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더위에 잠깐이라도 집 밖을 나가기 두려운 주말, 독자는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필자는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고, 침대에 누워 부들부들한 얇은 이불을 덮고 있다. OTT 플랫폼을 둘러보다 시선이 이끄는 대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곤한다. 최근에는 단편영화들을 많이 보았는데, 영화의 메세지와 감독의 의미를 분석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번 달에 본 수많은 영화 중 주말이나, 평일 퇴근 후 15분 정도 짧게 보기 좋은 여름 단편 영화를 소개해 본다.
01. 여름 바다에 끄는 가벼운 것들
“올여름 내 바다에는 어떤 것들이 가볍게 뜰까?”
watcha | 22분 | 로맨스 | 청불
노을이 저물어가는 바다 위로 뜨거운 윤슬이 반짝인다. 그곳에 있는 두 사람의 실루엣이 천천히 가까워진다. 화면에 담긴 모든 것들이, 나를 포함해 중력을 거스르듯 바다 위로 붕 뜬 기분이었다. 바다에 들어가면 심장이 부력으로 두둥실 떠오르는 그런 기분말이다. ‘여름바다에 뜨는 가벼운 것들’이라는 제목이 이 장면 하나로 이해가 되었다.
누구에게나 말 못 하고 숨겨둔 무거운 마음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 역시 쉽게 꺼내지 못한 감정을 안고 있었다. 그 마음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해낸 순간이 바로 이 장면이다. 좋아하는 바다, 그리고 마음에 품은 사람과 함께 있는 풍경을 마주한 그녀는 아마도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을 것이다. 사진작가인 그녀가 그 풍경에 매료되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1분 12초 동안 숨조차 멈춘 채, 나 역시 그곳에 함께 서 있었다. 윤슬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그녀들을 바라보며, 나는 모래 위에 망설이는 발을 붙이고 있었다. 바다에 들어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로. 나는 왜 바다에 들어가지 못했을까. 무엇이 두려워서, 내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걸까. 영화를 보며 미처 몰랐던 내 안의 무거운 마음 하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02. The Collection
“브랜드 영화의 미감 스탠드오일의 오싹한 큐레이션”
watcha ㅣ 18분 ㅣ 스릴러 ㅣ 12세
오싹한 아름다움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렸던 이 영화는 스탠드오일(STAND OIL)에서 25HS 시즌 컬렉션을 기념하여 제작한 브랜드 영화다.
영화가 오싹한 느낌을 주는 이유 중 하나는 색감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색이 바래져 희미해지거나 탁해 보이는데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러나 주인공이 자신의 컬렉션으로 삼고 싶은 무언가를 바라볼 때, 그 무언가 뒤로 쨍쨍한 햇살이 비쳐 화사하게 빛나도록 연출한 부분이 무섭도록 섬세하다.
관객이 보았을 땐 ‘이런 걸 수집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대중적이지 않는 취향까지 넘나들고 있는 스탠드오일만의 감성을 강하게 잘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들여다보면 마음 속에 오싹하고, 기괴한 취향 컬렉션이 있을 것이다. 발현되지 못했을 뿐,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했을 뿐. 오히려 개인의 취향을 기괴하다고 단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닐까?
03. 커퓨 Cufew
자해의 기억에서 꺼내본 단편영화, 인간관계의 역설”
유튜브 ㅣ 19분 ㅣ 드라마“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손에 피가 잔뜩 묻은 손이 수화기를 잡아든다. 자살하기 위해 욕조에서 손목을 긋는 남성의 모습이 이 영화의 시작 장면이다. 이 영화는 사람에게 관계란 중요한 존재이며 무서운 존재인지 느끼게 해준다. 2.35:1 와이드스크린 비율로 등장인물들은 항상 나란히 하고 있는데 이런 연출이 등장인물 관계를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모순 덩어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람에게서 생명을 얻고, 사람에게 죽임을 당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아가며,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목숨을 버리기도 한다. 사람에게 행복함을 받지만, 사람에게 증오와 분노를 느낀다. 이 모순을 인정할 때, 비로소 이 관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장르는 서로 다르지만, 필자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한 단편영화들이다. 더운 여름, 집 밖을 나서기 두렵다면 시원한 방 안에서 미감 좋은 영화로 눈호강하며, 그 안의 깊은 여운을 함께 누려보길 바란다.
💡 오늘의 사유하기
01 .독자만의 영화 취향이 있는 가?
02. 위 영화를 보고 의미를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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