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만 다가오면 소고기, 돼지고기 물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가족들이 모이니 서로서로 대접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나 보다. 그 말인즉슨 축산 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이 엄청나게 많아진다는 것이다. 야근이 필수가 된다.
이쯤 되면 나에게 어떤 고기를 골라야 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생긴다. 어떤 고기가 맛있는지 신선한지 좋은 건지 궁금해한다. 내가 고기 생산업자는 아니지만, 이 바닥에 있다 보니 두 가지는 꼭 권하는 게 있다. 생산날짜와 마블링.
소고기와 돼지고기, 계란 등 음식은 다 똑같다. 오래되면 냄새가 난다. 잡내라고 할까, 묵은 내라고 할까. 상하지 않았어도 어쩐지 쿰쿰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소고기, 돼지고기는 이력번호 표기가 필수다. 고기를 감싼 비닐 포장지 위에 라벨지가 붙어있어야 한다. 간혹 라벨지 대신 진열대에 이력번호 표시판을 꽂아놓기도 하는데, 거기서 확인하면 된다. 도축일자도 쓰여있고 어디서 도축되어 있는지도 쓰여있다. 더 자세한 사항이 궁금하면 이력번호를 ‘축산물 이력제’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다 나온다. 제일 얼마 안 된 고기로 사 먹으면 중간 이상은 간다.
간혹 길에서나 인터넷에서 당일 도축으로 고기를 파는 업체가 있는데, 사실 그때가 제일 맛있다. 신선함의 끝판왕이라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장담한다. 식감이나 맛이 완전히 다르니 한 번쯤 시도해 보길 권한다.
그리고 마블링. 소고기 1++가 살살 녹는다는 건 모든 사람들이 잘 알 것 같다. 벌건 고기 사이사이 거미줄 치듯 끼어있는 지방을 보면 가히 환상적이다. 보기만 했는데 입에선 침이 고인다. 살짝 구워 한입 쏙 넣으면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그 육즙. 맞다. 지방이 굵지 않고 자잘하게 사이사이 잘 낀 고기는 구우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고기가 된다.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다. 주로 목살이나 삼겹살을 살 텐데, 굵지 않은 지방이 자잘하게 잘 끼어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하지만 너무 기름지면 느끼해서 못 먹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지방이 없는 고기를 사면된다. 퍽퍽할 수도 있지만, 푹푹 찌는 등 조리하기 나름이며,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더 좋아할 수도 있다. 우리 집은 사실 한우를 잘 먹지 않는다. 너무 기름져서 오히려 담백한 호주산을 선호하니, 기호에 맞게 취향 것 고르시면 되겠다.
그럼 그런 고기들은 어디서 저렴하게 살 수 있을까? 대부분의 상품 가격의 거품은 유통비용에서 오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이치다. 그렇다면 소 농장도 하고 도축장도 하고 가공장과 판매장까지 한 사장님이 다한다면? 끝났다. 제일 저렴할 수밖에. 이런 판매장이 전국에 몇몇 곳 있으니 검색해 보면 색다르고 저렴한 데다가 천상계 맛의 고기를 건질 수도.
고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계란을 빼먹기가 아쉽다. 계란도 두 개만 보면 된다. 계란 껍데기에 있는 산란일자와 계란 껍데기 상태(이하 '난각'). 산란일자는 위에서 말했듯이 가장 최근 알을 사면된다. 난각에 찍혀있는 숫자 0000을 보면 알 수 있다. 껍질 상태는 노계(늙은 닭)가 될수록 알에 갈색인 단색 표면 위에 점박이가 생긴다든지 뾰루지같은 것이 볼록 올라오는 경향이 있다. 슥 만져봤을 때, 표면이 거칠거칠한 것도 신선도 유지가 어려운 편이다. 난각을 보고 매끈매끈하면서 요철 없이 깨끗한 걸 고르는 것이 좋다.
계란 유통업자들은 알이 클수록 좋다고 특란, 왕란을 추천하는데, 그러다 보니 특란, 왕란 가격은 계속 오르기 마련이다. 소란, 중란, 대란, 특란, 왕란으로 중량규격을 나누는데, 취향 것 고르면 되는 문제다. 보통은 특란을 많이 먹지만, 하나 깨서 많이 먹고 싶으면 68g 이상인 왕란을, 한 개 양이 조금 적어도 괜찮다면 52~60g인 대란을 사면된다. 품질의 차이는 없다. 소란과 중란은 보통 취급을 하지 않는 업체가 많으니 패스하겠다.
이야기하다 보니 알려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요약하다 혼났다. 어찌 됐든 음식이라 취향 차이일 것 같다. 모두모두 취향에 맞는 축산물 잘 고르고, 신선한 것들로 맛나게, 즐거운 명절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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