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스포츠는 돈 내고 보면 안되는걸까?

캡콤이 스트리트 파이터 6 e스포츠의 대미를 장식하는 캡콤컵 12의 파이널 라운드와 스트리트 파이터 리그(SFL)의 월드 챔피언십의 결승전의 생중계를 유료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이 소식을 전해드리면서 'e스포츠 시청은 반드시 무료여야 하는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민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눠볼까 합니다.

캡콤의 결정, '결승전 생중계 전격 유료화'

비록 국내에서 엄청난 이슈가 되진 않았지만, 이 결정은 e스포츠 산업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연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관련 보도를 살펴보면 캡콤컵 12와 SFL 결승전 생중계는 각각 4,000엔(한화 약 3만 8천 원)에 시청이 가능하며, 두 대회를 모두 시청할 수 있는 번들의 경우 6,000엔(한화 약 5만 7천 원)에 판매됩니다. 결승전은 1주일 뒤에 무료로 풀릴 예정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미국 케이블 텔레비전 서비스의 '페이 퍼 뷰(PPV)'를 떠올리게 합니다. 프로 스포츠에서는 중요한 경기를 PPV로 생중계하여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요. 복싱, 프로레슬링, 종합격투기에서 이러한 방식이 자주 사용됩니다. 캡콤의 이번 결정은 PPV와 유사한 모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e스포츠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일부 경기를 전면 유료화하여 생중계를 했던 경우가 없었습니다. 최소한 제가 기억하기로는요. 게다가 책정된 가격 역시 생각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게임메카의 보도에 따르면 이 가격은 파이널이 열리는 현장의 B석 티켓 가격과 같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결정은 스트리트 파이터 6 e스포츠 산업 내에서 상당히 뜨거운 떡밥이 되었습니다. 주로, 안 좋은 쪽으로요.

우려와 반발

일본 스트리트 파이터의 전설 '우메하라 다이고'

이번 발표에 대한 커뮤니티의 반응은 주로 부정적입니다. 팬들은 물론 프로게이머들까지 이 같은 결정에 우려와 반발을 표하고 있는데요.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의 전성적인 프로게이머인 다이고 우메하라는 '유료 중계 자체도 문제지만 CPT의 규칙과 형식이 4천 엔에 달하는 비용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본의 격투게임 해설자 Sajam은 '상대적으로 경제적 기반이 약한 국가들의 시청자'들에게 가혹한 가격이며, 유료 중계로 인해 시청자 숫자가 감소하는 것은 스폰서 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죠.

 '블랑카' MenaRD(출처-TEMPUSADB)

EVO 우승자이자 도미니카 공화국 국적인 '블랑카' MenaRD 선수 역시 "내가 사는 곳을 포함해 대부분 지역에서는 이 게임을 플레이할 여력조차도 없다"며 "스트리트 파이터의 정점을 즐길 기회를 막아서는 안 된다. 시기상조다"라고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의도는 이해, 문제는 '정도'

커뮤니티의 대부분이 보이고 있는 부정적인 반응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 동안 이렇게 PPV 방식으로 유료화를 했던 e스포츠 콘텐츠가 전무하기도 했고, 최대한 많은 시청자, 팬덤을 끌어 모은 뒤, 그걸 바탕으로 광고, 스폰서십 매출을 극대화하는 것이 e스포츠 대회 비즈니스의 표준으로 여겨져왔으니까요. 비록 적자가 나더라도 시청자 숫자가 많다면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e스포츠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e스포츠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가장 큰 투자를 하고 있는 게임사(종목사)들의 사정이 점점 달라지고 있죠. '게임으로 번 돈을 e스포츠로 써서 게임의 저변과 생명력을 확대한다'는 명분 아래 게임사가 돈을 쓰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e스포츠 산업은 판이 너무 커져 버렸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e스포츠가 단순히 '대회를 열어서 우리 게임을 가장 잘하는 사람을 뽑는' 정도가 아니게 된 것이죠. 어떤 e스포츠 종목은 거대한 산업이 되었고, 프로게이머, 프로게임단, 프로덕션 같은 구성원들이 종사하며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게임사 역시 이에 발맞춰 대회의 규모를 키우고 e스포츠를 하나의 독립적인 비즈니스로 키우고자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출처 - Esports Insider

그러나 안타깝게도 e스포츠는 각각의 종목이 독립적인 비즈니스로 자리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통 스포츠의 중계권 비즈니스나 오프라인 관중 수입 등이 자리를 잡지 못했고, 투자를 통해 몸집을 불린 프로게임단들 역시 마찬가지로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했죠. 라이엇게임즈의 LoL Esports가 이 문제에 가장 크게 직면해 있는 상황입니다.

