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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여름은 어떻게 남겨질까요?
여름을 새겨보며 오늘의 레터 보내드립니다🎆
Mon
민짱/ 남는 건 사진뿐이라
제토 / 진지한 게 아니라 재밌는 건데
Thu
주민 / 여러모로 애매한 - 음악 취향
온다 / 다합에왔다합
- 여러모로 애매한 - 음악 취향
여러분은 어떤 장르의 노래를 가장 좋아하시나요?
힙합을 사랑하는 분들도 있고, 국내 발라드만 골라 들으시는 분들부터 요즘에는 밴드 음악을 좋아해서 페스티벌을 올출하시는 분들도 있는 걸 보면 다들 좋아하는 장르 하나씩은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아요.
음악사이트를 이용해 노래를 검색해 찾아 듣기 전의 저는 음악방송을 통해 K-POP에 익숙해져 있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대중음악이 그렇듯이 (특히 제가 중학생이던 2016년도와 그 즈음의 라인업들은) 중독성이 강한 곡들이 주를 이뤘기 때문에 이렇다할 음악 취향이랄 것은 아직 모르던 시기예요. 사실 그때는 음악에 대해 잘 몰랐었기 때문에도 K-POP에도 다양한 장르가 들어있다는 것 또한 알지 못했죠. 그 점을 파악하기도 전에 중독되어 버려서 후렴을 흥얼거리는 게 일상적이기도 했고요.
음악이 일상에 녹아들면서 다양한 음악들을 접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2016년부터였는데, 물론 K-POP 전성기였던 만큼 아이돌 음악도 많이 듣기는 했지만 제목도 처음 들어보는 음악들을 찾아 듣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워낙 제가 문외한이었던 것 뿐이지 나중에 보면 다 명곡들, 당시 유행하는 곡들만 들었더라고요. 그때는 팝 시장도 호황기였다고 말할 정도로 좋은 곡들이 많이 나오던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특히 저는 유튜브 J.Fla 채널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서 그분의 영상을 기점으로 유튜브 알고리즘의 파도를 많이 타고는 했는데요. 당시 유행하던 일렉트로닉 음악 Avicii의 Wake me Up , Clean Bandit의 Rockabye, The Chainsmokers의 Closer, n년 전부터 유행한 명곡 A Great Big World의 Say Something, Boys Like Girls의 The Great Escape, 당대 팝 끝판왕 Maroon5의 What Lovers Do, Ed Sheeran의 Shape of You, The Weekend의 I Feel It Coming 등 다양한 장르의 팝송들을 들으면서 들을 수 있는 곡의 범위를 넓혀갔어요. 사실 K-POP과 마찬가지로 명곡들이 쏟아져나오고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는 중독성 강한 곡들이 다수 포진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취향을 찾기란 쉬운 일은 아니였습니다. 2018년까지는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것 같아요.
제가 음악의 ‘장르’에 신경 쓰기 시작한 것은 아무래도 2019년에 아이돌을 좋아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인 것 같습니다. 아이돌 음악을 즐겨 듣는 게 음악적 견문을 높이기 좋다고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돌 음악은 주로 동시대에 유행하는 장르의 사운드를 대중 음악으로 잘 녹여 만들기 때문에 대중이 해당 장르를 처음 맛보기 매우 좋은 통로가 될 수 있거든요. 예를 들면, 저는 NCT 127의 0 mile을 상당히 좋아했어서 재생목록에 유일하게 넣어놓은 K-POP 곡이었어요. 이 곡을 좋아한 뒤로 비슷한 사운드를 가진 곡들을 들을 때마다 장르를 찾아보고는 하면서 제가 하우스 장르, 그 중에서도 특히 트로피컬 하우스의 분위기를 가진 곡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당시 같이 들었던 노래에는 NCT 127의 Switch와 Summer 127, f(x)의 All Mine, Shinee의 View와 I Want You, 청하의 Why Don’t You Know, 태연의 Why 등이 있어요. 특히 WINNER가 ISLAND, LOVE ME LOVE ME를 통해 엄청난 히트를 친 뒤로 아이돌 음악 시장에서는 지금까지도 이런 분위기의 노래를 꽤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저는 특정한 사운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당 장르의 노래를 특히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게 또 문제인 게, 어느정도 듣다보면 금방 질리고는 하더라고요. 게다가 장르보다는 가수를 좋아하고 찾아 듣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최애 장르를 찾기가 더 힘들어졌는데요. 좋아하는 가수들 중 대부분이 팝 가수였기에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시도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늘 변하는 대중음악 트렌드에 저도 이제는 굳이 저항하고 장르 하나를 꼬집으려고 하기보다는 변화의 흐름에 몸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최근에는 실리카겔의 NO PAIN이 가장 많이 들은 음악인데, 역시나 제가 좋아하니까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트로피컬 하우스가 한창 유행일 당시에도 해당 곡들을 좋아했던 것을 보면 아무래도 저는 대중음악의 귀를 타고난 것 같습니다(?). 장르 취향이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동시대의 트렌디한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것도 뭐, 여러모로 애매하더라도 괜찮지 않을까요?
