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주간모기영 46호

“가능할까요, <모기영 소사이어티>?”, 장프로의 <코다>(2021), 비키(BIKY)에서 만난 모기영, 정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다시 ‘주간’ 모기영으로

2022.07.23 | 조회 3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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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모기영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Christian Film Festival For Everyone|혐오 대신 도모, 배제 대신 축제

주간모기영 46호
주간모기영 46호

“가능할까요, <모기영 소사이어티>?”

“.... 그게 바로 오스틴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아닐까. 책 속 세상과 현실은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그 세상도 우리의 일부니까. 그러니 독서가 약처럼 힘이 될 때가 있는 거고. 아무리 어리석은 등장인물도 종국엔 일리 있는 행동을 하게 되잖아. 세상이 엉망진창이더라도 일단 살아보는 게 어쩌면 가장 합리적일 수 있어. 제인 오스틴이 여전히 인기 있는 작가로 남은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아. 셰익스피어처럼 말이야. 작품 속에 모든 게 녹아 있잖아. 삶에서 중요한 것들, 그리고 지금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들까지 다. 그리고 너도 이것들을 느끼게 될 거야.”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하빌리스, 2021)에서 그레이 박사의 말. 163쪽.

 

부담이었던 작업을 여럿 털어내고 오롯이 쉴 수 있는 이틀이 주어졌을 때,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집어들었어요. 혼자 있고 싶은 마음과 취향과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책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죠. 정말 그랬습니다.

내털리 제너,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김나연 옮김(하빌리스, 2021)
내털리 제너,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김나연 옮김(하빌리스, 2021)

각기 다른 이유로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는, 하지만 좀 별나다는 말을 들을까봐 혼자만 좋아하고 있던 사람들 여덟 명이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라는 이름으로 모이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읽어주신 책 덕분에 제인 오스틴을 만났고 지금은 할리우드 스타가 된 영화배우 ‘미미’, 제인 오스틴의 오빠 에드워드가 입양된 나이트 가문의 유일한 직계 후손인 ‘프랜시스’, 프랜시스 집의 일을 봐주는 농부 ‘애덤’, 그 집의 하녀로 일하는 영특한 소녀 ‘에비’, 오래 전부터 프랜시스를 사랑했던 나이트 가문의 변호사 ‘앤드류’, 온마을의 주치의인 ‘그레이’, 에비에게 오스틴을 가르쳤던 교사 ‘애덜린’,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더비의 경매사인 ‘야들리’가 그들입니다. 미미와 야들리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햄프셔주 초턴의 주민들입니다. 오빠 에드워드가 마련해준 작은 집에서 제인 오스틴이 생의 마지막 8년을 보낸 마을이죠.

소설 첫 장을 펼쳤을 때, 1932년 6월이 시대배경인 것을 보고 좀 의아했어요. 제인 오스틴이 이곳에 살았던 1810년대(오스틴은 이 곳에 1809년에서 1817년까지 살았어요)도 아니고, 현재 시점도 아니고 왜 하필 애매모호한 1932년이었을까요? 제인 오스틴이 사망한 지 100년도 아니고, 125년이 지난 이 때 말이지요.

1930년대는 제인 오스틴이 영미권에서 주목할 만한 작가로 부상하고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오스틴의 흔적을 찾아 이 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많아진 시기입니다. 소설에서 미미가 애덤을 처음 만나 오스틴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된 것도 미국인인 미미가 이 곳에 오스틴이 살았던 집을 보러 왔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이 때 초턴 하우스의 주인 나이트가문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하나뿐인 아들이 죽고 제인 오스틴 오빠의 후손인 나이트씨는 늙고 병들었는데, 그는 결혼하지 않은 딸 프랜시스에게 저택과 영지를 물려주고 싶어하지 않았어요. 여차하면 그 작은 마을에 골프장과 리조트가 들어설 기세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몇 해 전 초턴의 제인 오스틴 하우스 뮤지엄을 방문했던 때, 박물관 설립 70주년 기념일이라고 했던 것이 생각났어요. 아하, 이 소설은 영국 남부의 작은 시골집이 어떻게 세계적인 작가의 성지이며 관광명소가 되었는지 그 과정을 상상해서 재현한 거였어요.

[제인 오스틴 하우스 뮤지엄 개관 70주년 기념 포스터와 제인 오스틴 산책로 안내 표지판. 초턴에는 마을 곳곳에 이렇게 오스틴의 흔적을 찾아 걷는 길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소설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에 나오는 오스틴의 터키석 반지와 토파즈 목걸이 팬던트 한 쌍(제인 오스틴과 언니 카산드라 오스틴 소유였음)]

“그는 책을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할리우드에 있을 그녀를 생각했다. 이렇게 유명한 여배우와 공통점을 갖고 있다니. 애덤과의 공통점이라기보다는 제인 오스틴을 함께 좋아하는 것뿐이지만, 그래도 이런 생각들이 스스로를 조금 덜 이상하고 덜 상처입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되었다.”(82쪽)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는 북클럽이 아니었어요. 이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사교의 장을 만든 것이 아니라 제인 오스틴의 유산을 남기고 공유하고 알리는 일을 위한 재단을 설립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합니다. 겉으로 보아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들이 공유하고 있었던 것은 아마도 개인적인 아픔과 고통이었어요. 미미의 다정했던 아버지는 자살했고, 여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미미의 입지는 좁아져가고 있었어요. 애덤은 전쟁중에 두 형과 아버지를 잃고 대학을 포기해야 했으며, 에비도 아버지의 병으로 학업을 중단해야 했죠. 고향 친구와 결혼한 애덜린은 1년도 못되어 남편을 잃고 아이까지 사산하고 말았고요, 프랜시스는 상속권을 쥐고 있는 아버지와 불화한 상태이고, 야들리는 세상이 지금보다 약자들에게 야박했던 그 옛날에 성소수자였으며, 그레이 박사는 수년 전 아내와 사별한 고통을 아무와도 나누지 못해 자신을 학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들 각자는 나름의 이유와 해석으로 『오만과 편견』과 『에마』를 최애하며 『설득』의 세계를 살아내고 있었어요.

