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나른한 토요일 낮 1시, 적당히 어두운 조명과 밝은 바깥의 풍경이 대비되는 카페에 앉아 있다. 출입문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대나무가 화분 위로 앉아있고 바람에 가볍게 흔들린다. 요즘은 감정의 동요가 남반구 즈음에 머물고 있다. 기쁨과 환희, 우울과 슬픔의 간극은 더욱 멀어진 시기에 쓰는 글이란, 얼마큼의 진심이 담길지 모르겠다. "글" 이라는 매개체에 손 발을 담군지도 몇 년 째이지만 그렇다할 만한 작업물은 없다. 때때로 반응이 괜찮았던 것들을 보면 당시에는 감정 쓰레기통을 넘어서는 폐기물에 가까운 상황에 놓여있었다. 나의 감정을 남에게 글로써 표현하기란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획일화되는 경향이 보여지기도 하고 감정의 개입이 과하게 되기도 하니까, 자칫 '나는 이런 상황에 놓여있고 그러니 나를 위한 말을 해달라' 라는 식의 떼쓰기가 되기도 하더라.  

 아이러니한 것은 현재의 나는 그때의 내가 그립기도 하다는 것이다. 당최 어떤 삶을 살고 있었길래 그런 식의 표현이 가능했던 것일까. 그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감정 만큼은 살짝 가져와 내게 주입시키고 싶다. 나는 아무래도 밝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보다 흐린 하늘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서 나타나는 듯하다. 앞서 말했듯이 감정의 변화가 적은 요즘은 기쁜 것과 슬픈 것을 구분하지 못하게 됐다. 행복과 불행의 간극 차를 느끼지 못하고 그저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면 그것으로 '다행이다' 에서 종지부를 찍는다. 이런 시기가 있기 때문에 언젠가 감정의 감정을 가장 가까이서 느끼는 순간도 오지 않을까. 다행이란 감정이 드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지금처럼.

나는 검정치마가 좋다.

 유튜브 뮤직 기능 중 하나인 Recap은 달 또는 년도를 기준으로 사용자가 가장 많이 듣고 찾는 음악은 무엇이었는지 보여준다. 위 사진은 3월부터 5월 기준으로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앨범을 보여주고 있다. AI가 취합한 정보이니 절대적으로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저건 나의 앨범들이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쳇 베이커의 앨범 하나를 온전히 들어본 적은 아직까지 없다. 그나마 < I Fell In Love To Easily >, < Everything Happens To Me >, < Autumn Leaves > 가 전부이다. 그래서 알고리즘을 전적으로 믿는 편은 아니다. 생각노트라는 작성자의 아티클 중, 알고리즘이 취향에 끼치는 영향을 다룬 글이 있다.

 알고리즘은 내가 가진 취향을 극단으로 몰아간다. 자세한 내용은 위 링크를 참고하길 바란다. 

 아무튼 이렇게 이번 한 주의 생각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어떤 것이 어떻게 되었든 간에 나는 나대로 나의 것을 꾸준하게 하면 된다. 말로는 굉장히 쉬운 일이지만 막상 삶으로 끌어 당기기엔 꽤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일이 나의 삶이 되는 그 날까지. 우리 모두 Fi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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