- 다합에왔다합
작열하는 태양, 발 밑부터 느껴지는 열기.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후 다합의 낮은 10분만 돌아다녀도 땀이 뻘뻘 날 정도로 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고온 다습한 한국의 여름이 찜기 안에서 쪄지는 만두가 된 기분이라면, 고온건조한 다합의 여름은 마치 아스팔트 위에 눌러 붙는 계란 프라이가 된 느낌이랄까요? 이러한 날씨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운 낮에는 바다나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섯 시 이후에야 외출을 하곤 했어요. 라이트하우스의 메인 거리 역시 어두워진 후에야 활기를 띄었습니다. 오늘은 해가 지고나서 시작되는 다합의 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지난 레터를 읽은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저는 프리다이빙으로는 펀다이빙을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밤 수영은 나서서 가자고 할 정도로 밤 수영을 좋아했어요. 여름의 초입에 갔던 첫 밤 수영은 조금 춥게 느껴졌는데, 패들 보트를 타는 이집션 아이들 덕분에 잠시나마 덜 춥게 수영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일행 중 남자가 타려고 하면 바디 랭귀지로 ‘너는👈🏻내려가서👇🏻수영해🏊🏻♀️’ 라고 하고선 여자만 태워주는 아주 맹랑한 꼬맹이들이었어요. 많아도 열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었는데 말이에요. 내리려 하면 ‘왜 내려 여기 좋잖아!’ 하는 말과 표정을 지어 보이길래 부담스러웠던 탓에, 결국 추움을 감수하고 보트에서 내려 수영을 하게 되었지만요. 그때 바라본 하늘이 좋았고, 누워있던 바다는 편안해서 이후로 밤 수영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바다 속이 보이지 않아 누군가는 무섭다고 하기도 하지만, 바다에 등을 댄 채 둥둥 떠다니다 보면 그보다 평화로울 수도 없습니다. 달이 크게 뜬 날에는 달빛 아래에서, 달이 없는 날에는 그 자리를 대신하는 별들을 보며 수영을 즐길 수 있어요. 기온이 떨어져 조금 춥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번 머리를 푹 담그고 나면 그리 차갑지 않습니다. 실제로도 낮 동안의 열기를 머금어 저녁의 수온이 가장 따뜻하다고 해요. 밤 수영의 매력은 어두움에서 오는 편안함, 해가 내리쬐는 낮과 달리 별과 달을 보며 사람 없는 바다에서 잔잔히 배영으로 수영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함께 가는 사람들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사우디를 마주하고 있는 라이트하우스 앞 밤 바다에서 수영할 때면, 항상 누군가 “수영해서 사우디까지 갈까?” “지퍼백에 여권 챙겨!” 라며 농담을 던지곤 했어요. 저는 이 시답지 않은 농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다합에서, 우리끼리만 할 수 있는 농담 같아서요. 정말 사우디까지 갈 것처럼 “얄라! *”를 외치던 다른 누군가의 옆모습도 함께요.
*어서어서, 빨리빨리, 또는 가자! 등의 의미로 쓰이는 아랍어
어느 날의 해 질 무렵에는 탈탈거리는 보트를 타고 함께 밤 낚시를 갔습니다. 인 당 한 마리는 무조건 잡는다고 할 정도로 물고기가 잘 잡힌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저희는 두 명 밖에 손 맛을 보지 못했습니다. 초심자의 행운이었을까요? 태어나서 낚시대를 처음 잡아본 제가 그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낚시에 큰 흥미가 없어 낚시 줄만 풀어놓은 상태로 누워 유유자적 별 구경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걸쳐 놓은 손에 입질이 온 듯해 급히 일어나 줄을 감아봤더니 물고기 한 마리가 잡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대치 못한 수확이었으나, 전체적으로는 함께 배에 타고 있던 이집션들도 고기를 한 마리도 낚지 못해 처참한 결과를 거뒀습니다. 그래도 괜찮았어요. 역시 저는 낚시보단 모터 보트로 인해 생기는 물결이 발을 간지럽히는 게, 누워서 별과 달과 은하수를 보았던 게, 같이 간 이들과 ‘다합에 가면’ 게임을 하며 웃었던 게 더 좋았으니까요.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건 역시 나이트 (스쿠버) 다이빙입니다. 같은 바다를 들어가더라도 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깜깜한 바다 속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랜턴을 하나씩 들고 들어가게 되는데요. 랜턴을 끄면 상하구분이 매우 어렵고, 본인의 호흡기 소리만이 크게 들려 우주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나이트 다이빙의 또 다른 포인트는 해양 생물의 고유한 색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물이 빛을 흡수해 붉은 색도 주황에 가깝게 보이는 낮과는 달리 오직 랜턴으로만 비춰 보기 때문에 흡수되는 색이 훨씬 적기 때문입니다.
햇빛 아래 많은 사람들이 거북이를 찾아 나선다면, 나이트 다이빙의 꽃은 ‘스페니쉬 댄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빨간 색으로 떠다니는 모습이 마치 플라멩코 춤을 추는 댄서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눈이 밝은 현지인 다이버 덕분에 첫 다이빙부터 두 마리나 목격할 수 있었는데요. 비록 춤 추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너무나도 쉽게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혹 떨어지는 꽃잎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랜턴을 모두 끈 채로 앉아 허공에 손을 휘저으면 조그맣게 반짝거리며 빛을 내는 플랑크톤도 볼 수 있습니다. 발목까지 차오르는 밤바다에서도 발을 찰방거리며 걸으면 발광하는 플랑크톤이 마치 바다에 떠 있는 별처럼 보입니다.
꼭 열기 때문이 아니더라도 저는 밤의 시간을 낮만큼이나 좋아합니다. 밤이 주는 고요하고 솔직한 다정함이 좋아요. 그래서 밤이 되어야 만나볼 수 있는 것들도 좋아하게 되어요. 또, 여름 밤은 유독 낭만적이니까요. 여러분이 사랑하는 시간대는 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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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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