“아. 힘들 땐 제인 오스틴 만한 게 없지!”

『정글북』(1894)의 저자 러디야드 키플링이 쓴 단편 「제인아이트」에 나오는 말입니다. 참혹한 전쟁에서 살아남은 부상병들이 병원에서 삼삼오오 모여 ‘비밀스럽게’ 오스틴을 읽으며 고통을 견뎠다는 이야기예요. 키플링 자신도 전쟁중에 아들을 잃은 슬픔을 매일 밤 가족들과 오스틴 소설들을 소리내어 읽으면서 극복했다고 하네요. 윈스턴 처칠도 2차 세계대전을 제인 오스틴 소설을 읽으며 버텼다 하고요.

“실은.”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꼭 고백하듯이 하는 말들 앞에는 어김없이 이 부사가 붙어있다는 것을 꽤 오래 전에 발견하고 신기했어요. “실은 저도 제인 오스틴 좋아해요.”이렇게 말이지요.

(아, 불과 몇 시간 전, 그러니까 오늘도 강의에 갔다가 이 말을 들었네요.^^;)

왜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것은
고백해야 할 무엇처럼 느껴지는 걸까요?

나만 좋아하는 줄 알고 이해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동지를 만났을 때의 기쁨. 그들의 ‘소사이어티’에는 그런 반가움과 위로가 있습니다. 그 반가움이 북클럽을 넘어 재단을 설립하고 오스틴가의 장서를 매입하고 박물관을 세우는 일의 기초가 되었겠지요.

그래서 우리도, “세상이 엉망진창이더라도”(163쪽), 즐겁고도 심오한 ‘모기영 소사이어티’를 부지런히 꿈꾸어보겠습니다. “실은” 저도 모기영 후원하고 있어요, 이런 고백(?)이 여러분에게 반가운 만남과 연대가 되기를.^^

‘생각 없이’ 즐겁게 읽고 싶어서 집어든 책이었는데 도리어 생각이 많아졌네요. 마치 오스틴 소설이 그런 것처럼요.

 


장프로의 <코다>(2021)

“은은하게 퍼지는 울림이 담은 ‘진심’이라는 언어, 과연 우리는 그 언어를 충분히 사용하며 살고 있는 걸까.”

비키(BIKY)에서 만난 모기영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 영화제(2022.7.8.-7.17)에 다녀왔어요.

강신일 모기영 집행위원장님과 함께 개막식에 초대받아 블루카펫 행사에 참여했는데요, 개막식에서 만난 여러 영화인들께서 모기영 개막식에도 초대해달라고 말씀하셔서 여러모로 모기영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밤 시간에는 집행위원장님과 프로그래머들이 따로 만나 4회 영화제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모았답니다.

타 영화제 가서 의기투합, 모기영의 특기입니다(?!)


지난 2주간 정기후원으로 모기영을 응원해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 정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김●준, 김●균, 박●아, 오늘교회 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2022.7.8.-7.20. 기준)

제3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전체사진
제3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전체사진

 여전히, 정기후원과 일시후원도 환영합니다.
(재)한빛누리 계좌이름으로 출금이 됩니다.
이 점을 꼭 기억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기부금 영수증 발급이 가능한 후원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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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금주: (재)한빛누리(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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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간’ 모기영으로

얼마 전 모기영 1회부터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신 후원회원의 가정에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어요. 3회 영화제 포스터가 액자에 고이 담겨 벽에 걸려 있었거든요. 모기영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 정도라고, 헌데 다들 이 정도는 하는 거 아니냐며.... 그래서 냉큼 사진으로 담아왔어요.

크흐. 여러분, 모기영은 (심지어) 인테리어가 됩니다.^^

성원에 힘입어 다음 주부터 주간모기영은 다시 매주 발간을 시작합니다. 아울러 몇 가지 변화를 도모하고 있어요. 지금까지처럼 김지향 홍보팀장(지향드림)이 디자인과 편집을 계속 맡을 예정이고요(수고에 늘 감사!), 박일아 프로그래머가 주간모기영 팀에 합류합니다. 그래서 이번 주간모기영이 수석프로그래머 이름으로 나가는 마지막 뉴스레터가 될 것 같아요. 앞으로는 모기영 공식 뉴스레터로서 모양새를 좀더 갖추고, 박일아 프로그래머와 제가 격주로 맡아 모기영 소식을 띄워드릴 예정입니다. 재미있고 유익하고 신박한 소식들로 찾아뵙겠습니다. 늘 그렇듯이, 모기영 돌아가는 사정은 주간모기영에서 가장 가까이 만나실 수 있습니다.

구독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일상을 다시 위협하기 시작한 코로나와 무더위로부터도, 부디 안전하시기를.

 

2022.07.23.토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수석프로그래머
최은 드림

 

이번 주간모기영에 답장을 하고 싶다면,,,

남겨주시는 이야기에 답장을 할 수는 없지만 
더 나은 모기영을 위해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빠짐없이 읽으려고 합니다.
혹시 모르죠 주간모기영에 실릴 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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