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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민주주의 없이 성장했다. 그 성장은 지켜질 수 있을까

민주주의와 경제성장간의 관계

2026.09.16 | 조회 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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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우리는 포용적 제도가 경제성장을 떠받친다는 주장을 살펴보았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의문이 있다. 중국은 엄청난 성장을 이뤘는데, 그렇다면 중국도 포용적 제도를 가진 나라인가? 오히려 착취적 제도에 가깝지 않은가?

AJR(아세모글루·존슨·로빈슨)은 중국이 포용적 경제제도와 착취적 정치제도를 함께 지녔다고 평가한다. 그렇게 보면 포용적 제도가 성장을 지지한다는 이야기는 중국에서도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아세모글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민주주의, 즉 포용적 정치제도를 거듭 강조한다. 포용적 경제제도와 포용적 정치제도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그 결합이 왜 필요한지 생각해 보려 한다. 중국의 사례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개발에 '독재'가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자.

 

민주주의는 성장의 조건인가

먼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은 어떤 관계일까? 가볍게 개념부터 세우고 가자. 충분조건은 그것만 있으면 된다는 뜻이고, 필요조건은 그것이 없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민주주의는 성장의 충분조건이 아니다. 이건 논쟁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인도는 독립 이후 민주주의를 유지했지만 1980년대까지 성장이 더뎠고, 민주화한 뒤 오히려 경제가 주저앉은 나라들도 있다. 민주주의가 경제성장을 보장한다고 말하는 경제학자는 없다. 문제가 그렇게 쉽게 풀렸다면 성장의 핵심 요인을 두고 이토록 오래 갑론을박이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의 성장을 둘러싼 논쟁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는 성장의 필요조건인가? 그것도 아니다. 중국의 40년 성장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과 대만도 권위주의 시기에 빠르게 성장했다. 물론 지난 호에서 소개했듯 아세모글루는 한국 경제가 민주화 이후 더 빠르고 건강하게 성장했다고 본다. 하지만 그 말이 권위주의 시기에 성장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럼 거꾸로, 성장이 민주주의를 낳는 걸까? 20세기에 널리 받아들여진 가설 중에 '근대화론'이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 결국 서구 사회의 모습으로 수렴한다는 생각이고, 정치 영역에서는 잘살게 되면 민주화된다는 명제로 나타났다. 미국이 중국의 WTO 가입을 도운 데에도 이런 기대가 깔려 있었다.

아세모글루는 이 명제를 반박한 쪽이다. 2008년 동료들과 함께 쓴 논문에서, 나라마다 원래 갖고 있던 역사·제도적 조건을 걷어내고 나면 소득이 올라서 민주주의가 왔다고 할 근거가 남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그가 주장하는 화살표는 반대 방향이다. 민주주의가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와 동료들이 2019년에 낸 논문은 비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한 나라의 1인당 GDP가 그 뒤 25년 동안 약 20퍼센트 높아진다고 추정했다. 민주주의로 전환했을 때 평균적으로 얼마나 더 잘살게 되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그는 민주화를 예언하지 않았다. 2013년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빠른 성장이 포용적 정치제도나 민주주의로 이어질 필연성은 없다.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는 커지겠지만, 중국 공산당은 매우 강하고 사회를 숨 막히게 장악하고 있다. (...) 이미 존재하는 세계 기술을 수입해서 하는 이런 성장은 여러 번 시도됐고, 지속되는 동안은 성공적이다. 그러나 중진국 수준에 닿으면 지속되지 않는다. 그때부터는 스스로 혁신하고 새로운 기술과 상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동의하는가? 중국의 사례를 들여다보자.

 

중국의 재산권은 어디서 왔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AJR은 중국을 포용적 경제제도와 착취적 정치제도를 결합한 국가로 본다. 특히 중국이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경제제도가 더 포용적인 방향으로 옮겨간 것과 맞물린다고 본다.

몇몇 사람은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중국은 토지의 사적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 몇 안 되는 나라인데, 재산권을 보호하는 '포용적 경제제도'라고 볼 수 있느냐고. 그런데 마오쩌둥 시대의 중국과 비교하면 재산권은 확실히 보호되고 있고, 어느 정도의 소유권도 인정되고 있다. 다만 선진국 수준이 아닐 뿐이다.

중국의 도시 토지는 국가 소유이고 농촌 토지는 집체 소유지만, 토지를 쓸 수 있는 권리인 사용권은 기한을 정해 거래된다. 주거용이면 70년이다. 그리고 그 계약은 대체로 지켜지고 있다. 개인의 재산도 일반적으로는 잘 보장된다. 다만 개발을 이유로 한 강제 수용은 끊이지 않고, 공산당에 찍히거나 밉보인 경우라면 그 재산권은 언제든 침해될 수 있다.

 

위에서 준 권리

일반적으로 어떤 권리를 얻으려면 그 경계에 있는 사람, 경계 밖에 있는 사람들이 밀어야 한다. 여성의 참정권도, 흑인의 인권도 그렇게 넓어졌다. 중국의 재산권은 다르다. 바깥에서 밀어서 넓어졌다기보다, 당 중앙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넓힌 것에 가깝다. 권리의 범위를 정한 것은 바깥의 사람들이 아니라 강력한 위였다.