각자 사정은 다르겠지만, 종목사들이 e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싶어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쓰는 만큼 어느 정도 벌어서 채울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지금 같은 투자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맞느냐 하는 고민이 있는 것이죠. 그래도 종목사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입니다.

출처 - 경향게임스

이러한 배경을 고려했을 때 캡콤의 '결승전 유료화' 결정은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이 있고, 캡콤의 의도 자체는 그렇게 비난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정된 가격이 너무 높았고, PPV 방식이 파격적, 극단적이었다 지적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캡콤의 이러한 결정이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인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최고의 챔피언이 탄생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고 싶은 팬들의 주머니가 얼마나 열릴까요? 캡콤이 e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PPV를 통해 얼마의 수익을 거둘까요? 결과가 어떻든 이번 결정은 e스포츠 산업 전체에 연구 가치가 높은 어젠다를 던지게 될 것입니다.

e스포츠는 돈 내고 보면 안되는걸까?

캡콤컵 유료화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부터는 이번 뉴스레터의 제목인 'e스포츠는 돈 내고 보면 안되는걸까?'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이어가볼까 합니다.

내 주머니를 열어재낀 나의 인생 스타리그 올림푸스

우선 저의 오래된 기억을 하나 꺼내볼까 합니다. 먼 옛날, 지금처럼 유튜브, 트위치, 치지직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이 없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지방에는 유선방송이라 불리던 케이블TV 보급률이 낮았는데요. 지방에 살고 있던 저에게는 온게임넷 홈페이지에서 '유료 시청권'을 구매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당시 온게임넷은 홈페이지에서 라이브 방송과 VOD 시청권을 다양한 구성으로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저는 2003년 올림푸스 스타리그 결승전을 보기 위해 친구와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았고, 당시 가장 저렴했던 '라이브 1일 시청권'을 구매했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900원으로 기억을 합니다.

당시 올림푸스 스타리그 결승전이 풀세트 접전 끝에 '퍼펙트테란' 서지훈의 우승으로 끝났습니다. 이 경험은 너무도 환상적이었어서, 아마 이 때가 'e스포츠 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구체적으로 갖기 시작한 시점이었을 겁니다. 제가 지출한 900원-정확히는 친구랑 둘이서 봤으니 1인당 450원이겠네요-은 몇배, 아니 몇십배의 만족감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저는 스타리그의 중요한 경기 때마다 소액 결제를 통해 생중계를 시청하곤 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e스포츠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은 '공짜'라는 인식이 굳건히 자리 잡았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 비용, 케이블 TV 시청료가 있으니 '완벽한 공짜'는 아닐 수 있겠지만,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 및 단체에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는 않으니 '공짜'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특히, 거의 대부분의 e스포츠 콘텐츠가 인터넷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송출이 되면서 이 인식은 더욱 강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OGN이 2012년 HD 화질 유료 서비스가 처절하게 실패한 때가 트위치, 아프리카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의 전성기가 본격 시작되던 시점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정적인 결여 요소

스포츠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수익 모델은 '중계권'과 '관중 수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PPV 역시 일부 종목에서는 핵심 수익 모델이죠. 형태는 다르지만 이 방법들은 '시청하고 관람하는 행위'에 일정 금액의 가치를 부여해 수익을 내고 공급자가 지속적으로 좋은 콘텐츠(경기)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1차적인 원동력이 됩니다. 이와 달리 e스포츠는 이 두 가지 요소가 크게 결여되어 있습니다.

