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는 왜 젖이 나올까요

알의 수분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동물들의 고군분투기

2024.11.09 | 조회 1.6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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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알은 마치 젤리처럼 말랑말랑하고 투명합니다. 제가 초등학생일 때에는 이런 모습을 본딴 장난감도 있었는데, 지금도 나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반면 우리가 식탁에서 자주 보는 달걀은 단단한 껍데기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같은 알인데 왜 이렇게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생명은 바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초기 생명체들은 당연히 물속에 알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생명체들이 육지로 진출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물 밖에서는 알이 쉽게 수분을 잃었고, 말라붙어 죽을 수 있었습니다. 육지로 올라온 생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개구리나 도롱뇽 같은 양서류는 육지에서 생활하다가도 알만큼은 반드시 물 속에 낳습니다. 이들의 알은 수분 유지를 전적으로 주변 물에 의존하기 때문에, 물 밖으로 꺼내면 금세 말라죽고 맙니다.

파충류는 다른 방법을 발전시켰습니다. 이들은 습기가 많은 땅속에 알을 묻어둡니다. 악어나 거북이가 모래사장에 구덩이를 파고 알을 낳는 모습을 다큐멘터리에서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거북이의 알
거북이의 알

조류와 일부 공룡은 더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아냈습니다. 단단한 석회질 껍데기로 알을 감싸서 내부의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달걀 껍데기는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은 막고 산소와 이산화탄소는 통과시켜 그 안에서 새끼가 잘 자랄 수 있게 합니다.

포유류의 조상들은 또 다른 방식을 발전시켰습니다. 이들은 피부에서 점액을 분비해 그 점액을 알에 묻히는 방식으로 알을 촉촉하게 유지했습니다. 현존하는 포유류 중 유일하게 알을 낳는 오리너구리를 보면 이런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오리너구리의 알은 조류와 달리 말랑말랑한 형태입니다. 오리너구리는 이 말랑말랑한 알이 말라 붙지 않도록 몸에서 분비한 점액을 알에 묻힙니다.

점액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오리너구리 새끼는 부화한 뒤 이 점액을 먹으며 영양분을 섭취합니다.

우리는 바로 이 점액을 젖이라고 부릅니다. 오리너구리를 제외한 포유류는 진화하면서 이제 더 이상 알을 체외에 낳지 않고 체내에서 발달시키게 되었지만, 젖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알의 수분을 보호한다는 원래의 기능은 필요없게 되었지만, 새끼에게 영양을 공급한다는 기능은 여전히 생존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포유류의 젖은 알을 보호하기 위한 오래된 전략이 새로운 용도로 진화한 결과였던 셈입니다. 이렇게 시대에 뒤쳐진 것 같은 전략으로부터 가끔은 혁신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더 알아보기

Zattwo ZVS, 포유류의 진화 그리고 젖의 기원 (feat.신비한 물고기)
이오 IO, 🐟 “물고기는 짝짓기를 하지 않는다” 성의 기원과 알의 진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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