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e스포츠 크리틱이 IESF(국제e스포츠연맹)의 Ambassador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IESF 블로그에 1주일에 한 번씩 e스포츠 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 연재할 예정인데요. 연재글은 IESF 블로그 선공개 후 1주일 뒤 뉴스레터로도 발행됩니다.
IESF 블로그에는 국제e스포츠연맹의 다양한 활동과 다른 Ambassador들의 흥미로운 오리지널 컨텐츠도 꾸준히 올라온다고 하네요. 다들 한 번씩 방문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사명을 변경하며 리브랜딩에 나선 SOOP(숲, 아프리카TV)이 e스포츠 비즈니스도 재정비하고 있는 듯 합니다.
얼마 전 국민은행의 KB모바일과 SOOP의 3대 e스포츠 리그 후원 협약 발표가 있었습니다. 또한 최근 보도자료나 언론 매체를 통해 "SOOP이 e스포츠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SOOP이 스트리머 e스포츠 생태계를 지원한다", "EWC 한국어 중계로 신규 이용자 늘었다" 등 e스포츠를 키워드로 한 PR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e스포츠 산업에서 SOOP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과 위치는 독보적입니다.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이면서 탑티어 e스포츠 컨텐츠 제작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인데요. 프릭업 스튜디오, 비타500 아프리카 콜로세움, 상암 아프리카 콜로세움까지 무려 3개의 e스포츠 경기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게임사 공식 대회 외주, 자체 대회 등 다양한 e스포츠 컨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사실 BJ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플랫폼이 이를 방조한다는 비판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게임, e스포츠 팬들 중 '아프리카TV는 e스포츠에 진심이다'라는 말을 부정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SOOP에게 e스포츠는 상당히 중요한 비즈니스입니다. 최근 Sooplive.com으로 글로벌 진출을 선언하면서 태국의 e스포츠 기업 'FPS Thailand'를 인수한 것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럼 지금부터 SOOP에게 e스포츠 비즈니스가 중요한 이유와 그리고 그들만이 할 수 있는 e스포츠 비즈니스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일무이' SOOP만의 특별한 인프라
SOOP은 스트리밍 플랫폼입니다. 많은 사람들과 많은 회사들이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방송을 송출하고 있죠.
사실 따지고 보면 스트리밍 플랫폼이 굳이 e스포츠 프로덕션을 운영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e스포츠 컨텐츠들은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송출을 해야 하고, 플랫폼사가 가끔 오리지널 컨텐츠를 제작하고 싶을 때는 외주 프로덕션을 찾으면 됩니다.
하지만 SOOP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곰TV의 제작 인프라를 인수하고, GSL을 계속 이어가면서 어려운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내부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e스포츠 사업 본부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들이 줄곧 있었다고 합니다.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봐도 스트리밍 플랫폼이 e스포츠 제작사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한 때 트위치도 한국에서 비슷한 시도를 했었지만 사업을 발전시키지 못했습니다.
그 만큼 특별하지만 유지하기 힘든 것이 e스포츠 콘텐츠 비즈니스입니다.
게임사 공식 대회를 외주로 제작하는 것은 꽤 매력적인 사업이지만, 게임사는 언제나 비용을 줄이고 싶어합니다. 새롭게 출시하는 게임의 홍보 콘텐츠 역시 매력적이지만 외주 제작은 언제나 외부의 영향을 받습니다. 게다가 이 두 영역은 업계 내에 나름대로 잘한다는 경쟁자들이 존재하죠.
즉, e스포츠 콘텐츠 비즈니스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확장하려면 외주 제작에만 의존하지 않아야 하고, SOOP만이 할 수 있는 오리지널 컨텐츠를 활용한 비즈니스가 필수적입니다. 때문에 ASL(AfreecaTV Starcraft Leage), ATL(AfreecaTV Tekken League), 'LoL 멸망전'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SOOP만이 할 수 있는 e스포츠
SOOP의 e스포츠 비즈니스를 살펴보면, '꼭 페이커, 쵸비 같은 프로게이머가 나오는 대회만이 e스포츠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차피 그런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들은 LCK, VCT 같은 1티어급 리그의 일정이 타이트하고, 게임사들은 제 3의 대회를 쉽게 승인하지 않습니다. 좋은 포맷으로 기획을 한다고 해도 프로게임단이 참여하지 않거나,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죠.
그렇다고 비인기 종목이나 아마추어 선수들로 대회를 만들기에는 제작사가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큽니다. 때문에 SOOP은 자신들만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적극 활용해 e스포츠 비즈니스를 확장시켜온 것입니다.
SOOP이 최근 KB리브모바일과 맺은 후원 협약에 속한 '3대 e스포츠 리그'는 SSL, LoL 멸망전, SLL입니다.
SSL은 ASL이 이름을 바꾸어 리브랜딩된 스타1 리그인데요. SOOP의 e스포츠 오리지널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KB리브모바일 2024 SSL AUTUMN이 지난 26일 개막했습니다.
LoL 멸망전은 여러 멸망전 중 규모가 가장 큽니다. 지난 2023년에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으나, 'KB리브모바일 2024 LoL 멸망전 SEASON1'으로 명명되어 지난 9월 3일 개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SLL은 'KB리브모바일 SSL WINTER'라는 가칭으로 준비되고 있는데요. <리그 오브 레전드> 천상계 유저들이 참가하는 새로운 대회로 예고되고 있습니다. 이 대회는 LoL 멸망전보다는 한 단계 실력 수준이 높은 전프로, 은퇴 선수들이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대회의 존재는 이제 막 은퇴했거나, 잠시 휴식 중인 프로 선수들을 SOOP으로 유도하기에 적합합니다.
