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북구립미술관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는 작가 서세옥의 그림은 성북동의 차분한 인상과 닮았다. 70년대부터 성북동에 살며 영향을 받은 이유일 것이다. 서세옥은 근원 김용준이 서울대학교 동양화과 교수로 제직할 시절 그의 문하에서 가르침을 받았고 그 영향으로 나중에 성북동에 정착했다. 성북구립미술관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가면 그가 살았던 무송재가 있다. 현재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성북동에 지내면서 서양화에서 동양화로 화풍을 바꾼 김용준처럼 서세옥은 성북동에서 그의 대표작 인간 시리즈를 그렸다. 성북동이란 공간이 주는 힘이 있긴 한가보다. 그가 개척한 수묵 추상화인 인간 시리즈는 대상을 해체하고 알맹이만 남긴 그림이다. 하얀 닥지 위에 먹으로 그은 선들. 해체를 위해선 기준이 필요하겠지. 그의 창작 배경에 있는 동양철학에서는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서 바라본다. 자연물, 인간 모두 결국 종이 위에서 점과 선이다.

이번 전시 <시인詩,人 산정>에서는 거기에 더해 그의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서세옥은 시詩, 서書, 화畵 모두 능했다. 시서화는 그림을 그리고 직접 지은 시를 쓴 전통 문인화의 종류다. 특히 그는 한시를 즐겼는데, 한자 5자로 시를 쓰는 5언 한시를 주로 썼다. 머리속에 떠오르는 말을 5자의 한자로 정리하는 과정은 그의 수묵 추상과 닮았다. 전시를 보면서 한자를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번역된 줄글에선 5자에 의미를 채워 넣는 그 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만 같달까.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세상에선 자아가 비대해지기 쉽다. 그것은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불안한 것이지만 성장, 경험과 같은 모호한 단어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미덕이 된다. 모두가 이 풍선 바다 위에서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다. 성북동과 서세옥의 수묵 추상, 그리고 그의 문학 세계는 우리로 멈춰서 발바닥을 보게 하고 딛고 있는 땅을 보게 한다. 다가오는 성북구립미술관에서 마음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겠다. 전시는 12월 7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서둘러 보자.

글쓴이. 고운
사진. 고운, 돌고돌아 성북천
편집자 주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돌고돌아 성북천입니다. 작년 12월에 게시되었던 서세옥의 성북동 콘텐츠, 메일 발송이 누락된 것을 뒤늦게야 깨달았습니다. 사실 깨달은 지 조금 되었는데, 조금 미뤄오다가 아홉 번째 글 발행을 앞두고 이제서야 보냅니다. 메일함, 뉴스레터 페이지 함에 잘 아카이브하기 위함이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내일 발송될 아홉 번째 글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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