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뉴스레터는 지난 10월 11일 IESF 블로그에 연재된 글을 다듬어 발행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IESF 블로그에는 국제e스포츠연맹의 다양한 활동과 다른 Ambassador들의 흥미로운 오리지널 컨텐츠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다들 한 번씩 방문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글로벌 e스포츠 기업 젠지 이스포츠가 브롤스타즈 팀 창단을 발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젠지는 지난 10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브롤스타즈 랭커이자 인플루언서인 '본이' 남궁본을 영입하고, 다가올 4분기 트라이아웃을 통해 최종 로스터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요즘 시대에 프로게임단이 새로운 종목에 진출하는 것이 대단한 일은 아닌데요. 대회와 상금이 있고, 선수 풀(Pool)이 있고, 팬 커뮤니티가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선수단을 운영하는 비용과 상금 등 기대 수익을 계산했을 때 '해볼 만 하다'면 도전할 가치는 충분하죠. 특히, 젠지처럼 글로벌 프로게임단을 표방하는 곳이라면 꼭 대한민국에서 인기 있는 종목에만 국한될 이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프로게임단이 영역을 넓히는 것은 '손익 계산'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선수단 운영 외에도 다양한 비즈니스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선수를 키워 우승 상금을 노린다'는 단순한 계획 그 이상의 히스토리와 계획이 있는 경우가 많죠.
이러한 측면에서 젠지의 브롤스타즈 팀 창단을 살펴보면 재밌을 것 같은데요. 더 나아가 슈퍼셀의 모바일 e스포츠 생태계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합니다.
젠지는 브롤스타즈의 파트너였다
사실 젠지는 이미 슈퍼셀의 브롤스타즈의 파트너였습니다. 팀 창단 보도자료의 마지막을 보면 올해 젠지와 브롤스타즈가 함께 한 협업 사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젠지가 브롤스타즈와 꾸준히 협업을 하고 있는 것을 주의 깊게 바라봤는데요. 브롤스타즈 선수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젠지가 오프라인 이벤트 기획 및 주관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좋은 퍼포먼스를 통해 브롤스타즈 측과의 지속적인 협업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했었습니다.
선수단과 사무국으로만 이루어진 조직으로 남을 것이 아니라면 프로게임단은 종합 e스포츠 기업으로 무한 확장이 가능해집니다. 보유한 선수들의 인기와 팀의 네임벨류를 활용한 커머스, 오프라인 공간 사업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 대회 운영 등 미디어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특히, 젠지 같은 경우는 선수들 외에 크리에이터들을 보유하고 있어서 MCN 같은 역할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강점들은 e스포츠 기업이 상대할 클라이언트의 폭을 넓혀주는데요. 운영 중인 종목의 게임사가 아니어도 서로 만족할 만한 협업이 가능해집니다. 젠지 이스포츠 브랜드가 가진 가치와 함께 이들의 오프라인 이벤트 기획, 운영과 크리에이터 핸들링 등은 브롤스타즈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조건이었을 것입니다.
젠지와 브롤스타즈의 2024년 협업들과 이어진 팀 창단 결정은 다른 게임사들에게도 울림을 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출시를 앞두고 있으면서 e스포츠를 고려하는 게임이 있다면, 젠지와 다양한 프로모션 협업 진행 후 팀 창단 논의까지 이어지는 '윈-윈 파트너십'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넥슨의 슈퍼바이브 같은 게임이라면 잘 어울릴 것 같군요.
정리하자면, 젠지는 이미 브롤스타즈의 파트너였고, 이미 몇 차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컨디션을 체크했을 것입니다. 행사 운영 대행을 통해 매출도 올렸을테니, 번 돈을 부담 없이 팀 창단에 재투자하는 느낌도 있을 것 같네요. 더 나아가 슈퍼셀이라는 글로벌 빅 게임사와 더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면서, 브롤스타즈 외에 다른 종목으로의 추가 확장을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브롤스타즈 e스포츠 개요
프로게임단이 새로운 종목에 진출하려면 해당 e스포츠씬의 지속가능성과 규모를 고려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비즈니스적으로 많은 협업을 했다고 해도 e스포츠로써 가치가 없는 게임에 진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니까요.
때문에 우리는 브롤스타즈 e스포츠가 어떤 구조와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요즘 스쿼드 버스터즈를 열심히 플레이 하고 있고, 지인 중에는 클래시로얄 프로게이머, 캐스터 경험이 있는 친구들도 있어서 슈퍼셀의 e스포츠에 대해서 간간히 찾아봤었는데요. 이번 기회에 브롤스타즈 e스포츠에 대해서 조금 더 찾아봤습니다.
슈퍼셀과 ESL의 파트너십으로 더욱 커진 챔피언십
브롤스타즈 e스포츠는 '브롤스타즈 챔피언십'이라는 S티어 대회가 존재합니다. 2024년 대회는 오는 11월 1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원래 2023년에는 ESL FACEIT이 주최하던 스냅드래곤 모바일 마스터즈가 총상금 20만 달러 규모의 S티어 대회로 존재했었는데요. 2024년 2월 ESL FACEIT과 슈퍼셀의 모바일 e스포츠 다년 계약으로 스냅드래곤 프로 시리즈와 브롤스타즈 챔피언십이 병합(team up)되었고, 총상금 규모가 200만 달러로 더 커진 상황입니다.
