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온기와 손때가 묻은 옛 물건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이곳.
빈티지샵, 구제시장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나이 불문, 국적 불문하고 평일에도 북적이고 있다. 빈티지 취향은 절대 아니었지만, 약속이 갑작스럽게 취소된 김에 근처에 있던 동묘시장을 가볍게 들렀다. 동묘시장을 알차게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을 이미 여러 매체에서 접했기에 직접 마주한 이곳이 그리 낯설지 않았다.
사람들이 동묘시장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누군가는 자신의 애장품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누군가는 나의 취향템 찾기 위해, 누군가는 타임머신 타고 과거의 시장 즐기기 위해. 각자 다른 이유로 이곳을 찾는다. 나는 과거로 돌아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시장을 걸어보기로 했다.
더운 여름이면 할머니가 매일 한 잔씩 만들어주던 미숫가루를, 천 원에 한 컵 들이켰다. 할아버지가 좋아했다던 옛날 과자를 보며 맛을 상상해 보고, 나무 테이블 위에 쌓여있는 카메라를 보며 가장 오래된 것이 무엇인지 맞춰보기도 했다. 카메라를 좋아하는 나에겐 눈이 돌아갈 곳이었다.

몇몇 빈티지샵은 할아버지 옷장을 그대로 가져온 듯했다.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예전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옷들이 이제는 멋있어 보였다. ‘우리 할아버지는 멋쟁이셨구나’ 할아버지의 옷장을 구경하며 빈티지의 매력을 느꼈다.

동묘시장 옷 가게들은 ‘커스텀’이라는 특징이 매력 포인트다. 같은 브랜드 옷이라도 가게마다 다른 커스텀으로 완전히 다른 옷이 된다. 시간의 흔적 위에 새로운 손길이 더해져 옷의 가치는 높아져 간다. 그래서 커스텀 제품은 1만 원 정도 더 가격이 비싸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간 들른 곳은 시장 옆 동묘 공원이다. 돌담 그늘에 앉아 햇살이 내리쬐는 푸릇한 풍경을 바라보며 남은 여운을 느꼈다. 많은 것들을 구경할수록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더 보고 싶어졌다. 한 번도 손잡고 시장을 함께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할머니와도 시장 간 기억이 너무 오래되어 거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기에 이곳의 옛 정취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빈티지와는 거리가 멀었던 취향이었지만 마음에 쏙 들었던 동묘시장. 옛 향수를 마음껏 맡을 수 있는 이곳이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좋은 곳으로 남아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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