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니x반다이남코 전격 합체 소식! (feat. 미일 관세 협상)

📈 소니x반다이남코=풀스택 IP 생태계 구축 전략

7월 24일, 소니가 반다이남코의 주식을 인수해 2.5%의 지분을 확보했다는 깜짝 발표가 있었다. 양사의 IP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협력으로, 두 회사는 애니메이션 및 몰입형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IP를 공동 개발하고, 글로벌 홍보와 배급을 목표로 한다.

이 둘의 만남은 징후적이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팬덤을 넘어 IP 비즈니스로 확장되는 맥락에서 중요한 인사이트를 주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풀스택 IP 생태계 구축'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기본 전략이 될 수 있다.

여기서 '풀스택'이란 소프트웨어 업계 용어 그대로,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인터페이스(프론트엔드)부터 서버, 데이터베이스 관리, API 개발 및 배포(백엔드)까지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엔터테인먼트 IP의 개발부터 배급,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팬 인게이지먼트, 라이센싱 확장 및 UGC에 대한 정책까지 모두 아우르는 '종합 IP 전략'이란 뜻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 예상 가능한 변화들: 

소니의 핵심 전략은 '창조적 엔터테인먼트 비전'과 이를 구체화하는 'IP 360 확장(IP 360 extension)'으로 요약된다. 성공한 게임이 영화로 제작되고, 영화가 다시 굿즈 판매와 음악 스트리밍으로 이어지며, 그 결과 플레이스테이션 생태계로 새로운 구독자(게이머)를 유입시키는 플라이휠을 구축하는 구조다. 

반다이남코의 핵심 전략은 'IP축 전략(IP軸戦略)'으로, 이것은 '최적의 상품과 서비스를 최적의 타이밍과 최적의 지역에' 제공하며 단일 IP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법론이다. 이 전략 아래 최근 [기동전사 건담 지쿠악스]와 [수성의 마녀], [아이돌 마스터], [철권] 같은 대형 IP의 크로스 미디어 전략을 성공시켰다. 반다이남코는 북미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매출 비중 50%를 목표로 공격적인 영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소니는 'IP 360' 플라이휠을 완성하기 위해 상품화의 강자가 필요했고, 반다이남코는 'IP축'의 글로벌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미디어 배급의 거인이 필요했다. 두 회사의 만남은 단순한 시너지 창출이 아니라 두 거대 IP 기업의 전략적 취약점을 상호 보완하는 야심 만만한 결정이다.

가장 먼저 예상되는 건, 소니의 글로벌 인프라를 통해 반다이남코의 IP를 폭발적으로 유통하고 확장하는 전략이다. 소니는 미국 내 1억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한 크런치롤을 소유하고 있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반다이남코 IP를 활용한 신작 애니메이션(예를 들면 [엘든 링] 애니메이션)을 공동 제작해 미국에 직접 배급할 수 있다.

또한 [라스트 오브 어스]처럼 반다이남코의 게임 IP도 영화/드라마로 제작되어 플레이스테이션 생태계로 들어갈 수 있다. 기획, 제작부터 글로벌 배급과 멤버십 관리까지 완벽한 IP 비즈니스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소니는 이미 작년 12월에 카도카와(Kadokawa)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엔터테인먼트 원천 IP를 대량 확보했다.

소니는 이미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SN)의 핵심 기능(계정, 결제, 데이터 인프라)을 확장하여 소니 그룹 계열사들의 '참여형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PSN에 등록된 수백 만 명의 사용자는 콘텐츠 소비자라기보다는 게이머다. 반다이남코는 이미 PSN 계정 연동을 지원하는 '반다이남코 ID'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니는 애니메이션, 만화, 프라모델의 수백 만 명의 팬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이런 구조는 단순히 게임이나 장난감을 더 많이 파는 게 아닌, 고객의 엔터테인먼트 여정 전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구조를 확보하도록 돕는다.

