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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이 바뀐 공대생의 모임 운영 이야기 :
Episode 1 - 나를 더 나답게 만드는 모임이 있다고?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으로 스마트폰이라는 신세계를 열었다. 스마트폰은 이제 우리의 일상을 아주 빠르게 불특정 다수에게 보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 중심에서 활동하는 것은 물론 SNS다. 하지만, 기쁨에서 슬픔까지 때론 좌절스러운 모습까지 누구에게나 생중계되는, 어쩌면 나만의 공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시대에 우리는 노출되어 있다. 때로 격한 공감을, 때로 깊은 질투와 시기심까지 경험하게 되니, 우린 한배에 탄 셈이랄까? 얼굴도 모르는 당신. 우린 더할 나위 없는 친구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더 친하게 지내자, 이 뉴스레터를 통해서.
이 온라인이라는 혜택 덕분에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된 것 같은데, 그런데도 원인 모를 외로움이 문득 찾아온다. 사람과 친해진 것인지, 스마트폰과 친해진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기 때문. 우리는 메타버스가 창조한 세계에 존재하거나, 혹은 누군가에게 종속된 부캐일지도 모르니, 너무 좋아하지는 말기로 하자. 어쩌면 영혼 없는 메시지만 툭 던지고 받는 사이, 그게 바로 스마트폰이 만든 메타버스의 정체가 아닐까. 아아, 외롭고 싶은 이 역설적인 감정은 뭘까. 도저히 스마트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외롭고 싶은 내 소원을 누가 성취해 줬으면…
외롭고 싶다. 지독한 외로움조차 친구로 만들고 싶을 지경으로 외딴곳으로 격리되고 싶다. 독거노인, 독거 노총각, ‘독거’라는 단어가 요즘 유튜브라는 메타버스에서 유행이다. 이제 외로움은 물리치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고 즐기는 시대가 된 걸까?
그래, 우리의 단짝이 침대 위에서 반짝거린다. 역시 스마트폰뿐이다. 외로움은 잠시 옆에 두고 SNS로 여행을 떠나보자. 탈퇴했던 페북도 살려보고, 인스타그램에서 미슐랭 스타에 도전장도 내밀어보고, 정 안되면 오픈 채팅방에서 아무나 만나 실컷 수다라도 떨어 보자. 하지만 외로움이 또 건드린다. 랜선 세상에 많은 사람이 있어도 누군가가 문득 그리워지는 이유는 뭘까. 페북 친구가 수천 명이나 되는데, 이 외로움은 왜 떨치지 않는 걸까.
‘외로움 덜어내기 클럽, 함께 책 읽어요, 카페에서 실컷 수다 떨어요’ 온갖 모임에 충동적으로 가입해본다. 물론 스마트폰으로… 역시 우리는 스마트폰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 며칠 전엔 28만 원 내고 공심재 ‘콘텐츠 탐구하는 글쓰기 모임’에 가입했다. 그곳에선, 나만의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어서 글도 쓰고 합평도 나눈단다. 외로움 탓에 의지하던 빵 폭식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간헐적 단식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좋겠다. 일기 쓰며 용돈이라도 벌고 싶었는데, 네이버에서 배신 당한 당신을 위해 매일 일기 모임도 생겼다.
아,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스마트폰 안에 세상이 다 들어 있다는 착각. 아날로그는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온라인 세상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서로 만나고 있었구나.’ 그래, 열심히 만나고 더 많이 말하고 더 깊이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자기 앞의 생》에서 모모가 말했던 것처럼,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 ‘내가 외로웠던 건 사랑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탓이었구나. 랜선으로 사랑을 배운 탓에 난 관계에 서툴렀던 거야. 이제라도 진지하게 누구든 만나보자.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사랑도 나눠보자고.’ 말이다. 사람을 만나봐야 외로움의 역설적인 즐거움도 이해할 수 있지 않겠나.
2020년 초 뜻하지 않은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프라인 활동이 중지됐고, 우린 잠재적인 바이러스 보균자가 되어 서로를 경계하는 사태에 이르고 말았다. 온라인으로만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나와 같은 아싸에게 완벽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차라리, 이 기회에 절대적 고독을 만끽해볼까. 그런데 나는 고독을 즐길만한 재주도, 여유를 부릴만한 형편도 못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암울한 코로나 시대, 백신도 하반기에나 맞을 수 있을 것 같다는데, 맞아도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니, 삶엔 불확실함 투성이다.
고독은 수만 가지 생각을 하나로 만들고 인간의 성찰을 도우며 타인과의 소통을 더 윤택하게 만든다는데, 나는 그 감정을 즐겁게 또는 여유 있게 대할 형편이 아니다. 스마트폰이 억압한 규율에 더 강박적으로 지배받아야 살아야 하는 걸까.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한다는 고독은 대체 어디에 있으며, 나는 그것을 과연 되찾을 수 있는 걸까.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다. 불완전한 모습에서 탈피하기 위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타인과 소통한다. 나는 거의 소통을 주도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모임을 만들면서 그 움직임에 반하려는 걸까. 나는 아직 그럴만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타인의 의견에 끌려다니는 편이니까. 편하기 때문에, 그러기에 참여만 하다 공심재를 만들었다. 당신도 나처럼 주저하는 편이라면 조력자가 필요하다. 나를 더 나답게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나와 유사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느끼게 하는, 심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모임에서 당신도 당신의 성향을 바꾸거나, 원한다면 창조할 수도 있겠다.
코로나-19는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우리의 앞을 막아설 확률이 높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서로의 위치를 확인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모임이라면 얼굴은 몰라도 멀리 떨어져도 친구가 되니 외로움이 반으로 줄어들지도. 오프라인에 버금가는 소통을 온라인에서 누릴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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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flow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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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심야서재 뉴스레터
아 그러네요. 썬플라워님의 말씀대로 이제 대면으로 소통 경험을 쌓아야 하는 아이들에겐 지금의 세상이 너무나 낯설겠어요. 그렇다고 딱히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니 그저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네요. 이렇게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소통하는 것이 편하긴하지만 체질적인 한계도 분명할테니, 가까운듯 먼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긍정적이기도 합니다. 온라인이 있어서요.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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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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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심야서재 뉴스레터
부고 이후 많이 힘드시군요. 댓글 자주 안달아도 괜찮아요. 먼저 감정부터 잘 돌보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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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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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심야서재 뉴스레터
공심재가 없었으면 또 어딘가 더 중요한 게 있었을겁니다. 분명히요. 그래도 감사하고 고마운 공간이라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안부를 물어주시는 분이 계시군요. 그것 또한 감사한 일이죠? 저도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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