정은 비슷해 마땅한 아침 한 끼를 먹기가 쉽지는 않아요. 너무 늦게 열거나 대부분 카페이거나. 그래서 이런 가게들의 오픈 소식이 때론 무엇보다 솔깃할 때가 있는데요. 얼마 전 5월 20일 록뽄기에는 미소시루 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미소시루 전문점 '미소메보레(みそめぼれ, 첫눈에 반하다의 '一目ぼれ'와 미소를 더해봐봤어요)'가 문을 열었어요. 말 그대로 일본 전국 미소시루를 판매하는, '미소시루가 중역이 된 가게'이고, 본래 미소시루라면 된장국, 밥과 반찬을 도와주는 서브격의 음식이잖아요.

하지만 여기에선 미소시루가 중심이 되어 어디에도 없었던 하지만 필요한 한 끼를 완성해요. 일본 47개 도도부현에서 조달한 미소(된장)에 카고시마현(鹿児島県) 마쿠라자키(県枕崎)산 카츠오부시와 홋카이도산 콘부(다시마라 생각하면 돼요)로 다시를 내는데요, 여기에 함께 먹을 '사이드 메뉴'로 '매일 바뀌는 오니기리', '된장을 맛보는 야채 스틱' 등이 각각 250엔, 350엔에 제공돼요. 우리도 경상도 장맛 전라도 장 맛 다른 것처럼 일본의 미소도 지역마다 특색을 갖는데요. 47종의 미소 중에는 에도시대부터 창고에서 발효 숙성시켜 먹던 야마가타(山形)산 '츠야히메 100% 코우지(つや姫100％麹, 코우지(麹)는 식물 발효시 생겨나는 카비 곰팡이 균)'랄지, 첨가물을 일절 넣지 않고 자연 발효시키는 나가노현 '신슈3년 미소(信州三年味噌)' 등 시대와 지역을 망라해 골라 먹을 수 있어요. 사실 전 국이나 찌개 없으면 밥 잘 못 먹는 사람이거든요. 어쩌면 그래서 더 아침 밥이 아닌 빵을 찾았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면서 그래서 이런 가게들이 반갑지 않을 수가 없어요.

다만 이곳은 아침 뿐 아니라 저녁 8시까지 영업을 하고, 오너인 후지마키 코헤이 씨는 '런치는 물론 술을 마신 후거나 일본식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에게 꼭 먹어보라 말하고 싶어요'라고, 직접 프로포즈까지 했어요. 무엇보다 47개 도도부현의 미소시루, 우리가 언제 다 맛 보겠어요. 그저 미소에 진심인 누군가의 열정이 감사할 따름이에요.

📽️ 영화 한 편 4천엔 시대의 개막? 얼마 전 도쿄 신쥬쿠의 새로 생겨난 '도큐 카부키쵸 타워' 내 영화관 '109 시네마즈 프리미엄'의 영환 한 편 관람료가 4500엔이란 뉴스르 전했는데요. 그곳은 사운드나 영상은 물론 이제는 '고' 이 한 자를 붙여야 하는 사카모토 류이치 씨가 음향 전체를 감수하는 등 최상의 영화 감상 환경을 제공하며 기존 1900엔이었던 영화 관람료에 비해 무려 200%가 넘게 비싼 프리미엄 영화 관람의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다만 이는 이 극장의 특수성, 새로운 영화 체험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영화 티켓의 200% 인상이라기 보다, 새로운 형태의 영화 관람, 체험 서비스가 등장했다는 식으로 이해가 되기도 해요. 그런데 이번엔 정말 영화 관람의 평균치가 상승했나요. 얼마 전 일본의 가장 많은 극장을 소유하는 도큐 계열 '도큐 레크레이션'과 쇼치쿠의 '쇼치쿠 멀티 플렉스 시어터'가 영화 관람료를 2천엔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했어요. 초고물가 시대 안 오르는 게 없는 시절이니 얼추 예상을 하기도 했지만, 숫자 1과 2의 체감 차이는 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요.