그러면 이런 질문이 따라올 수 있다. '좋은 통치자'를 만나면 되는 것 아닌가? 여기서 '좋은'이란 권리를 허락해 주는 통치자를 뜻한다. 하지만 좋은 통치자가 줄 수 있었다는 것은 나쁜 통치자가 뺏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람에게 기대는 방식이 위태로운 이유다. 중국은 위에서 권리를 넓혔다. 그러니 언제든 좁힐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걸 막아설 수 있는 것이 있는가?

 

막아줄 것이 없을 때

일반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가나 중앙정부의 행정행위라 하더라도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면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원 같은 법의 판단을 받는다. 그리고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라면 이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된다. 착취적 정치제도에서는 법의 판단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의미가 없다.

실제로 2020년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상하이의 한 금융 포럼에서 중국 금융당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열흘 뒤, 알리바바 계열 핀테크 회사인 앤트그룹의 상장이 예정일을 이틀 앞두고 중단됐다. 사상 최대 규모(약 370억 달러)가 될 예정이던 상장이었다. 마윈은 석 달 가까이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회사들도 휘청였다. 알리바바는 2021년 4월 반독점 위반으로 182억 위안(당시 환율로 약 3조 원)의 과징금을 받았고, 연설 뒤 1년 사이 시가총액 3,440억 달러가 증발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기업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이었다. 앤트그룹은 금융지주회사로 개편됐고, 2023년 1월 마윈은 앤트그룹의 지배권을 내려놓았다. 53퍼센트가 넘던 그의 의결권은 6퍼센트 남짓으로 줄었다. 재산을 몰수당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개인 자산도 절반 넘게 줄었다.

그리고 2025년 2월, 시진핑이 민영기업인들을 불러 모은 좌담회에 마윈이 다시 앉아 있었다. 사라진 것도 위에서였고, 돌아온 것도 위에서였다. 그 사이에 법정은 없었다.

 

성장은 계속될 수 있는가

그럼에도 기업인들은 여전히 중국에서 사업을 하며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 14억 명의 내수 시장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특수성이 모든 나라에 있는 것도 아니고, 중국에서도 언제까지 버텨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의 성장률은 2012년 7.9퍼센트에서 2024년 5.0퍼센트로 내려왔다. 인구 감소나 부동산 조정 같은 다른 원인도 얽혀 있어서 아세모글루의 예측이 맞았다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그가 말한 시험대에 중국이 올라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경제제도만 포용적이어도 경제는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사례는 위에서 넓힌 경제제도를 위에서 언제든 좁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이후의 성장까지 이어가려면 포용적 경제제도가 유지되어야 하고, 그것을 지켜줄 장치가 포용적 정치제도다.

 

독재는 필요악인가

그렇다면 개발을 위해 독재는 피할 수 없는 필요악이고, 그 희생을 한 세대에게 강요할 수 있는가?

한 세대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는 것은 적어도 다음 세대가 그 열매를 따먹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런데 착취적 정치제도에서는 경제제도를 언제든 다시 착취적으로 만들 수 있다. 다음 세대가 열매를 따먹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보장할 수 없는 약속을 담보로 희생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독재는 필요악이라는 이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면, 독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부터가 약하다. 민주주의에서는 이해관계가 부딪혀 효율적이고 장기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우니 성장에는 독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이 주장의 논리다. 그런데 앞서 본 아세모글루와 동료들의 연구는 민주주의가 저개발 국가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견해를 뒷받침할 근거를 거의 찾지 못했다.

 


참고문헌

  • Acemoglu, D., Johnson, S., Robinson, J. A., & Yared, P. (2008). Income and Democracy. American Economic Review, 98(3), 808–842.
  • Acemoglu, D., Naidu, S., Restrepo, P., & Robinson, J. A. (2019). Democracy Does Cause Growth.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127(1), 47–100.
  • Acemoglu, D., & Robinson, J. A. (2019). Rents and economic development: the perspective of Why Nations Fail. Public Choice, 181(1), 13–28.
  • James Robinson, South China Morning Post 인터뷰, 2024. 12. 2.
  • Daron Acemoglu 인터뷰(Ullekh N.P.), The Economic Times, 2013. 4.
  • 마윈 와이탄 금융서밋 연설, 2020. 10. 24. / 앤트그룹 상장 중단, 2020. 11. 3. / 알리바바 반독점 과징금, 2021. 4. / 마윈 앤트그룹 지배권 이양, 2023. 1. / 시진핑 민영기업 좌담회, 2025. 2. 17.
  • Bloomberg, "Alibaba Down $344 Billion, World's Biggest Wipeout, Year Since Jack Ma Speech", 2021. 10. 25.
  • CNN, "Jack Ma loses more than half of his wealth after criticizing Chinese regulators", 2023. 7. 12.
  • World Bank, 중국 GDP 성장률(20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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