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레터로 다룬 사우디 아라비아의 E스포츠 월드컵(이하 EWC)의 한국어 중계 소식이 들려왔다. EWC가 더 크게 흥행하기 위해서는 지역 및 언어별 중계까지 커버가 되어야 한다고 분석한 바 있는데, 때마침 반가운 소식이다.
EWC LoL 한국어 중계, 막클준 조합과 함께
이번 대회의 한국어 중계를 확보한 곳은 아프리카TV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 e스포츠 프로덕션 중 이런 투자를 할 만한 곳이 아프리카TV 밖에 없긴 하다. OGN이 최근 은퇴 LoL 선수들을 활용한 '게임 낫 오버'를 런칭하는 등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시동을 걸었지만, 현재 원탑 of 원탑은 아프리카TV다.
일단 발표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아프리카TV가 EWC 2024의 <리그오브레전드> 부문을 한국어로 중계한다. 중계진은 박상현 캐스터, '클템' 이현우 & 김동준 해설위원이다.
- 한국어 중계와 함께 뷰잉파티도 함께 진행된다. 대회 기간인 7월 4일부터 7월 7일까지 프릭업 스튜디오에서 밤새 단체 관람을 할 수 있다. 티켓은 5천원이지만 다과와 음료수가 제공된다.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이번 EWC는 지난 MSI 2024에 출전한 팀들이 다시 한 번 출전하기 때문에 스토리의 연속성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지난 2022년 6월부로 LCK 중계에서 하차한 김동준 해설이 오랜만에 LCK 팀의 경기를 중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도 화제다.
다른 종목 한국어 중계는?
다만, 아직 EWC에 한국 선수들이 출전하는 다른 종목의 한국어 중계에 대한 소식은 발표되지 않았다. 일단은 <리그오브레전드> 종목의 경기 일정이 가장 빠르기 때문에 <스타크래프트 2>, <철권 8>,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한국어 중계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부문 : 7월 19일 ~ 7월 28일
- 스타크래프트 2 부문 : 8월 14일 ~ 8월 18일
- 철권 8 부문 : 8월 22일 ~ 8월 25일
- 배틀그라운드 부문 : 8월 21일 ~ 8월 25일
아프리카TV가 다른 종목들도 공식적으로 한국어 중계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주최 측으로부터 중계권을 확보할 때는 여러 종목을 한 번에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 비용이 지출되는 형태의 중계권이라면 더욱 그렇다.
개인적인 경험상 EWC의 운영 및 제작의 근간이 ESL이기 때문에 중계권 확보에는 어느 정도의 비용이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최측이 대회 바이럴을 위해 반대로 돈을 지불하며 지역별 중계를 의뢰하는 경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서양권 주최사들의 비즈니스 스타일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만약, 아프리카TV가 EWC에 어느 정도의 비용을 내고 중계권을 확보했다면, 단일 종목보다 다수 종목을 패키지로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그렇다면 최소 <리그오브레전드> 외에 아프리카TV가 해당 종목의 씬을 이끌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2>와 <철권 8>은 직접 한국어 중계를 제작할 가능성이 있다.
판이 커지고 있는 EWC
아프리카TV의 한국어 중계 결정 정도로 확대해석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Gamers8보다 EWC가 더 글로벌한 판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은 무리가 아니다. e스포츠의 월드컵을 표방하는 만큼 참가하는 팀의 거점 국가에서 대회가 흥행해줘야 EWC가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국제적인 스포츠 & 콘텐츠 비즈니스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에 중계권을 유상으로 판매하여 지역별 제작사들이 한국어 중계를 하는 구조라고 한다면, EWC가 해당 종목사들과의 방송권 재판매 등 라이선스에 대한 계약도 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무려 21개의 정식 종목을 확보한 EWC 오일머니의 힘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는 대목.
물론, 중계권 판매 규모가 얼마나 될지, 중계권을 구매한 프로덕션들 역시 투자한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앞으로 풀어 나가야 할 숙제이지만, EWC가 스스로 표방하는 '월드컵'과 흡사한 산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해 보인다.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