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넘겨보다가 한 글에서 멈췄습니다. 아버지의 전시에 와달라는 딸의 글이었습니다. 아버지는 평생 그림을 그렸고, 이번 전시가 아마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전시 기간과 장소가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아버지의 그림 몇 점이 함께 올라와 있었습니다. 평생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생각했습니다.
그림으로 유명해진 분은 아닌 듯했습니다. 아마 붓이 부드럽게 화폭 위를 움직이는 날도 있었을 테고, 아무리 들여다봐도 화폭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날도 허다했을 겁니다. 생활 때문에 붓을 들지 못한 날이 있었을지도 모르죠. 아무도 자신의 그림을 찾지 않아 허망한 때도 있었겠죠. 그래도 그 아버지는 계속 그린 겁니다.
딸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아주 오랫동안 봤을 겁니다. 어린 날에는 방 한쪽에 세워진 캔버스가 그저 익숙했을 것이고, 물감 냄새도 집 냄새의 일부였을지 모릅니다. 아버지가 그림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테고요.
시간이 흐르고 아버지의 마지막 전시를 앞두자, 딸은 그 그림들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어진 모양입니다. 우리 아버지가 평생 이런 일을 했다고 말이죠. 자식에게 무엇을 가르친다는 건 꼭 좋은 말을 많이 해주는 일만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며 사는지, 그것을 얼마나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는지 보여주는 것도 가르침의 모습인 겁니다.
아버지는 딸에게 그림을 가르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자신의 일에 마음을 다했을 뿐인지도 모릅니다. 잘되든 잘되지 않든 캔버스 앞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요. 아버지는 참 잘 사셨구나 싶었습니다. 딸도 참 잘 컸구나 싶었습니다.
사람이 잘 컸다는 것은 부모가 바라던 직업을 갖거나 대단한 사람이 되었다는 뜻만은 아닐 겁니다. 한 사람의 긴 시간을 알아봐 준다는 것. 그 사람이 평생 놓지 않았던 것을 마지막까지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만으로도 잘 자랐다는 뜻이 될 수 있는 겁니다.
SNS에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글이 올라옵니다. 대부분은 손가락 한 번에 위로 사라집니다. 그런데 오늘은 ‘아버지의 마지막 전시’라는 말이 쉽게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평생 그림을 그린 아버지와, 그 시간을 마지막까지 귀하게 바라봐주는 딸을 생각하니 마음이 흐뭇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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