그마나 '관중 수입'은 직관 티켓 구매가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문제는 콘텐츠 비즈니스입니다. 우선 중계권 판매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e스포츠 공급자와 스트리밍 플랫폼 사이의 중계권 비즈니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축구, 야구 같은 전통 프로 스포츠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레거시 미디어와 공급자 사이의 눈에 띌 만한 큰 계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라이엇 게임즈는 약 2년 전 커뮤니티 레터를 통해서 '전통 스포츠 같은 중계권 비즈니스 모델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인정했고, 이후 인게임 판매를 통한 수익 분배 및 프랜차이즈 비용 감면 등 생태계 지속가능성 개선을 위한 다른 방법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e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한계들을 인정하면서도 지속가능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콘텐츠 비즈니스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중계권', '유료 시청 모델'은 포기하기에는 너무 근본적이며 잠재력이 큰 영역이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앞으로 e스포츠 산업은 결여되었거나 부족한 이 요소들을 반드시 채워야만 건강하게 지속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다만, 전통 스포츠와 e스포츠의 수익화 모델이 반드시 같은 형태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꾸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름대로의 노력들

모든 e스포츠 공급자가 '반드시 수익을 내야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게이머 커뮤니티와 함께 즐기기 위해서, 게임의 마케팅을 위해서 순전히 투자의 개념으로 e스포츠를 공급하는 경우도 없진 않으니까요. 하지만, 확실한 점은 더이상 '밑빠진 독에 물 붓기'를 주저하는 e스포츠 공급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글로벌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는 e스포츠를 완전히 내려 놓긴 어려울 것입니다. 게임사 입장에서 수만명(온라인에서는 수백만도 가능)의 사람이 우리 게임으로 펼쳐지는 승부를 관람하며 환호하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분명 환상적일테니까요.

그렇다면, e스포츠 공급자들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이걸 자생시킬 수 있을까'로 모아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시청 경험을 수익으로 바꾸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는 공급자들이 반드시 있습니다. 실제로 업계는 캡콤의 결정처럼 극단적으로 진보적인 결정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의 노력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오버워치 리그의 사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오버워치 리그'의 사례입니다. 비록 지금은 사라졌지만 글로벌 지역 연고 프랜차이즈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출범한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리그는 당시 혁신적인 시도를 많이 했는데요. 다양한 구성의 티켓과 굿즈 판매 등 e스포츠 리그가 열성적인 팬들로부터 직접적인 수익을 거두려고 했던 시도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당시 끈끈한 파트너십 관계였던 트위치는 오버워치 리그를 독점 생중계함과 동시에 '전체 접근 권한 패스(올 억세스 패스)'를 출시했고, '전용 지휘 본부(커맨드센터)'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이는 패스 구매자에게 선수 대기실 캠, 경기 중 선수 개인 화면 및 실시간 데이터 제공, 선수 AMA(Ask Me Anything) 접근 권한 등 트위치 내에서 제공 가능한 모든 특별한 시청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기획 의도와 제공 서비스의 퀄리티는 상당히 뛰어났지만 이 시도는 결과적으로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이는 트위치의 초기 투자 비용(약 9천만 달러)이 너무 컸던 것 대비, 패스의 가격이 29.99 달러(한화 약 4만원 정도)너무 낮았고, 오버워치 리그가 출범 초기의 흥행을 이어가지 못했던 외부적 요인 때문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당시 트위치에 몸 담았을 때였는데, 해당 패스의 주요 혜택이 한국에 맞는 현지화가 되어 있지 않았던 점도 상당히 아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시청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직접적인 수익으로 전환하려고 했던 블리자드와 트위치의 도전 자체는 꽤 큰 의미를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트위치 코리아 LCK 채널의 사례

또 다른 사례는 트위치 코리아 LCK 채널의 사례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스트리밍 플랫폼은 LCK 같은 대회를 송출하기 위해서 게임사와 상당한 비용으로 '송출권 계약'을 맺어야 합니다. 이렇게 사온 콘텐츠를 송출하고 광고, 스폰서십 등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이 비즈니스의 작동 방식이죠.

하지만 문제는 트위치 코리아 같은 인터넷 스트리밍 플랫폼에 들어오는 광고 단가(CPM)이 지나치게 낮고, 트래픽이 많아질수록 데이터 서비스 제공 업체들에게 내야하는 '망사용료' 역시 천문학적으로 올라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광고 단가를 높일 방법은 딱히 없는데, 트위치로 LCK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졌으니 트위치 코리아는 울며 겨자 먹기로 LCK 송출권을 구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트위치는 LCK_Korea 채널에 유료 구독 기능을 도입하고 구독권을 구입한 유저들만 사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 등을 제공했습니다. 제가 몸 담았던 2018년에 시작되었던 LCK_Korea 채널의 구독 기능은 2020년 롤드컵 때는 한국 팀 전용 이모티콘 제공 및 드롭스 등으로 더 풍성한 구성을 자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역시 기대했던 만큼의 큰 수익을 내지는 못했고, 트위치 코리아는 철수 직전에 LCK 송출권 구입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이모티콘', '드롭스' 같은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수익으로 연결시키고자 했던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케스파컵x디즈니+의 사례