✅ IP 주권 확보와 미일 관세 협정: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폭발적인 영향력은 사실 한 작품의 예외적인 성과보다는, 수년 전(코로나 시기)부터 급속하게 성장한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장의 파생 결과이기도 하다. 아마존, 넷플릭스, 텐센트까지도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들은 기술 기반의 신흥 콘텐츠 기업들이다. 소니와 반다이남코는 전통적인 엔터/콘텐츠 기업이다.

그래서 조금 넓은 관점으로 소니와 반다이남코의 협력을 보면, 기술을 무기로 삼은 신흥 세력에 대한 레거시 기업의 방어 전략으로도 보인다. 여기에 약간의 창의력을 더 보태면 일본의 대미 무역 정책과 긴밀한 연관성마저 보이는 것 같다. 북미 시장에서 유통되는 일본 콘텐츠 IP의 모든 면을 일본 기업이 직접 핸들링하기 위한, 다시 말해 장기적으로 IP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청사진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일본 정부는 작년 2024년 6월에 '쿨 재팬(Cool Japan) 전략'을 개정해 2033년까지 콘텐츠 수출을 20조 엔(=186조 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2022년 기준, 일본 문화 콘텐츠의 수출액은 4조 7천억 엔(=43조 9천억 원)으로 일본 반도체 산업 수출액과 비슷한 규모다. 일본 정부의 '쿨 재팬' 개정 전략은 콘텐츠와 함께 외국 관광객의 일본 내 소비와 일본산 농수산물, 식품 수출 등을 포함한 관련 산업 전체의 국내외 수익을 2023년 19조 엔에서 2033년 50조 엔 이상으로 10년간 2.5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포함했다.

그런데...

출처: 뉴시스

7월 23일, 미일 관세 협상 결과가 발표되었다. 미국이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25%에서 15%로 낮아졌지만, 일본은 미국에 5천 500억 달러(약 759조원)의 투자를 약속하고, 수익의 10%만 가져가게 되었다. 자동차와 트럭, 쌀과 일부 농산물 시장도 개방하고, 상호관세 15%를 부과한다. 또한 보잉사의 항공기 100대를 비롯한 미국제 민간 상업용항공기를 대량 구입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의외로 선방했다고 자찬하는 분위기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그런데, 내가 볼 때는 뜻밖에도 이번 협상이 10년 후 애니메이션과 게임 같은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자리 잡는데 중요한 디딤돌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https://tradingeconomics.com/japan/exports/united-states

2024년 기준, 일본의 대미 수출 규모는 1,415억 달러(=194조 2천억 원) 수준이다. 그중 장난감/게임/스포츠용품의 대미 수출액은 9억 5,169만 달러(=1조 3천억 원) 규모다. 여기에는 무형의 콘텐츠 수출액은 빠져서, 여러 데이터를 조합해 다음과 같이 일본 엔터테인먼트 수출액을 추정할 수 있다.

2023년에 일본 애니메이션은 전세계적으로 총 198억 달러(=27조 1천 8백억 원)라는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했다. 스트리밍(55억 달러)과 머천다이즈(143억 달러) 합산이다. 그 중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수익의 41%인 약 22억 달러(=3조 2백억 원)가 북미에서 발생했다. 특히 미국은 일본에서 6억 6천만 달러 규모의 오디오 비주얼 콘텐츠를 수입하고 있다. 

게임 시장은 이보다 훨씬 크다. 미국 게임 시장 규모는 628억 달러인데, 닌텐도의 전 세계 매출은 116억 달러,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은 214억 달러 정도다. 그리고 일본 게임 회사들의 미국 시장 의존도는 4~50%로 알려졌으므로, 이를 통해 추정해보면 일본 게임의 대미 수출액은 대략 60~80억 달러(=8조 2천억~10조 9천억 원) 규모로 잡을 수 있다. 일본 음악의 경우는, 미국 내 점유율이 팝 장르의 10% 미만으로 잡힌다. 

