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장 자리가 비면 누가 먼저 떠오르나요? 대개는 평소에 하고 싶다고 말해 온 사람, 회의에서 자신 있게 나서는 사람입니다. 그 자리를 원한다는 것 자체가 준비됐다는 증거처럼 보이니까요. HBR의 저자들은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고 말합니다. 리더가 되고 싶은 것과 리더가 될 준비가 된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손 드는 사람만 리더로 뽑다 보면 그 자리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잘 모른 채 원하기만 하는 사람이 올라갑니다. 반면 그 자리의 무게를 현실적으로 따져 보느라 머뭇거리는 사람은 후보에서 빠집니다. 그렇다고 망설임이 곧 자격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저자들은 망설임이 어디서 오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원문의 사례를 국내 상황으로 옮겨 보면 이렇습니다. 개발자 다섯 명을 새로 뽑게 된 한 스타트업의 정 대표는 새 개발팀장으로 창립 멤버인 윤 책임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윤 책임은 선뜻 답하지 못했습니다. 회사의 핵심 서비스를 첫 줄 코드부터 만든 윤 책임에게 팀장이 된다는 건, 좋아하는 개발을 줄이고 사람 관리에 시간을 써야 한다는 뜻이었으니까요. 정 대표는 이 망설임을 준비가 덜 됐다는 신호로 봐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저자들은 이럴 때 왜 망설이는지부터 정확히 알아보라고 합니다. 이유는 크게 넷입니다. 내 실력으로 될지 자신이 없거나, 그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아직 잘 모르거나,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클지 판단이 서지 않거나, 사람을 이끄는 일 자체를 원하지 않거나 한다는 것이죠.
앞의 세 가지는 멘토링과 지원으로 풀 수 있지만 마지막 하나는 풀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대화의 목적은 설득이 아닙니다. 이 자리의 어떤 점이 끌리는지, 무엇이 마음에 걸리는지, 무엇을 포기해야 할 것 같은지 묻되 서둘러 안심시키지는 말라고 합니다.
대화를 이어 가며 살필 것도 있습니다. 이 자리가 그 사람의 가치관과 맞는지, 일이 복잡해져도 궁금해하며 헤쳐 나가려 하는지, 코칭을 기꺼이 받아들이는지, 자기 실력의 빈틈을 스스로 짚어 내는지, 동료를 돕고 공을 나눠 온 이력이 있는지입니다. 이렇게 묻고 나면 결론은 대개 셋 중 하나로 모입니다. 망설이지만 준비된 사람이라면 지원 계획과 함께 맡기고,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임시 프로젝트팀을 먼저 맡겨 보고, 충분히 알고도 맞지 않는다고 답한다면 그 답을 진지하게 받아들입니다.
정 대표는 몇 차례 대화 끝에 윤 책임의 망설임이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리에 잘 맞는 이유라는 걸 알았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지킬 성장 계획을 세우고 매달 멘토링 시간을 잡았고, 어려운 대화를 나누는 법을 배우는 리더십 교육을 더했습니다.
승진 후보를 '하겠다고 한 사람' 가운데서만 추려 온 HR이라면, 지금 방식이 놓치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릅니다. 저자들은 조직이 할 일로 망설여도 괜찮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일, 그 자리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리는 일, 리더십 교육에 투자하는 일을 꼽습니다.
오늘의 질문: 우리 회사의 리더 선발은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나요, 망설이는 이유를 보나요?
📎 원문: Harvard Business Review — Is Reluctance to Step into Leadership a Sign of Maturity or a Red Flag? (2026-09)
https://hbr.org/2026/09/is-reluctance-to-step-into-leadership-a-sign-of-maturity-or-a-red-fl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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