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뉴스레터는 IESF(국제e스포츠연맹)의 Ambassador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앞으로 1주일에 한 편씩 IESF 블로그에 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 연재할 예정인데요. 연재글은 IESF 블로그 선공개 후 1주일 뒤 뉴스레터로도 발행되니, IESF 블로그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이번 글은 제목이 좀 쌩뚱 맞죠? 하지만 제목 그대로입니다. 프나틱 모바일 앱을 깔아봤습니다!
프나틱은 근본 넘치는 프로게임단입니다.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주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지난 2004년 창단했으니 역사와 전통이 있는 게임단이죠. kt롤스터가 1999년, T1이 2004년에 창단됐으니, 프나틱과 T1이 동갑이네요. T1의 전신인 4U, 동양 오리온을 합치면 T1이 조금 더 나이가 많긴 하지만요! 아무튼 현재 운영하는 종목도 많고, 인기도 많습니다.
한국 팬들에게도 상당히 친숙한데요.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이 초창기에 강팀으로 군림했고, 레클레스라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비롯해 후니, 레인오버 등 한국 선수들이 뛰었죠. 최근에는 한국인으로 구성된 오버워치 2 팀이 OWCS(오버워치 챔피언스 시리즈)에 출전하고 있기도 하죠.
얼마 전 외신을 살펴보다가 프나틱이 유료 멤버십 '프나틱 플러스'를 런칭하면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아 그런가보다'하고 넘겼을텐데, 왠지 모르게 궁금해졌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우리나라 게임단들 중에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팀은 없더라고요.
비록 영잘알도 아니고, 프나틱에 대한 팬심은 없었지만 모바일 앱을 깔고 구석구석 살펴봤는데요. 유료 멤버십인 '플러스'는 결제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프로게임단들도 언젠가는 이런 서비스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프나틱 모바일 앱의 서비스와 구성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첫 인상 - 뻔한 것 같았지만 신선하다
모바일 앱을 설치한 뒤 슥 한 번 살펴 봤을 때는 사실 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프로게임단 중에서 이렇게 다채로운 컨텐츠로 모바일 앱을 운영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보니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신선하다.
전체적인 구성은 운영 중인 종목에 대한 소개, 언론 보도 등이 상단을 위치하고 있고, 중단에는 경기 일정과 숏폼 영상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 아래로 유튜브 영상 아웃링크와 커뮤니티 영역이 이어지고 있죠.
음? 여기서 잠깐!!! '커뮤니티?'
우리나라 프로게임단이나 스포츠단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커뮤니티'라는 카테고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우리나라는 디씨인사이드, FM코리아, 더쿠, 인벤, 싸커라인 등 커뮤니티 사이즈가 많기 때문에 굳이 게임단이 직접 커뮤니티를 운영할 필요가 없긴 합니다.
그리고 어떤 홈페이지는 커뮤니티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보면 유저들이 소통하는 '게시판'이 아니라 공식 일러스트나 브랜드 가이드 등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프나틱의 커뮤니티는 진짜 커뮤니티였습니다. 레딧 같은 쓰레드형 게시판이 너무 잘 운영되고 있었는데요. 새로운 글의 리젠 속도도 좋았고, 댓글도 많았습니다. 프나틱을 응원하는 글, 부진한 경기력을 비판하는 글, 재정 상태를 걱정하는 글 등 다양한 의견들이 커뮤니티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해외 팀들은 주로 이런 식으로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운영하는가 싶어서 G2 Esports의 모바일 앱도 깔아봤습니다. 그런데 G2에는 커뮤니티가 없었습니다. 사실상 쇼핑몰 같은 느낌의 모바일 앱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프나틱 모바일 앱에는 굿즈를 구입할 수 있는 쇼핑몰 영역이 없었습니다. PC 홈페이지에는 쇼핑몰이 있었거든요. 나중에 추가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점이 또 신선했습니다. 프나틱이 생각하는 모바일 앱은 '팬덤이 모여서 재밌게 놀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인 것만 같았습니다.
커뮤질 자체로도 재밌었다
커뮤니티는 상당히 재밌었습니다. 프나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고, 댓글도 활발했는데요. 게임단의 재정 상태 등을 궁금해하는 쓰레드에 게임단 관계자가 직접 댓글을 달아주는 모습도 흥미로웠습니다. 커뮤니티를 보다보면 '나 프나틱 좋아하나보네?'라는 생각이 드는 느낌이었죠.
이 당시(8월 중순)에는 프나틱이 출전하고 있는 2024 발로란트 챔피언스 서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경기 결과를 예측하거나 팀을 응원하는 글이 많이 보였고, 댓글 또한 상당히 많은 편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의 커뮤니티는 연동이 됩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쇼핑몰은 모바일 앱에 없었고, 그와 반대로 모바일 앱에서만 볼 수 있는 컨텐츠도 있었습니다. 키보드 키캡 기브어웨이(Give away)나 사운드를 듣고 어떤 게임의 사운드인지 맞추면 소니 헤드셋을 주는 이벤트 글은 모바일에서만 보였는데요. 프나틱이 현재 모바일 앱의 활성화에 상당히 집중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아무튼 이 커뮤질은 상당히 재밌었는데요. 제가 만약 프나틱 팬이었다면 더 재밌게 즐겼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것은 악성 유저나 악성 게시물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해볼까?라는 말은 결코 가볍게 실현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실제로 T1은 홈페이지에서 익명 게시판 형태의 커뮤니티를 운영했다가, 현재는 잠정 중단한 상태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한국 게임단들은 유료 멤버십 회원들을 대상으로 디스코드를 활용한 폐쇄형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커뮤니티 자체가 확장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와 달리 프나틱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오픈되어 있는 큰 규모의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어렵기는 하지만, 프로게임단이 이렇게 활성화 된 커뮤니티를 보유하게 된다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벤트 참여나 컨텐츠 홍보를 할 때 높은 참여도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스폰서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됩니다.
