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왜 반도체에 모든 것을 거는가

: 일론 머스크의 4가지 승부수와 궁극의 목표

2025.11.20 | 조회 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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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규의 제조업책략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테슬라는 왜 반도체에 모든 것을 거는가: 일론 머스크의 4가지 승부수와 궁극의 목표

서론: 자동차를 넘어 AI로 향하는 야망

우리에게 테슬라는 '혁신적인 전기차 회사'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일론 머스크 CEO의 행보는 테슬라의 본질이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의 비전은 이제 자동차를 넘어, 완전 자율주행(FSD)과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궁극의 목표를 향하고 있으며, 그 성패는 오직 AI 반도체의 성능에 달려있다고 그는 믿는다.

머스크 스스로 "칩(반도체)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하다. 칩의 꿈을 꿀 정도"라고 말할 정도로 그의 집착은 대단하다. 이는 단순한 열정을 넘어, 테슬라를 AI 기업으로 재정의하기 위한 거대한 전략의 시작이다. 지금부터 테슬라가 미래를 걸고 던지는 4가지 핵심 승부수를 통해 그의 야심 찬 계획의 실체를 분석해 본다.

1. 상식을 파괴하는 목표: 단순 설계를 넘어 거대 자체 공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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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야망은 단순히 칩을 설계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머스크는 '테라팹(Terafab)'이라 불리는 거대한 자체 반도체 공장을 직접 건설하는 구상까지 밝혔다. 이는 반도체 업계의 상식을 파괴하는 담대한 목표다.

그가 구상하는 공장의 최종 목표 생산량은 웨이퍼 환산 기준 '월 100만 장'에 달한다. 머스크는 TSMC나 삼성전자 같은 세계 최고의 파운드리 기업에 생산을 위탁하더라도, 미래에 필요한 막대한 양의 AI 칩을 감당하기엔 "두 회사의 생산량이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칩이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자체 생산 능력 확보가 필수라는 판단이다. 그의 야심은 다음 한마디에 집약되어 있다.

"거대한 칩 공장 '테라팹'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 구상이 단순한 허언이 아님은 테슬라가 파트너로 인텔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머스크는 "계약은 아직 안 했지만 논의할 가치는 있다"고 언급하며, 이 계획의 현실성을 내비쳤다. 이는 테슬라의 반도체 전략이 얼마나 진지한 단계에 이르렀는지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2. 성능은 높이고 비용은 낮추는 '뺄셈의 미학'

 

일반적으로 차세대 칩은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하는 '덧셈'의 방식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차세대 칩 'AI5'는 이전 세대인 'AI4'에 탑재되었던 GPU(그래픽 처리 장치)와 ISP(이미지 신호 프로세서) 같은 핵심 기능들을 오히려 과감하게 제거했다.

이러한 '뺄셈의 미학'은 철저히 계산된 전략이다. GPU와 ISP 같은 별도의 처리 장치를 없앰으로써, 차량 카메라에서 들어온 데이터를 AI 추론 엔진까지 전달하는 파이프라인을 극도로 단순화하고 직접적으로 연결한다.

이는 자율주행의 실시간 의사결정에 치명적인 데이터 처리 지연(latency)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동시에 불필요한 기능 제거는 칩(SoC)의 크기를 줄여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한다. 머스크는 "삭제 항목을 나열하면 긴 목록이 된다"고 언급하며, 최적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요소를 덜어냈는지 강조했다.

이런 과감한 선택이 가능한 이유는 명확하다. "수많은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맞춰야 하는" 엔비디아와 달리, 테슬라는 "오직 테슬라라는 단 한 곳의 고객"만 만족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3. '정수 연산'이라는 비장의 무기

이처럼 무자비한 하드웨어 최적화는 방정식의 절반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은 칩이 사용하는 수학적 언어 자체를 테슬라의 필요에 맞춰 재단하는 데 있다. 바로 '정수(Integer) 연산'에 대한 극단적인 최적화다.

엔비디아 같은 범용 AI 칩은 정수와 부동소수점(Floating-point) 연산을 모두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자사 AI 모델이 수행하는 추론 처리의 대부분이 정수 연산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정수 연산은 부동소수점 연산보다 훨씬 빠르고 소비 전력(그리고 그에 따른 발열)도 적다. AI5를 정수 연산에 특화시킴으로써, 테슬라는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고의 효율을 끌어내는 것이다.

머스크는 이 전략을 통해 엔비디아의 최신 GPU와 동등한 성능을 내면서도 소비 전력은 3분의 1, 비용은 10분의 1 미만으로 줄일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는 이 기술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틈새의 사소한 기술처럼 보이지만 매우 중요하다."

4. 경쟁자를 압도하는 경이로운 성능 목표

테슬라의 AI5는 단순히 효율적인 칩이 아니다. 성능 목표 자체가 경쟁자를 압도할 만큼 경이롭다. 테슬라는 AI5가 현재 사용 중인 AI4에 비해 연산 능력은 10배, 메모리 용량은 9배로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AI5가 목표로 하는 연산 능력은 3000~4000 TOPS(초당 조 단위 연산)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경쟁사인 엔비디아나 중국 업체들의 주력 자율주행 칩 성능이 약 1000 TOPS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이처럼 막대한 컴퓨팅 파워는 테슬라가 추구하는 'End-to-End(E2E) 자율주행' 기술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이다. 차량의 주변 인식부터 판단, 제어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단일 AI 모델에 맡기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연산 능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결론: 미래를 건 담대한 도박

자체 반도체 공장 '테라팹' 구상, 불필요한 기능을 제거하는 '뺄셈의 미학', 정수 연산 최적화라는 비장의 무기, 그리고 경쟁사를 압도하는 성능 목표까지. 이 네 가지 승부수는 테슬라가 더 이상 단순한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님을 명백히 보여준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개인의 깊은 관여와 집착을 동력 삼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된 AI 기업으로 무섭게 진화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완전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궁극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초석이다.

AI 반도체를 향한 테슬라의 담대한 도박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인가, 아니면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는 무리수가 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이 전략의 성공 여부가 향후 10년간 테슬라의 기업 가치를 결정하고, 나아가 글로벌 기술 패권의 향방을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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