스트리밍 생태계 속의 e스포츠
이렇듯 SOOP의 e스포츠 컨텐츠는 자사의 스트리밍 생태계를 적극 활용합니다. 반대로 e스포츠 컨텐츠가 SOOP의 스트리밍 생태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기획되기도 합니다.
은퇴한 스타1 전프로들이 주축이 되는 ASL은 대회와 출전 선수들의 개인방송이 연결된 독특한 형태의 e스포츠로 자리 잡습니다. ATL, GSL 같은 프로 선수들이 나오는 대회 역시 이 구조를 따라 갑니다.
단순히 대회를 여는 것을 넘어 출전 선수들이 스트리머가 되어주면서 해당 게임의 커뮤니티가 SOOP 생태계 내에 형성하는 것을 유도했습니다. 이 커뮤니티에 유입되는 유저들은 개인방송과 대회라는 풍성한 볼거리 덕분에 SOOP 생태계에 정착하게 되는 것이죠.
특히 멸망전은 지난 2014년부터 공식 컨텐츠로 제작이 된 만큼 역사가 긴 SOOP의 대표적인 스트리머 e스포츠 컨텐츠입니다.
자낳대가 초청 방식인 것과 달리 멸망전은 예선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SOOP에서 방송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팀을 이뤄 출전이 가능하죠. 멸망전을 통해 단숨에 인지도를 올리고자 하는 참가자들이 많은데요. SOOP 입장에서 멸망전을 통해 좋은 유망주가 발굴되는 것은 언제나 환영할 일입니다.
사실 이런 대회를 꾸준히 여는 것은 상당히 어렵지만 할 수만 있다면 상당히 매력적인 비즈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일정 규모의 팬덤을 가진 스트리머들이 선수로 참여하기 때문에 흥행의 저점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죠.
SOOP 생태계 속의 e스포츠는 비즈니스적으로도 매력적입니다. 자사 플랫폼에서 대부분의 방송이 진행되기 때문에 영업을 위한 각종 수치 확보 및 이벤트 등 적극적인 마케팅 액션이 가능합니다. 스폰서에게 어필할 포인트들이 상당히 많은 것이죠.
또 다른 강점은 '별풍선'을 통한 간접 수익입니다. 연습 과정이나 본 대회들이 참가자의 개인방송을 통해 송출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팬들이 별풍선을 기부하며 응원을 합니다. 결국 이렇게 쌓인 별풍선들의 환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SOOP의 수익이 되는 셈입니다.
SOOP e스포츠의 확장 가능성
글로벌 서비스 Sooplive.com 런칭과 함께 SOOP은 빠르게 e스포츠 제작사를 확보합니다. 태국에 거점을 두고 있는 'FPS Thailand'를 인수한 것인데요. 한국에서 'e스포츠 사업 본부'를 중심으로 스트리밍 생태계와 상호작용하는 컨텐츠 제작 경험을 글로벌에서도 살리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스트리머들의 생태계가 완성된 상태에서 e스포츠 컨텐츠가 별첨스프 같이 뿌려졌다면, 글로벌에서는 e스포츠 컨텐츠가 스트리머 생태계의 뿌리가 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Sooplive는 FPSThailand를 활용해 다양한 e스포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EWC, 발로란트 챔피언십 중계를 비롯해 스트리머 배틀을 개최하고 있는데요. 발로란트의 경우는 한국과 태국의 국가 대항전 컨셉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에서는 트위치,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기존 플랫폼이 존재하고, 다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을 영입하는 것은 비용이 워낙 많이 듭니다. 때문에 글로벌 플랫폼 사업 초기에는 웰메이드 e스포츠 콘텐츠가 효율이 좋습니다. 즉,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인데요. 그 일환으로 e스포츠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것은 꽤 괜찮은 전략입니다. 태국을 거점으로 Sooplive가 공략하고자 하는 동남아 타겟의 e스포츠 대회를 매력적인 조건으로 꾸준히 개최해 스트리머와 그 팬들의 유입을 노리는 것이죠.
글로벌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SOOP에게 e스포츠는 확장 가능성이 많은 사업영역입니다.
프로게임단 광동프릭스는 아직 프로 양성 및 업계 인재 육성을 위한 아카데미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카데미는 주로 아마추어 선수들의 프로 무대 입성을 돕고 업계 취업 희망자들의 교육을 통해 수익을 내는데요. 최근에는 한국e스포츠협회 역시 인재양성 사업에 뛰어 들었습니다.
만약 광동프릭스가 이런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한다면 SOOP의 e스포츠 비즈니스 인프라를 활용해 조금 더 특별한 방향으로 기획될 수도 있습니다. 프로 진출에 실패한 유망주에게 SOOP의 스트리머 쪽으로 새로운 길을 제시해줄 수도 있고, 취업 희망자들은 프로덕션이나 SOOP e스포츠 사업 쪽으로 인턴십의 기회를 줄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아마추어, 세미프로 대회를 열고, 이 대회를 SOOP이 개최하는 e스포츠 대회와 연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광동프릭스 아카데미 LoL 대회 우승팀에게 LoL 멸망전 시드를 주는 식으로 말이죠.
개인적으로 SOOP의 e스포츠 사업은 지금보다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리밍 플랫폼과 e스포츠 제작사를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은 차별화된 경쟁력이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SOOP이 그 경쟁력을 스스로 잘 알고 있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고민하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SOOP의 e스포츠가 지금보다 더 독특하고 고유한 형태로 계속 발전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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