마지막으로 따끈따끈한 최신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10월 14일 한국e스포츠협회가 2025 KeSPA CUP과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출정식 및 평가전을 디즈니+(디즈니플러스)로 독점 송출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이 소식은 나중에 따로 자세히 다룰 예정이어서 간단히 설명할까 합니다. 아무래도 디즈니+가 한국에서는 점유율이 낮다보니 LoL 팬들의 볼멘소리가 꽤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OTT 서비스가 e스포츠 콘텐츠 비즈니스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해왔던 저는 이 소식이 상당히 신선하고 반가웠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계약 주체가 'IP 보유사'인 게임사가 아니라 대회 주최사인 'KeSPA'라는 점인데요. KeSPA가 디즈니코리아와 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게임사들과 협의를 해야 합니다. 게임사뿐만 아니라 대회에 출전하는 프로게임단들과도 협의가 필수죠. 콘텐츠 중계권 판매를 통해 발생한 수익이 온전히 KeSPA만의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특히, 독점 송출은 전체적인 시청 지표가 낮아지는 반대급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게임사, 프로게임단들과의 수익 공유, 낮아질 수 밖에 없는 시청 지표에 대한 보상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비용이 발생해야만 중계권 계약이 성사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계약은 디즈니+를 이용하지 않는 시청자 입장에서 완벽한 '유료 중계'로 인식될 것입니다. KeSPA CUP을 시청하기 위해서 약 1만 원 가량의 디즈니+ 구독권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죠. 디즈니+가 e스포츠 콘텐츠로 모으는 신규 가입자의 규모가 OTT가 e스포츠 콘텐츠 비즈니스의 신대륙이 될 것인지를 가늠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보다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캡콤컵 파이널의 유료 티켓은 얼마나 팔릴까요? 디즈니+는 2025 KeSPA CUP 콘텐츠를 구입한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요? 비록 실패했지만 트위치가 오버워치 리그와 LCK_Korea 채널에서 시도했던 모델은 정말 '쓰레기' 같았을까요?

여전히 e스포츠 콘텐츠가 '무료'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시청 경험'을 '수익'으로 전환하기 위한 e스포츠 콘텐츠 공급자들의 연구와 시도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스포츠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통 스포츠처럼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기초 단계를 굳건히 받쳐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태초의 e스포츠를 떠올리면 지금의 e스포츠는 엄청나게 발전했다

게이머나 e스포츠 팬들의 인식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럽습니다. 이제는 직관을 가기 위해 티켓을 구입하는 것이 당연하고, 인게임에서 제공하는 e스포츠 관련 콘텐츠(이모티콘, 스킨, 팀 응원 번들)의 판매량 역시 적지 않은 규모이기 때문이죠.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멤버십 서비스'를 구독하거나 굿즈를 꾸준히 사는 문화 역시 상당히 자리 잡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보려면 돈 내야함'의 PPV 모델이 정답이라고 하긴 아직 어려울 것 같습니다. 먼 미래에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정서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때문에 다양한 방법의 연구와 시도는 더욱 필요합니다. 발로란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팀 번들에 VCT의 특별한 시청 경험 혜택을 추가하고 비용을 올린다든지, LoL Esports 자체 플랫폼 중계에 특별한 콘텐츠를 추가하고 이를 유료화한다든지, 기본적으로는 무료이지만 돈을 더 내면 특별한 시청 경험을 누릴 수 있게끔 하는 부분 유료화 등을 예시로 들 수 있겠습니다. 관건은 '돈을 내고 살 정도의 특별한 시청 경험'이 무엇인가가 될 것입니다.

'사실상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중계권 비즈니스 역시 계속 시도되어야 합니다. 앞서 소개한 2025 KeSPA CUP의 사례 외에 2025 LCK 결승전이 지상파 MBC로 송출된 사례 역시 중계권 비즈니스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텐데요. e스포츠 콘텐츠의 위상이 날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레거시 미디어나 OTT 같은 뉴미디어 또는 해외 시장 등을 공략하기 위한 중계권 비즈니스 모델의 연구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른 스포츠와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e스포츠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높은 완성도를 갖춘 혁신적인 콘텐츠 비즈니스'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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