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만 그런가요? 제 쇼츠 알고리즘은 QWER과 Anima Power가 장악한 것 같습니다. 중독성 있는 노래와 함께 QWER과 LCK 선수들의 귀여운 댄스가 두손을 오그라들게 하기도 하지만 다시 한 번 더 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거든요.
최근 LCK는 QWER을 활용해 <리그 오브 레전드>의 신규 컨텐츠인 '동물특공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에서는 요즘 많이들 하는 인플루언서, 숏폼 콘텐츠 마케팅이기는 한데, e스포츠에 이런 형태의 마케팅은 아마도 처음인것 같습니다. 만약 처음이 아니라면 지적해주세요! 제가 충분히 조사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 LCK X QWER 콜라보 캠페인은 상당히 잘 기획된 인플루언서 숏폼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어떤 측면에서 좋았는지 간단히 집어보고자 합니다.
QWER이라서 가능했던 것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음악이나 애니메이션 등을 활용해 지금까지 워낙 좋은 미디어믹스를 많이 만들었고, 롤드컵 때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도 자주 해냈습니다. 그래서 이번 Anima Power의 퀄리티는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스킨 퀄리티도 좋았고, 음악도 숏폼 특성에 맞게 잘 뽑혔으며, 안무도 좋았습니다.
더 중요한 부분은 바로 이겁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핵심은 당연히 '어떤 인플루언서를 섭외하느냐'인데요. 인플루언서들은 각각 다른 팬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도달하고자 하는 타겟을 고려해서 선정해야 하죠.
개인적으로 최근 QWER는 굉장히 독특한 포지션을 가진 인플루언서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인플루언서이자 연예인, 셀럽으로 불려야 하는 위치인데요.
아시다시피 QWER의 멤버들은 대부분 크리에이터 출신입니다. 스트리머, 유튜버, 틱톡커로 이미 성공한 멤버들이 진지하게 성장하는 걸밴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제는 음악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죠. QWER에 대해서는 더 하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이곳은 e스포츠 크리틱이므로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연예기획사를 통해 데뷔하는 걸그룹 아이돌은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혜성이라면, QWER은 오래 전부터 좋아했던 크리에이터가 이제는 인방팬(인터넷 방송팬)은 물론 아이돌, 밴드씬에서도 인정 받는 셀럽이 된 상황인데요. 그래서 QWER은 특히 인터넷 방송을 많이 소비하는 20대 남성들과의 연결이 더욱 강합니다. 마젠타, 쵸단, 냥뇽녕냥의 광팬이 아니었어도, QWER에 대해서 약간의 애착감과 친근감을 가진 팬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는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들에게도 해당됩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프로게이머들이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브 영상을 많이 소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겠죠. QWER을 바라보는 인방팬들의 마음과 프로게이머들의 마음이 다를리가 없습니다.
즉, QWER은 단순히 '광고 효과가 좋은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프로게이머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매개체였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QWER과의 콜라보를 결정한 것은 아주 칭찬해야 합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LCK는 오래 전부터 QWER의 기획자인 피지컬갤러리 김계란님과 다양한 콜라보를 진행해왔고, 그 인연을 통해 이번 콜라보 역시 꽤 오래전부터 기획을 했다고 하는데요. 기획 과정에서 QWER이 '고민중독'이라는 신곡과 함께 컴백하고, 데뷔 곡인 'Discord' 때보다 떡상하면서 '라이엇게임즈가 기가 막힌 저점매수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도 합니다.
숏폼 그리고 LCK 선수들의 적극적인 참여
LCK는 그 동안 선수들을 활용한 컨텐츠를 자주 제작해왔습니다. 실제로 LCK는 각 팀들에게 꽤 자주 섭외 문의를 하는데요. 게임단들은 대부분 응하지만 연습 시간을 빼거나, 경기 종료 후 늦은 시간 이뤄지는 녹화로 인해 내부 논의 과정은 매끄럽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선수들이 예능인이 아니기 때문에 소화할 수 있는 기획 역시 한정적이죠.
