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구애받지 않고 쓰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아가기

멋진 삶과 인생의 버킷리스트

2021.06.09 | 조회 7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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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심야서재 뉴스레터

오직 글로서만 승부하는 글쟁이의 뉴스레터, 주로 생산성 툴에 관련된 글을 보내드립니다.(가끔 소설도 씁니다.)

버킷리스트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거나 적어본 적이 없다. 그 단어 자체에서 풍기는 어떤 이미지가 그다지 흥미롭게 다가오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먹고살기도 바쁜데 어떻게 그런 분야에 일일이 신경을 쏟고 살 것인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도 존재했다.

나에게 버킷리스트란 아마존 위시리스트에 무심코 담아놓은 상품 1,2와 비슷하게 취급당했다고 할까. 언젠가 결제하게 될지도 모르는, 그러나 그 시기가 분명치 않은 그렇다고 계속 방치해두지 못하는 목록 같은 것들.

그런 건 굳이 수치적으로 개량화하든 정량적인 목표로 설정해둔들 어차피 구체적인 모양새로 돌변할 확률은 꽤 희박할 것이리라. ‘그래, 버킷리스트는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문제적 물건일 따름이잖아, 나에겐 너무 먼 당신이지’라고 추가적으로 생각을 덧붙이며.

어쨌거나 버킷리스트를 노트에 적어본 적도 없고 딱히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을뿐더러, 이걸 쓴다고 그것이 과연 실현될 것인가에 대해서 회의를 품는 사람이 바로 나니까, 그냥 마음속으로만 한 번쯤 떠올려 보는 것이 그나마 이롭겠다.

 

1. 작가 되기
2. 작가로서 책 한 권 출간하기
3. 작가로서 강사 되기
4. 작가로서 이름을 빛내기(후대에 이름 남기기)
5. 소설가로 등단하기
6. 시인으로 등단하기
7. 죽을 때까지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8. 돈에 구애받지 않고 쓰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아가기
9. 글 쓰는 사람으로 널리 인정받기
10. 모임에서 즐겁고 신나게 쓰기

방금 적어 본 버킷리스트

 

대충 이런 것들이 지금(2021년 6월 9일 오전 9시) 내가 뽑은 버킷리스트들이다. 공교롭게도 전부 글쓰기와 연관된 것들이다. 어떤 것들은 실현됐고 어떤 것들은 아직 과정에 놓여 있다. 어떤 것들은 희망에서 절망이 됐고, 어떤 것들은 추상에서 구체화되기도 했다. 물론 몇 가지는 죽을 때까지 실현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런 일에 계속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게 맞는지 알 수 없지만, 딱히 다른 리스트가 기다리는 것도 아니니 저것들을 앞으로도 계속 들춰봐야 될 것 같기도 하다. 왠지 따분해지는 느낌이...

그럼에도 이 목록들에서 단 한 가지만 남겨보라고 하니, 다소 곤란하기는 하지만 나는 8번을 선택할 것 같다. 음, 왠지 저 목록이 아닌 숨겨진 게 하나 있을 것 같기도 한데(돈 많이 버는 거?) 어쨌든 돈과 상관없이 그러니까 경제적 자유를 취득하든 골방에서 좌식책상에 의지하며 주린 배를 움켜쥐고 글을 쓰든, 어떻게든 쓰는 삶을 살겠다는 거, 목표 하나는 꽤 일관적이고 싶다.

이렇게 목표 자체가 단순하고 일관성 있는데, 굳이 거창한 목표를 설정해가면서 쓸데없이 시간을 소모하고 싶지는 않다. 이를테면 5천 미터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며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는 공포에 빠진다거나, 지난번에 응모한 단편 소설로 문학상을 받게 되어 갑자기 매스컴의 조명을 받는다거나, 천 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작가로서 궁핍한 삶을 잘 견뎌가며 글을 쓰게 됐는지 연설인지 간증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는 일. 이런 거의 이루어지지 않을 말하자면 불확실한 목표를 설정해 놓고 이렇게 저렇게 온갖 궁리를 짜며 전략가 행세를 하는 것보다, 책상 앞으로 이동해서 당장 해야 될 일거리들을 왼쪽으로 과감하게 밀어두고 생각에 집중하며 글을 쓰는 거 자체가 훨씬 삶에 이롭고 멋지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니 실천 방법은 뻔하지 않겠나? 쓰는 게 전부지, 이렇다 할 아이디어든 번쩍이는 방안이든, 꿈으로 포장된 망상이든 어쨌거나 묘수 같은 건 없다. 지금 내 눈앞에선 전투적인 일, 소모적인 일상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일상에서 조금 비켜서서 자유로운 영혼처럼 이곳저곳을 계획 없이 한가로이 떠돌아다니며 저무는 노을이나 바라보며, 자유가 무엇인지, 멋진 삶의 정체가 대체 무엇인지, 커피 한 잔을 진하게 우려놓고 아주 오랫동안 사색에 잠겨보며 진한 커피가 연한 커피로 변해가는 과정을 멍하게 바라보고 싶지만, 그런 일은 목가적인 풍경도 직면해야 할 현실에서도 지극히 동 떨어진 그냥 막연한 세상일뿐이지 않는가.

단순하게 그리고 일관성 있게 마음의 깃발이 한쪽으로만 펄럭이도록 그 바람을 처음의 위치에서 일정한 방향으로 계속 유지하도록 흘러가듯 살아가면 될 것이다. 물론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다시 그쪽으로 향하면 될 것이고... 그렇게 살다 보면 멋진 삶의 정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더라도 어느 날 문득 알아차리게 되지 않을까? 우뇌에서 스파크가 갑자기 터지듯이.

내가 버킷리스트를 환대하지 않은 것처럼 오직 내 삶만을 일관성 있게 대하다 보면 그 리스트라는 것도 그냥 얻어질지도 모르는 게 아닌가. 어쩌면 이미 버킷리스트는 마음 깊은 곳에 서려 있어서 무시하더라도 언젠가 어깨를 툭 하고 건드릴지도 모를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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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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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림그릿

    0
    almost 3 years 전

    공심님 모습 통해 많이 배우고 싶네요~정말 글쓰는 분이네요~~^^

    ㄴ 답글
  • 옥돌여행

    0
    almost 3 years 전

    일관되게 글쓰기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하시군요.^^그래서 지금의 공심님이 있나 봅니다.^^

    ㄴ 답글
  • 일과삶

    0
    almost 3 years 전

    기승전 글쓰기! 역시 작가님입니다~

    ㄴ 답글
  • 열말

    0
    almost 3 years 전

    와, 이번 글은 특히 좋네요. 버킷 리스트를 대하는 태도에서 공감대를 느끼며 읽었어요. 그런데 말이지요, 왜 시인은 등단'하기'가 아니고 등단'되기'일까요? 매우 궁금하네요. 잘못 쓰신 건 아닐테고 말이죠.

    ㄴ 답글 (1)
  • Sunflower 🌻

    0
    almost 3 years 전

    스토너도 생각나고 애브리맨도 생각나고 조르바도 생각나고 바틀비도 생각나고 아마데우 드 프라두도 생각나고.... 공심님~ 정진하시는 모습 멋지세요

    ㄴ 답글 (1)
  • 망망

    0
    almost 3 years 전

    저도 버킷리스트는 있지만 수정을 해야겠네요! ㅎㅎ 멋있습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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