무과금으로도 할게 많다
프나틱 모바일 앱은 상당히 부지런했습니다. 관심 종목으로 발로란트를 체크했더니, 2024 발로란트 챔피언스 서울에서 프나틱 경기와 관련된 푸시를 성실히 보내줬습니다. 최근 개막한 OWCS 경기 푸시도 있었고요. 제 입장에서는 살짝 귀찮긴 했는데, 프나틱 광팬이라면 엄청나게 친절하다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유료 멤버십인 '프나틱 플러스'를 사용하지 않아도 모바일 앱에서 할 수 있는게 많았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무과금으로도 대부분의 주요 콘텐츠들은 다 즐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멤버십 서비스인 '프나틱 플러스'는 월 4.99 유로로 가입할 수 있는데요. 다양한 혜택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8월 현재 월간 상품 드로우는 3,000 달러 상당의 고사양 게이밍 PC였는데요. 한국 돈으로 월 5,500원으로 플러스를 구독만 하면 자동으로 드로우에 응모가 되니까 나쁘지 않은 도전이지 않나 싶습니다.
프나틱 플러스에도 사실 우리나라 게임단들의 멤버십처럼 구매자들에게만 주는 혜택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플러스 멤버들도 별도의 공간이 아닌 모바일 앱 내에서 혜택을 받야아 합니다. '과금' 팬덤과 '무과금' 팬덤이 기본적으로 누릴 수 있는 서비스는 같다는 것이죠. 다만, 과금을 하면 조~금 더 특별한 것을 주는 형태입니다.
반면, 우리나라 게임단들은 멤버십 전용 모바일 앱, 홈페이지가 존재합니다. 많은 팀들이 팬덤 플랫폼인 '비마이프렌즈'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들어가보면 구독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사실상 즐길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사실 이건 어찌보면 아주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팬덤 비즈니스는 아주 일반적이니까요.
이곳에 속하지 못하는 '무과금러'들은 디씨나 FM코리아, 인벤 같은 커뮤니티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요. 이런 경우에는 팬덤이 분리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게임단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더 많은 팬덤에게 도달한다는 측면에서는 프나틱의 오픈형 팬덤 커뮤니티가 조금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유료 멤버십 확장 측면에서도 '완전 유료화'보다는 '부분 유료화'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었고요.
멤버십 비즈니스의 잠재력
멤버십 비즈니스의 형태는 각 팀의 사정와 추구하는 방향성에 따라 결정이 되기 때문에 어떤 모델이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없습니다. 프나틱이 구축한 홈페이지, 모바일 앱 서비스는 컨텐츠 제공, 커뮤니티 운영 등 해야할 것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인데요. 어쩌면 탑 클래스 게임단만이 할 수 있는 궁극의 형태라는 생각도 듭니다.
특히, 커뮤니티의 경우는 각 지역별, 나라별 시장의 상황이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워낙 활성화된 e스포츠 커뮤니티가 많기 때문에 굳이 프나틱 같이 커뮤니티가 강화된 홈페이지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T1의 사례처럼 커뮤니티는 운영 이슈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워낙 크고 전담 인력 등 상당한 리소스가 들어갑니다.
사실, 커뮤니티는 하나의 예시입니다. 모두가 프나틱처럼 할 필요는 없죠. 다만, 멤버십 비즈니스가 단순히 '유료 구독 모델'을 넘어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형태를 추구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흥미로운 멤버십을 운영하는 팀들이 있습니다. T1처럼 인기가 많은 팀들은 무난한 구성으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늘 정답은 아닙니다. 우리 팀만이 해줄 수 있는 '시그니처 멤버십'이 있으면 어떨까요.
LCK에서는 한화생명e스포츠의 멤버십이 '시그니처 메뉴'인 것 같습니다. 팬 혜택이 제공되는 저축보험인 '2024 HLE 저축보험'의 형태로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즌 단위 운영을 위해 1년 만기로 출시됐고, 성적 연계, 만기 보너스 등을 합하면 약 5%의 이자율이라고 하니, 한화생명e스포츠 팬이 아니더라도 가입하고 싶어질 만큼 괜찮은 상품이었습니다. 팬이라면 2회차 납입시 제공되는 네이버포인트 2만원 대신 스페셜 한정판 굿즈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프로게임단의 멤버십 비즈니스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잘 키우면 안정적인 수익원이 되어주고, 스폰서십 비즈니스의 규모를 키워줄겁니다. 물론, 성적이 잘 나와야 멤버십 비즈니스도 잘 되는 것도 맞지만, 멤버십이 소비자 입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인가라는 자문도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프나틱의 사례는 충분히 좋은 벤치마킹이 되는 것 같은데요. 앞으로 우리나라 게임단들이 더 매력적인 멤버십 비즈니스로 더 의미있는 성과를 내어주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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