사실 이번처럼 춤을 추면서 귀여운 포즈와 함께 숏폼 컨텐츠를 찍는 것은 선수들이 소화하기에 적합한 기획은 아닙니다. 하지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QWER이라는 핫한 출연진의 존재는 선수들의 참여 욕구를 높였을 것입니다. 게임단 역시 QWER과 함께 노출되는 소속 선수들의 모습과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상 조회수가 탐이 났을테고요. 자체 콘텐츠를 만드는 팀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소재도 없죠.
선수들과 함께 찍은 영상들을 보면 어떤 선수는 어색해했고, 어떤 선수는 너무 잘했고, 어떤 선수는 단순 출연이었지만 공통적으로 '즐거워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QWER이 선수들에게는 그런 존재였던 것이죠.
또한 이번 기획은 '숏폼'이었기 때문에 다른 컨텐츠에 비해 선수들이 내줘야 하는 시간이 짧았습니다. 선수단 입장에서는 경기가 없거나, 경기가 끝난 뒤에 컨텐츠 촬영을 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좋은 분위기에서 촬영이 진행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죠.
LCK X 리그오브레전드
이번 LCK X QWER 동물특공대 캠페인은 타겟을 명확하게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타겟은 이중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먼저 QWER 팬덤을 LCK와 리그오브레전드로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 다음은 LCK 시청층을 <리그오브레전드> 액티브 유저로 더 끌어들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근 <리그오브레전드>의 유저 숫자, 특히 솔랭 유저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동물특공대는 비교적 플레이에 부담이 덜한 PVE 컨텐츠로 추가 되었고, 현재 플레이는 하지 않지만 LCK 시청은 하고 있는 유저들이 다시금 리그오브레전드 플레이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e스포츠와 해당 게임의 생태계가 분리되는 것은 사실 좋은 일이 아닙니다. LCK가 여전히 영향력이 있지만 유저 숫자가 계속 떨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하죠. 활성화된 유저가 없으면 LCK를 보다가 접을 유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유저가 없어지면 LCK로 진입하는 신인 선수 수급이 어려워집니다. 하는 것보다 보는 게임이 되어버린 <스타크래프트>나 <스타크래프트 2>가 대표적인 예죠.
게임의 나이가 많아지고, 고인물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이런 현상은 두드러지는데, <리그오브레전드> 역시 그런 상황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죠. 이러한 측면에서 LCK를 활용해 게임의 신규 컨텐츠를 홍보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라고 보여집니다.
결과물은?
실제로 이번 인플루언서 캠페인을 통해 매출이 얼마나 올랐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공개된 컨텐츠들의 조회수들은 상당히 괜찮습니다. 이 정도면 업계에서는 일단은 성공한 인플루언서 캠페인이라고 보는 것이 정론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공식 채널에 올라온 ANIMA POWER - QWER | 동물특공대 - 리그 오브 레전드 트레일러의 조회수는 7월 25일 현재 267만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숏폼 컨텐츠는 QWER의 유튜브와 틱톡을 통해 업로드되고 있는데요. 유튜브에서는 최소 15만회 이상에서 거의 백만에 육박하는 숏츠가 있고, 틱톡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조회수가 터졌습니다.
현재까지 등장한 LCK 관계자들은 7월 25일 현재 전용준 캐스터, 윤수빈, 이은빈 아나운서를 비롯해 기인(젠지), 커즈(광동), 바이퍼(한화), 표식(kt), 모건 & 영재(브리온), 헤나 & 엑스큐트(BNK FearX)인데, 아직 등장하지 않은 팀들이 있기 때문에 더 큰걸 아껴놓고 있다면 조회수는 더 많이 쌓일 겁니다.
여기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게임사도 선수들도 인플루언서도 팬들도 모두 재밌는 컨텐츠였다 정도면 충분하죠.
그래도 라이엇게임즈가 게임과 LCK 그리고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상당히 성공적인 마케팅과 브랜딩을 해냈기에 앞으로 또 어떤 재밌는 컨텐츠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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