이 모두를 종합하면, 일본의 대미 콘텐츠 수출 규모는 대략 85~105억 달러(=11조 6천억~14조 4천억 원) 규모로 산정할 수 있다. 일본의 전체 대미 수출액 5위권에 드는 규모다. 

특히 애니메이션, 게임, 음악 등 디지털 콘텐츠는 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관세 대상이 아니다. 크런치롤의 구독료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다운로드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일본의 대미 수출 전략에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IP는 점점 중요해질 수 있다. 심지어 피규어나 프라모델 같은 제조품의 경우,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낮아졌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력이 커지는 상황이 되었다. 

또한 미국 입장에서 일본의 대규모 투자와 시장 개방은 일본 문화에 우호적인 분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고, 중국 견제의 맥락에서 미국 내 일본의 입지도 더 개선될 수 있다. 또한 일본 정부도 제조업보다 콘텐츠 산업에 더 많은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다시 말해 2033년까지 콘텐츠 수출액을 20조 엔까지 높이겠다는 '쿨 재팬' 개정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콘텐츠가 가진 소프트 파워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 콘텐츠산업 규모는 2022년 역대 최고치인 151조 원을 달성, 수출액은 132억 달러를 달성해 100억 달러 규모의 2차전지 해외 수출액을 뛰어넘는 엄청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민관 모두 콘텐츠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여러 지원을 독려하자는 메시지도 나오고 있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특징 상, 성공하기만 하면 원가 대비 수익률이 월등히 높다. 여기에 문화적 파급력까지 고려하면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수출의 잠재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2024년부터 올해 초까지 문체부는 단계적으로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 애니메이션 투자 정책 등을 발표했고 '글로벌 콘텐츠 4대 강국 도약'을 위해 2027년 매출액 200조 원, 수출액 250억 달러를 목표로 삼았다. 특히 올해 4월에 발표한 '애니메이션 산업 진흥 기본계획(2025~2030)'은 2029년까지 5년간 총 1500억 원 규모의 '애니메이션 특화 펀드'를 조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참고로 한국과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을 비교하자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연간 매출은 1조 1천억 원이고, 일본은 30조 8천억 원(=3.3조 엔)으로 대략 30배 차이가 난다. 그 중 수출액은 한국이 약 1,500억 원, 일본은 약 16조 7백억 원(=1조 7천억 엔)이다. 일본은 총매출의 51.5%가 수출액인 것이다.

이것만 봐도 한국의 콘텐츠 IP, 특히 애니메이션 산업은 일본에 비해 모든 면에서 한참 못 미치지만, 일본의 종합 콘텐츠 전략은 우리에게 중요한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번처럼 소니와 반다이남코의 연합 소식과 우연히 겹친 미일 관세 협상 결과는 뜻밖에도 엔터테인먼트 IP 비즈니스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케이팝 뿐 아니라 K-뷰티, 푸드, 게임, 웹툰 등 한국의 엔터문화 산업이 글로벌(특히 미국) 시장에서 눈에 뜨게 성장하고 있는 지금, 최근 일본 안팎의 엔터 산업 상황에 대한 분석이 우리에게 의미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일본 먼저 합의, 관세 유예 명분없다"...'벼랑 끝' 협상 벌어야하는 한국 | 출처:중앙일보

물론 한국의 대미 수출 전략이 당장 콘텐츠 위주로 바뀌진 않을 것이다. 그럴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이 복잡하고 폭력적인 상황에서 K-엔터/문화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놓고 보자면 추후에 나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부디 이 글이 되도록 많이 공유되고, 더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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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IP 비즈니스 관점에서 소니와 반다이남코를 각각 다뤘습니다. 두 회사가 IP 중심 전략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고민과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면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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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애니메이션과 케이팝 산업을 비교한 칼럼도 있습니다. 특히 [캐치! 티니핑]과 SM 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하츠투하츠의 협업에 대해 정리한 글을 추천합니다. 

📝 아니메와 케이팝은 생각보다 많이 닮았다

🪄 캐치! 티니핑과 하츠투하츠가 만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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