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틈

『이별의 푸가』 김진영

선명한 부재에 대한 기록

2026.10.16 | 조회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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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쿤데라는 말한다. 모든 사랑의 만남은 떠내려옴과 건짐의 오래된 신화라고. 누군가가 대바구니에 실려 떠내려오고 누군가가 마침 그때 강가에 있다가 그 대바구니를 건진다.'

이렇게 시작하는 김진영 작가의 『이별의 푸가』는 『아침의 피아노』를 읽은 직후 구매해서 읽은 책이다. 앉은자리에서 단숨에 완독할 만큼 글이 가진 힘이 아름답고 정교했다. 가을에 어울리는 글을 쓰는 작가라는 생각을 하며 두 번째 책 『이별의 푸가』 역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읽었다.

이 책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움과 추억과 이별을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실은 부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랑의 기쁨은 그 사람의 발견만이 아니다. 그건 내 안에 들어 있던 나도 몰랐던 나들의 발견이다. 세상에. 내 안에 이런 비밀스러운 부드러움이 있었다니. 이런 다정함. 이런 친절함. 이런 예민함. 이런 애착과 기쁨이 있었다니......'

작가에게 사랑은 숭고하고 부드럽고 또한 육체적이다. 작가는 사랑으로부터 이별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많은 부분에서 신체의 접촉으로 느껴지는 따뜻함과 민감함을 말한다.

'우리의 이별은 결국 우리 모두가 사랑을 마지막까지 이어갈 용기가 없었다는 무능력에 대한 증거일 뿐 이룰 수 없는 사랑은 없다.'

그의 사랑은 이별하는 순간에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어지고 더 선명해지고 부재 속에서 살아남았다. 부재는 없음이 아니고 지속됨이었다. 오히려 그녀의 부재로 인해 더 애절한 마음이 드러났다. 그는 사랑하면서 느꼈던 따스함과 유치함을 되돌아 기억한다. 그리고 이별 후에는 더 유치해진다.

'이별 후에 나는 나날이 유치해진다. TV 드라마를 보고 울고, 대중소설을 읽으며 가슴이 아프고, 순정 만화를 보면서 그 마음에 빠진다.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건만. 중얼거려 봐도 소용이 없다. 나는 나의 유치함을 막을 길이 없다.'

그는 사랑이 끝났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는 온몸과 정신으로 사랑이 끝났음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부재는 육체에 대한 욕망과 그리움, 머플러까지 그립게 하지만 그는 끝내 이별을 받아들여야 함을 안다.

'우리가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는 건 그 사람을 여전히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책의 말미에서 조금은 더 이성적이 되는 듯하다. 멀어지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었을까를 되새기고 궁금해하며 이야기의 끝으로 간다. 그리고 다시 예전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받아들인다.

'순수는 비순수가 되어도 비순수는 다시 순수가 될 수는 없으니까. 그것이 사랑이고 이별이니까.'

이 책의 표지에는 '철학자 김진영의 이별 일기' 라고 적혀 있다.

이 책을 통해 그가 얼마나 아팠을지 보다 그가 그녀의 부재 뒤에 사랑을 다시 느끼고 이별을 배우고 있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날 때 사랑을 하고 어떤 식으로든 이별을 맞이한다. 몇 번의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해도 같은 경우는 없다. 다만, 조금 더 가슴에 맺히는 사랑과 이별이 있을 뿐이다. 사랑하고 이별하는 한 남자의 애틋하고 힘든 여정을 읽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누군가의 부재를 받아 들이는 그의 방식이 새롭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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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꾸는쵸코파이의 프로필 이미지

    꿈꾸는쵸코파이

    0
    약 8시간 전

    저도 읽어 봐야겠어용..... 보나쓰님 덕분에 좀더 시야를 넓힌 상태에서 읽어 볼 수 있을거 같아용... 감사해용...🥰💕💖❤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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