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있기에 더 아름다운 것도 있어

영화 <나의 소녀시대>를 보며

2022.07.01 | 조회 6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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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소녀시대>
영화 <나의 소녀시대>

안녕 🖐️ 

편지를 받을 때만 해도 날이 맑아서,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며 남색대문 생각을 했어. 특히 출근하는 길에 자전거 타는 아이들을 보며 멍커로우 생각이 절로 나더라. 나도 자전거를 타면 살랑살랑 시원해질까? 생각했는데, 영화처럼 청량하게 타는 건 역시 어렵더라고. 횡단보도 앞에 눈이 풀린 채 서 있는 어른 한 명이 바로 나였어, 슬프게도. 

각설하고, 답장을 쓰는 지금은 한 치 앞을 보기 어려운 비가 쏟아지는 중이야. 너의 편지와 네가 보여준 영화를 보며, 붙잡지 못하는 순간의 소중함에 대해 곱씹어 봤어. 그러다 보니 고등학생 때 열심히 본 <나의 소녀시대>가 떠오르더라. 그땐 마냥 교복 입고 설레하는 풋풋한 연애에만 눈이 갔는데, 성인이 되어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더라고. 새삼 옛날에 봤던 영화 다시 꺼내 보기 프로젝트를 (물론 자체 프로젝트) 시작해봐야 하나 싶었어.

요즘 들어, 계속 과거 시점으로 자꾸만 돌아가. 일상을 살아가다 노래 한 곡에 중학생 때로 돌아가고, 꿈속에도 계속 그때의 친구들이 나타나는 거 있지. 물론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야. 당시엔 함께 모여 어제 본 그 아이돌 이야기를 하고, 우리의 20대는 얼마나 빛날지 꿈꿨는데 말이야. 당연하게도 계속 함께 할 거라는 오만함도 있었지만, 그만큼 순수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아.

영화 속에선 이런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현재 자기 자신의 모습을 좋아하시나요?
가끔은 꿈 많고 순수했던 그때가 그립지 않은가요?
그때 당신의 모습은 여전히 남아있나요?
삶에서 소중했던 사람들을 아직 기억하나요?

모든 문장이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것 같지 않니? 길 가다 어떤 어른한테 물어도 한숨 포옥 내쉴만한 질문들이야. 

영화 속 린전신의 하루 중 가장 큰 고민은 '아침으로 무엇을 먹느냐'이고, 가장 큰 꿈은 그녀의 우상 유덕화 콘서트를 가는 것이야. 짝사랑하는 농구부 모범생을 뒤쫓으며 바보 같은 짓도 많이 하지. 결국 행운의 편지 사건으로 인해 전설의 일짱(?) 쉬타이위와 지독하게 엮이게 되지만 말이야.

하루의 전부인 친구들과 학교생활로부터 오는 고민. 그때만 해도 태산같이 보였는데, 지금 보면 하나같이 소소한 일들뿐이라는 게 웃겨. 또 엉뚱한 타이밍에 빵 터져도 꾸중하는 이 없이 함께 웃던 시절은 딱 이 순간뿐이지. 하지만 당사자들은 절대 알지 못해 끝이 있다는 것을.

그런데 신기하게도 쉬타이위는 이 순간이 결국은 흐른다는 것을 아는 듯 말해. 교복 입고 땡땡이 안 쳐보면 후회해, 교복 입고 맥주 안 마셔보면 나중에 후회해 등등. 물론 일탈에 대한 어쭙잖은 핑계일 수 있지만. 교복 입은 학생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게 있잖아.

하얀 셔츠를 걷어붙이고 교정을 뛰어다니고, 점심시간이 지나면 땀에 젖어 입에 아이스크림을 물고 들어와, 야간 자율 학습이 끝나고 걷다 보면 귀를 스치는 선선한 바람까지. 

영화 전반이 클리셰 같지만, 우리들의 학창 시절과 너무 닮아있지 않니? 결말은 조금 다를지라도, 달리고 또 달려가는 청춘의 결은 모두 같아. 한동안 뜨겁게 볕을 쬐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깨어질지라도. 모든 순간은 영원이 될 거야.

린전신이 30년 후 유덕화의 콘서트에 가서 쉬타이위를 마주한 것처럼, 과거의 순간은 우리도 모르게 한 겹 뒤에서 함께 흐른다고 생각해. 너도 나도 과거에 바라던 그 무엇을, 결국 마주할 수 있기를.

앞으로 살면서 무수한 끝을 마주하겠지만,
슬퍼하기보단 활짝 웃으며 그 순간을 되돌아보기로 하자.

- 끝난 순간을 기억하며 같은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친구들에게.

 

FROM.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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