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가을과 겨울을 보내고 봄을 지나 어느새 여름이 되었습니다. 다시 여름이 왔다는 게 가끔 믿기지 않아서 벽에 걸린 달력을 멍하니 바라보곤 합니다.
그동안 이 매거진을 다시 할까, 말까 고민하며 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했어요.
사실 요즘 저는 "할까? 말까?" 고민의 연속입니다.
마트에 오늘 갈까? 내일 갈까?
지금 책을 읽을까? 말까?
아이들과 영화관에 갈까? 말까?
글을 쓸까? 말까?
그러다 매번 지금은 말고 나중에~ 로 결정하는 절 발견했습니다.
제 가장 큰 무기였던, "몰.그.해.(아, 몰라 그냥 해!)" 정신을 완전히 잃어버렸어요.
무턱대고 시작했다가 끝을 보지 못한 게 너무 많다 보니, 일단 시작하는 것에 질려버렸다고나 할까요? 대신 끝을 볼 수 있을만한 것만 하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문제는 끝을 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저도 잘 모른다는 데 있어요.
네, 맞아요. 그래서 지금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답니다. ^^;;;
저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그건 아마도 '욕망에 사로잡혔다가 깨어나 보니, 여긴 밀라노' 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게 무슨말이냐고요?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고민만 하다가 못한 일들이 수두룩 한 이 시점에 굳이, 다시 매거진을 끄적이는 이유는 구독자님들에 대한 감사와 애정 때문입니다.
그동안 전 '줌 정기 결제'를 해지했어요. 선량한 글방을 시작한 후 여러 모임을 온라인을 했습니다. 그래서 매달 나가는 약 2만원이 아깝지 않았어요.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온라인 모임을 유지하는 것도, 새로 시작하는 것도 힘들어지기 시작했거든요. 여전히 여러 곳에서는 온라인 모임을 잘 유지하고 있지만, 전 그러지 못했어요.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 공지를 올렸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걸 확인한 후로 '아, 난 더 이상 온라인 모임을 할 수 없겠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글쓰기 모임을 하고 싶은 마음과 하기 싫은 마음이 싸우고 있어요. 서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줄다리기 하고 있지요.
그리고 제 결론은, 지금은 하지 말자! 입니다.
대신 메일링 서비스를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것입니다.
제가 온라인 모임은 못하지만, 여긴 밀라노니까요!
며칠 전, 아이들이 방학을 했어요. 학교 마지막 날, 레바논 친구인 마즈달라를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번 여름에 어디 가니?
-레바논 가려고 했는데 전쟁 때문에 못갈 것 같아. 넌 어때? 한국에 가니?
-아니, 난 이번 여름에 여기 있어야해.
-무슨 걱정이야. 여긴 이탈리아인데!
그 친구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맞아요, 전 이탈리아에 있어요!!
이번 여름에 한국에 가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에요.
첫째, 이탈리아 체류 허가증이 지난 4월에 만료가 되어 재발급 신청을 했는데 미팅이 8월에 잡혔습니다. 아마도 12월에나 새로운 체류 허가증이 나올 것 같아요. 체류 허가증이 없으면 다른 유럽 국가에 갈 수 없습니다. 비자가 없으니까요. 대신 체류 허가증을 신청했던 서류를 가지고 직항으로 한국엔 갈 수 있어요.
둘째, 밀라노에서 한국에 갈 수 있는 직항은 대한항공입니다. 그런데 4인 가족이 대한항공 타고 한국에 가려면 약 700만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비행기 값은 더 비싸져서 거의 천만 원 가까이 필요할지도 몰라요. 작년엔 그동안 모아두었던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이용해 다녀왔는데 이번엔 도저히 그럴 돈이 없....
셋째, 한국의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말에 겁이 납니다. 한국에서 한두 달 동안 놀고, 먹고 하려면 최소한 500만원이 필요한데, 비행기 값에 체류비까지 하면 천만 원이 후욱 넘어가는 것이죠. 작년엔 그동안 글쓰기로 모아두었던 돈을 탈탈 털어 다녀왔는데요, 이번엔 새 노트북을 장만하느라 탈탈 털어 써버렸어요.
그래서 결론은, 올해 한국 행은 없습니다.
대신 밀라노를 열심히 다녀보려고 (계획만) 해요. 그리고 8월엔 이탈리아 남부로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남부 바닷가 숙소 비용도 엄청 비쌉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미 3월에 숙소 예약을 마쳤답니다.
이러 저러한 사정으로 한국은 못 가지만, 여긴 이탈리아니까요!
한국에 계신 구독자님들께 이탈리아의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매주 수요일, 다양한 밀라노 이야기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이번엔 중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Da Milano는 from Milan 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입니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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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글이 _남서영
선량 작가님, 메일링 서비스 재게되어 무척 반갑네요! 건강하게 잘 계시죠?! 선량한 글방을 중단하셨다니 한때 함께 했던 사람으로서 아쉽지만,,, 뭔가 고민이 믾으셨던 것같아 궁금하기도 하네요. 줌 정기결제를 해지해 버리셨다는 말이 꽤 통쾌하게 들려요! 마음 먹으면 바로 행동하시는 작가님의 시원스런 태도가, 저는 부러운 것 같습니다. ㅎㅎ 또 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 그 마음으로 이뤄내실테니까요. 밀라노 여행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방랑벽 심한 제게 방구석 여행이라니 이보다 더 개이득이 어디있겠습니까! ㅋㅋ 열심히 글로 따라 다닐게요.
zzumma in Milan (118)
앗, 서영님~~ 잘 지내셨어요? 정말 오랜만이에요. ^^ 제가 원채 고민을 오래하는 걸 싫어해서 말이에요. 그냥 꼴리는데로 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이번엔 중간에 멈추지 않고 잘 써보겠어요. ^^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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