이유는 양쪽 모두 '에너지 가격의 상승과 엔저로 인한 경영 제반의 코스트 상향, 인건비를 비롯 운영 코스트와 각종 설비 투자에 부담에 어쩔 수 없었다는 건데요. 이런 거 전에는 없었던 가요. 달라진 거라면 코로나 이후 일본에선 부쩍 늘어난 캐쉬리스 결제로 인해 관련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아마 비용이 좀 소요됐을 거에요. 하지만 이거, 가장 큰 이유는 '도큐' 프리미엄 시네마의 4500엔 그 떄문이란 거 너무 뻔하게보여요. 이들이 이야기하는 경영 상의 전략엔 '닷을 내린다', 곧 앵커링 이론이란 게 있잖아요. 처음 부른 가격이 기준이 된다는. 서로 눈치 보느라 지난 해 1백엔씩 찔끔 올리다 4천엔대 영화관 등장에 돌연 용기가 난 걸까요. 아무튼 별로 반갑지는 않지만, 도호는 이미 6월 1일부터 시작했고, 쇼치쿠는 오는 16일부터 인상분이 적용돼요. 그러니까, 코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은 19백엔이 아니라, 2천엔이에요. 단, 신주쿠 wald와 같이 도에이 계열의 극장이 아직, 남아있나요.🥲

🦅 영화 개봉까지 약 한 달. 그런데 공개된 건 달랑 포스터 한 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10년 만의 신작 '너희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가 개봉에 맞춘 홍보 활동을 일절 하지 않는다는 뉴스가 그제 국내에서도 보도가 되었는데요. 본래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는 매주 목금요일이면 극장가엔 새로운 정보로 넘쳐나고 근래엔 OTT까지 합세하며 이게 신작인지 아닌지, 극장 개봉이란 건지 아닌지 다소 알쏭당쏭한 상황까지 펼쳐져요. 그런 가운데 어르신들의 한 마디는 무언가 경종을 울리는 건가요. 보도된 것과 마찬가지로 지브리의 신작 하야오 씨의 영화는 일본 개봉 7월 14일까지 아무런 홍보를 하지 않아요. 예고편은 물론 TV 선전용 스팟도 일절 만들지 않는다는 방침인데요. 이렇게 이야기가 흘러간 건 하야오 씨의 평생 영화적 파트너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 씨의 생각이었다고 알려져요. 그는 '문예춘추(文藝春秋)'와의 동영상 대담에서 이번 개봉 영화에 맞춰 '정해진 대로 매번 같은 걸 한다는 게,  역시나 좀 싫어요. 지브리란 회사를 운영하며 지금까지 영화를 보러 와주길 바라는 마음에 이러저러한 것들을 해왔지만, 이만하면 됐지않나 싶죠.'라며, 포스터 단 한장의 홍보하지 않는 홍보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요.

좀 더 들어보면, '정보 과잉 시대에 사람들은 그 정보를 확인하러 영화관에 가요. 그건 과잉 서비스죠. 관객들에게 정말 재밌는 부분을 전부 빼앗아 버리는 거일지 모르거든요.'라고 했다는데요, 그러고보면 TV의 영화 소개 코너를 보면 거의 그 영화 다 본 것 같은 기분 들잖아요. 재밌겠다 싶으면 막상 그게 다였던, 별로였다는 기억도 적지 않은데요. 그에 더해 지브리 쯤 되니까, 미야자키 하야오니까 믿을 만한 구석도 없진 않았을 거에요. 오히려 이 노-PR 계획에 대해 하야오 씨가 더 걱정을 했다고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스즈키 씨는 이번 공개된 포스터가 하야오 씨가 유일하게 칭찬을 해줬던 것이라며,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때부터 함께 영화를 해왔지만 처음으로 '지금까지 중 최고다'라고 해줬어요' 자신을 가졌고, 그렇게 우린 단 한 장의 포스터에 이끌려 영화를 보게 되려나 봐요. 70대 친구들 끼리의 대화는 이런 비범한 결정을 만들어낼까요. 하나 더 어르신의 이야기를 더하면, 지난 4월 출간된 하루키 씨의 책이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 종합 부문에서 1위에 올랐어요. 나머지는 포켓몬 해설서(2위), 어린이 교육서적(3위) 등인 가운데 '마을과 그 불확실한 벽'이 누계 판매부수 125만부로 단연 저력을 증명했어요. 이래저래 기분도 몸도 하수상한 시절에, 어르신들의 지혜가 되어줄까요. 