챔피언십, 4개 권역 연간 시즌으로 진행
챔피언십에는 전세계에서 12개 팀이 참가하며, 북미(2), 아시아태평양(2), 남미(1), 유럽중동아프리카(3) 권역에서 8개 팀이 직행하고, LCQ(Last Chance Qualifier, 최종 예선)을 통해 각 권역에서 1팀씩 더 출전하는 구조입니다. 이 대회 출전하려면 인게임 이벤트로 개최되는 챔피언십 챌린지를 통해 권역별 월간 대회 출전 자격을 얻어야 하고, 권역별 월간 대회(3~7월) 성적에 따라 부여되는 포인트를 통해 챔피언십 출전권을 경쟁하게 됩니다.
올해 챔피언십 월드파이널은 총 12개 진출팀이 모두 가려진 상태인데요. 크레이지 라쿤(일본), 제타 디비전(폴란드), SK게이밍(유럽), 루미오시티 게이밍(미국), FUT Esports(브라질) 등 익숙한 이름의 다국적, 다종목 게임단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강세, 젠지 창단의 의의
브롤스타즈는 3명이 한 팀을 이루어 대결하는 '팀 게임'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팀은 3~4명의 로스터를 갖추고 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2024년 기준 총 24개의 팀이 활동하고 있는데요. 일본 팀의 비중이 높습니다. 한국 팀들도 있기는 했지만 존재감이 미미하거나 아마추어 팀이라서 오래 유지되지 못하는 편인 것으로 보입니다.
젠지는 이번 팀 창단 보도자료에서 '본이'를 우선 영입하고 4분기에 트라이아웃을 통해 로스터를 완성하겠다고 했습니다. 프로 팀은 챔피언십이라는 명확한 목표하에 지원을 받기 때문에 안정적인 연습과 대회 출전이 가능해집니다. 우리나라에도 존재하는 많은 유저들이 브롤스타즈 e스포츠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된 것이 젠지 창단의 의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써드파티 대회의 규모는 작다
브롤스타즈 e스포츠는 2024년 현재 챔피언십 외에도 북미, 남미, 유럽에서 써드 파티 대회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상금 규모가 엄청나진 않지만, 그나마 블라스트에서 진행하는 브롤 토너먼트(총상금 1만 5천 달러)의 규모가 가장 큽니다. 참고로, 블라스트는 2024년부터 '블라스트 배쉬'라는 대회를 진행하는데요. 이 대회는 브롤스타즈 외에도 슈퍼셀의 클래시로얄,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치러지는 써드파티 대회입니다.
정리하자면, 브롤스타즈 e스포츠는 슈퍼셀과 ESL FACEIT이 함께 진행하는 챔피언십이 핵심입니다. 2024년을 기점으로 두 개의 S티어 대회가 합쳐지면서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젠지도 2025년에 이 S티어 대회에서의 선전을 목표로 삼고 있는 모습입니다.
모바일 e스포츠의 최강자 슈퍼셀
PC보급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체감하기 힘든 면이 있지만, 글로벌에서는 모바일 게임 e스포츠가 최근 급부상 중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게임이 떠오르시나요? 가깝게는 크래프톤과 텐센트가 함께 제작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있고, 동남아시아의 모바일레전드:뱅뱅, 프리파이어, 중국의 왕자영요 등이 상당히 큰 e스포츠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게임사인 슈퍼셀 역시 모바일 e스포츠에서는 최강자로 분류되는 게임사입니다. 특히, 대단한 점은 서비스하고 있는 대부분의 게임이 PvP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각 종목별로 e스포츠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클래시 오브 클랜, 클래시 로얄 그리고 브롤스타즈까지. 비교적 최근에 서비스를 시작한 스쿼드 버스터즈 역시 e스포츠에 적합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클래시로얄 역시 상당한 규모를 갖추고 있는 e스포츠입니다. 클래시 로얄 리그라는 이름으로 1년 동안 5개 시즌이 진행되고, 오는 11월 월드 파이널이 열릴 예정입니다. 총상금 규모는 50만 달러이며, 비록 올해 월드 파이널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SandBox, Clown, Coco 등 클래시로얄 선수들이 꾸준히 출전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겠지만,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나라에서도 큰 규모의 클래시로얄 리그가 꽤 자주 열렸고, 샌드박스 게이밍, 킹존 드래곤X, OGN 엔투스, OP.GG 스켈레톤 같은 프로게임단이 왕성하게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클래시 오브 클랜 역시 2019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월드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브롤스타즈, 클래시로얄처럼 써드파티 대회들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대회의 존재 덕분에 Natus Vincere, Tribe Gaming 같은 프로게임단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발표된 'SuperFest 2024'은 슈퍼셀 e스포츠를 한 자리에 모으는 역사적인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때 블리자드가 블리즈컨에서 여러 종목의 월드 챔피언을 가리는 e스포츠 대회를 함께 진행했던 것을 기억하실텐데요. 슈퍼셀은 그런 그림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모바일 게임사입니다. 클래시 오브 클랜, 클래시로얄, 브롤스타즈의 2024년 월드 챔피언 탄생의 순간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이죠.
슈퍼셀이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은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유저 풀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특히, 브롤스타즈는 어린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죠. 하지만 슈퍼셀 e스포츠는 거리가 멉니다. 한국 지역을 위한 대회나 주요 대회의 한국어 중계가 없거나 부족한 것도 사실이니까요.
e스포츠 산업이 글로벌하게 확장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의외로 상당히 큰 규모를 이루고 있는 종목들이 있습니다. 지난 EWC(e스포츠 월드컵)의 정식 종목이 21개에 달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세상에는 참 많은 e스포츠 종목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케합니다.
브롤스타즈나 클래시로얄의 경우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유저가 있지만 e스포츠는 대중적인 인기가 없는 상태였는데요. 젠지의 브롤스타즈 팀 창단이 저변 확대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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