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한 나뭇가지에 손톱만 한 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한나가 일하고 있는 인문관 2층 영문과 과사무실 창문을 두드리는 가지였다. 휴일에도 그는 사무실에 나와 가끔 커피를 내려 마시고 사무실 곳곳을 예리하게 훑어보곤 했기에 알아차린 사실이었다.
평일에는 업무가 많아 창밖을 내다볼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학부생일 때부터 석사 시절을 거쳐 교직원이 되기까지 이 건물에서만 도합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계약직이어도 한나의 업무처리 능력을 높게 산 학과장 덕에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사실상 한나가 마음만 먹는다면, 그리고 학교가 사라지지 않는 한, 평생직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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