👧 국내에선 얼마 전 LG 아트센터의 이전 개관, 영부인에게 선물한 블라우스 등으로 근래 뉴스에 자주 보였던 건축가 안도 타다오 씨인데요, 요즘 그가 가장 열심히인 건 아마, 어린이 그리고 도서관일 것 같아요. 저희 레터에서도 몇 차례 관련 소식을 전했는데요. 자신의 고향인 오사카, 그리고 코베 등에 이어, 내년 봄 개관을 목표로 그가 역사도 디자인한 쿠마모토현에 또 하나의 '어린이 도서관(子ども図書館, 안도 씨가 설계하는 도서관은 모두 이렇게 표기하고 있어요)'이 착공했고, 또 얼마 전에는 오사카 바닷마을 키시와다시(岸和田市)의 사설 복지 법인 '어린이집 고부카이(五風会)'의 시설 노화로 개수가 결정된 곳을 안도 씨가 또 다시 나서 둥그런 하늘을 닮은 새로운 어린이 집으로 태어나게 했어요. 츠치카네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은 개원하고 50년이 넘은 곳이거든요. 두 부분은 안도 씨의 오랜 팬이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개수를 해야하는 시점에 떠오른 게 편지를 보내보자였고 그에 안도 씨가 흔쾌히 수락을 하면서 이뤄졌다는 사연이에요. 안도 씨는 '동그란 하늘을 보며 원형의 지구를 생각하고 느끼면서 아이들을 길러줬으면 하는 마음에 임했다'고 했어요.

실제 완성된 어린이집은 둥그런 곡선 지붕에 동그란 하늘을 보게해주는데요. 그러고보면 하늘이란 그곳의 스카이라인, 지붕의 높이나 건물 모양에 따라 보는 모양을 달리해주잖아요. 그리고 이건 곧 우리 삶에 따라, 살아가는 태도나 자세 혹은 속도에 따라 하늘도 다르게 비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동그라미가 물론 정답은 아니겠지만, 안도 씨 건축에서 곡면, 알 데코 형식은 곧 그 자신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아나요. 요즘 어린이들 사정. 우리가 생각하는 어린이의 미래와 그들 자신의 미래..잘 소통하고 있을까요. 얼마 전 란도셀, 어린이들 책가방을 만들고 판매하는 한 기업이 얼마 전 아이와 그 학부모를 대상으로 좀 재밌는 설문조사를 했어요. 어쩌면 아이들이 보는 하늘, 동그란 건 아닐까요.

