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왜 이 모양이야?
직장인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질문 같아 보이지만 실은 강력한 분노를 담은 외침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적이 있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채 부유하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고 하던 일이나 계속하자며 다시 모니터를 쳐다본 경험이 있다.
‘우리 회사는 왜 이 모양이야?’를 건설적으로 다시 바꿔보면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가 좋아질까?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가 더 나아질까?’ 정도로 다시 써볼 수 있지 않을까? 문득 생각해 본다.
오늘 퇴근 전, 경력사원으로 입사한 옆팀 박사님이랑 처음 인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떤 일을 해왔는지 ‘자기소개’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 인사실로 입사해서 인재개발원에도 근무했다가 다시 인사실로 돌아와 인사 업무를 하게 되었고, 일 년 전까지는 신사업 부문 인사 담당을 했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너무 길지 않게 최대한 간결하게 나의 업무 경력을 설명하자니 핵심만 잘 전달한 것 같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너무 뭉뚱그려서 설명했나 싶기도 했다.
인사/교육(HR) 분야를 설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사(HRM)와 교육(HRD)이 어떻게 비슷하고 또 어떤 점이 다른지에 대해 부연하게 된다. 오늘도 그랬다. “허츠버그라는 학자가 말한 2요인 이론에 나오는 표현을 가져와서 설명하자면, 인사는 X이론(성악설) 관점이 좀 더 지배적인 것 같고 교육은 Y이론(성선설) 관점이 좀 더 짙은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인사는 규정을 제시하고 지키도록 관리하는 경향이 크고, 교육은 방향성을 주고 성장을 지원하는 경향이 큰 듯싶어요. 덧붙여서, 비유하자면 회사에서 변화를 주기 위해 사용하는, 인사적 처방은 ‘양약’ 같고 교육적 처방은 ‘한약’ 같아요.”
‘양약과 한약’, 내가 생각해도 참 적절한 비유 같은 설명에 인사/교육 분야에 익숙하지 않은 그분도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약학에 문외한인 내가 지극히 일반인의 관점에서 든 비유지만, 문외한과 문외한 사이에서 쉽게 누릴 수 있는 공감은 긴 설명보다 효과적일 때가 많다. 실제로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할 때 인사적 처방을 하는 경우가 많고, 중장기적으로 저변부터 뭉근한 변화 효과를 기대할 때 교육적 처방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 설명이 그리 나빠 보이진 않는다.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가 더 나아질까?’ 이 질문에 대한 답 역시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처방에 있다. 때론 양방적 처방이, 때론 한방적 처방이 필요하다. 둘의 병행 처방이 필요할 때도 많다. ‘우리 회사는 왜 이 모양이야?’라는 질문이 들 때, 우리 회사의 인사제도와 교육제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실제로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찬찬히 살펴보다 보면, 답의 힌트를 찾을 수도 있다. 설 연휴를 앞둔 오늘, 퇴근 전에 우리 회사에서 작동하고 있는 인사/교육 처방을 살짝 살펴보는 것도 그간 답답했던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 글쓴이
인생여행자 정연
이십 년 가까이 자동차회사에서 HR 매니저로 일해오면서 조직과 사람, 일과 문화, 성과와 성장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몸으로 답하는 시간을 보내왔다. 지층처럼 쌓아두었던 고민의 시간을 글로 담아, H그룹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칼럼을 쓰기도 했다. 10년차 요가수련자이기도 한 그는 자신을 인생여행자라고 부르며, 일상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글을 짓는다. 현재는 H그룹 미래경영연구센터에서 조직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며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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