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차례 홀 손님이 들어왔다 빠졌다. 내 역할은 테이블을 치우고 설거지하기. 그릇을 종류별로 차곡차곡 포개고 음식물 쓰레기는 한군데 모아 쟁반 위에 가득 올렸다. 그걸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싱크대를 붙여둔 벽면 눈높이에는 작은 창문이 있다. 세제 묻은 그릇을 수세미로 문지르고 옆 통에 넘기는 반복 노동의 순간. 그나마 지루함을 덜어 주는 건 바로 그 작은 창문 너머의 세계였다.
그렇다고 창밖에 그리 대단한 풍경이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시장 옥상에 설치해 둔 물탱크와 각종 시설물, 그리고 그 사이로 지나다닐 수 있게 설치해 둔 아슬아슬한 형태의 철 사다리. 바닥 방수 공사를 제대로 못 해 둔 건지, 아니면 했어도 꽤 오래전에 해둔 일이어서인지, 바닥엔 조금씩 파인 자리가 있었고, 그 위로 빗물 따위가 오래 고여있었다. 하루 이틀 그런 게 아니었는지 바로 그 자리 위에 ‘미끄럼 주의’를 빨간 글씨로 적어둔 아크릴 표지판이 있었다. 얼마나 미끄럽길래 저런 걸 적어뒀지? 생각하기가 무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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