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님 이 작업 정말 쉽고 간단한 건데 대신 좀 해주세요.’
‘이거 정말 단순한 일이니까 시간 남으면 해 주세요.’
조직에서 이런 말을 들으면, 문제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분들은 대체로 리더이고, 문제를 먼저 느끼는 분들은 대부분 팀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더가 업무를 분장하면서 “부담 갖지 말고, 그냥 단순하게 하면 돼”라는 식의 말을 덧붙이는 경우가 있는데요, 겉으로는 팀원을 배려하는 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본인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 붙인 말일 때가 많습니다. 업무를 분장받은 팀원의 반응을 미리 짐작해서 자신의 부채감을 줄이려는 마음이 생기면 나오는 말이거든요.
팀원 입장에서는 이 말을 들으면 “상사가 하기 싫은 일을 나한테 떠넘기는 건가?”, “누가 해도 상관없는 일을 내가 만만해서 맡은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당장은 크게 느끼지 못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하는 일이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일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고, 결국 제자리걸음 하는 느낌 속에서 번아웃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일을 맡는 팀원 스스로도 이런 미묘한 표현의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서서히 “나는 단순 작업만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굳어지고 맙니다.
이런 방식의 업무 분장은 결국 팀원의 주체성과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패배주의적인 태도로 빠지게 만드는 출발점이 됩니다. 그래서 팀원들이 입사 초기와 달리 지나치게 수동적이거나, 방어적으로 주어진 일만 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팀원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를 지시하는 리더의 언어 습관에서 비롯된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요한 사실 : 회사에 ‘단순 작업’은 없습니다
회사의 모든 일은 필요에 의해 존재합니다. 필요 없는 일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또한 업무의 난이도와 중요도는 상대적입니다. 같은 업무라도 신입사원에게는 중요한 성장의 기회일 수 있고, 상급자에게는 비교적 단순한 일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바로 업무 분장입니다.
업무는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성공시키려는 노력을 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런 경험을 많이 해본 사람에게 주어집니다. 따라서 업무를 맡는다는 것은 실력에 대한 인정입니다.
오히려 업무를 맡지 못하는 사람은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같은 기간 동안 어떤 사람은 다른 회사에서 5년 걸릴 경험을 1년 만에 쌓기도 하고, 반대로 1년 만에 할 수 있는 경험을 5년 동안 반복하기만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업무 분장 = 기회 분장
리더십이 부족한 회사일수록 돈이 인센티브가 되고, 리더십이 강한 회사일수록 실전 경험이 인센티브가 됩니다. 결국 기회비용도 돈과 다름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얼마를 받느냐가 아니라,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느냐입니다. 잘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몸값은 올라갑니다. 하지만 몸값만 높고, 맡는 일이 늘 똑같다면 그것은 거품입니다. 오히려 채용 시장에서는 진입장벽이 되어 이직을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결론
스스로를 “중간관리자인데 권한이 없어 팀워크가 약하다”고 말하는 리더들이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중간관리자의 힘은 바로 “기회의 분장”에서 나옵니다. 일을 하찮게 보는 중간관리자는 결국 사라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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