 🌈 어린이의 선택권, 빨주노초파랑보의 학교 가는 길 

🎒 지난 4월 첫 주, 입학 시즌에 앞서 란도셀을 제조 판매하는 기업 '크라레'는 2023년 4월 입학 예정인 초등학교 1학년생 4천 명, 그리고 그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장래 일하고 싶은 직업', 그리고 '일했으면 좋겠는 직업'에 대한 앙케이트 조사를 벌였어요. 일본은 3월이 아닌, 4월이 입학, 회사도 시무식을 그 무렵 열거든요. 그래서 결과를 좀 예기해보고 싶어졌는데요, 아무리 일본과 한국 그 차이가 있다고 해도 상위에 오른 직업군이 전혀 저의 예상 밖에 있어요. 남녀 공통 1위부터 5위까지가 케이크·빵집, 경찰관, 스포츠 선수, 소방관·구조대원 그리고 연예인·가수·모델. 뜻밖이지 않나요. 근래 국내에선 전에 없이 유튜버 되고싶은 아이들이 늘어났다는 식의 뉴스를 자주 보기는 했지만, 어린이의 생각이란 이렇게나 다른 세상을 보고있나 싶은 마음과 동시에 일본의 케이크 사랑 어릴 때부터 관련이 있었나봐요. 그리고 이는 20년 전 2003년과 꽤 달라진 순위기이도 해요. 당시엔 1위부터 스포츠선수, 케이크 빵집, 꽃집, 간호사 교사 순이였거든요. 이 역시 의외인 건 마찬가지인데요. 설문 조사를 진행한 '크라레' 측에서 해석하기로  '2016년 첫 등장한 유튜버는 매년 조금씩 오르다 올해 남자 아이 부문에서 5위로 첫 탑5에 들었고,

여자 아이들은 25년 연속 '케이크·빵집'을 가장 일하고 싶은 직업으로 골랐어요. 동시에 경찰관에 대한 선호도가 좋아 올해는 가장 높은 순위(4위)에 오르기도 했다는데요, 종합 부문 구조대원이 높은 순위에 있는 것을 포함 어린 아이 마음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직업이란, 역시 동경의 대상인 걸까요. 그런데 이 선물 조사의 보다 핵심은 학부모들의 응답, 그와의 차이에 있어요. 어린이들이 시대의 변화를 일깨워주듯 보다 자신의 미래에 충실한 직업을 이야기했다면, 그를 바라보는 기르고 키우는 입장의 학부모들은 20년 전과 지금, 달라진 게 없었거든요. 남녀 통틀어 엄마 아빠가 원한는 아이의 직업 1위는 14년 연속 공무원이 1위였고, 2위는 3년 연속 회사원이 꼽혔어요. 우리랑 좀 다르죠. 한 때  우린'사'짜 붙으면 다 좋은, 경사나는 분위기였잖아요.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어딘다 더 보수적인, 아날로그의 냄새가 느껴져요. 그리고 남녀 쪼개서 보면 여자 아이들에 대해 학부모는 간호사가 되어주길 가장 바랬어요. 그 다음은 공무원과 회사원. 역시나 기복없이 편안하고 평범하게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일까요.

가장 새롭게 등장한 건 남자 아이들이 되고싶은 직업 '우주 관계'라는 것과 부모 세대의 회사원에 대한 선호가 작년 대비 20%나 늘었다 해요. 그에 더해 스포츠 선수가 되고싶은 남자 아이들의 선호 종목은 축구가 압도적으로 높았어요. 기업에선 앞으로의 제품 개발을 위해, 종종 사회 동향을 살피기 위해서도 실시되고 발표되는 랭킹이지만, 우린 아이들과 잘 소통하고 있을까요. 어쩌면 이건 가장 가까이에 도착한 미래에 대한 데이터, 보고서란 느낌이 들거든요. 참고로 근래 일본에선 란도셀이 무겁고 비싸다며 그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아지고 있거든요, 바퀴를 달아 캐리어 책가방이 나오기도 했는데(초3 어린이가 개발했어요),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건. 아마 거기서부터 출발일지 모르겠어요. 

📫 오는 13일 '화요 레터'는 쉬어가는 주입니다. 그 주 6월 16일 금요 레터는 정상 발행됩니다. 

📬 아래는 현재 '모두 오픈'중인 레터들이에요.

山手線’s 뉴스 배달부

SNS's and more

에세이란 건 참 범위가 넓지요?! 

가장 개인적인 글의 아카이빙, 혹은 brunch 

퍼블리에서의 작업들 

'폴인'에 기록한 '도쿄를 바꾸는 공간들, 2021' 

22년의 07월, 책을 만들었어요 두 번째 자기출판, 13월의 아침

📧 monoresqu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