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아시안게임 폐막입니다. 김동현 선수는 라디오스타에서 '시합에 집중하면 안 된다. 매일 운동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하고 시합은 쌓아온 결과를 확인하는 자리일 뿐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울까요. 매일 꾸준히 해온 결과가 아시안게임 같은 큰 무대에서 몇 번의 시합으로 결정된다고 하면, 당연히 당장 오늘의 시합에 모든 운이 따르기를 바랄 수밖에 없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상급 선수들 중에도 자기만의 징크스에 진지한 사람이 많습니다.
테니스의 정점 라파엘 나달은 벤치 앞에 물병 두 개를 라벨이 코트 쪽을 향하도록 가지런히 놓고, 물도 두 병에서 번갈아가며 한 모금씩 마셨습니다. 서브를 넣기 전에는 바지 뒤를 잡아당기고 어깨, 코, 귀를 만지는 동작을 매번 되풀이했습니다. 코트 라인도 밟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달은 이걸 징크스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자서전에서 "미신이라고들 하지만 아니다. 미신이라면 이기든 지든 똑같이 반복할 이유가 있겠나. 머릿속 질서에 맞게 주변을 정돈하는 방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신비한 힘이 자신을 지켜주길 바라면서 이 행동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루틴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는 방법이었다는 거겠죠.
또 다른 테니스의 정점인 세리나 윌리엄스는 나달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습니다. 2009년 영국의 한 토크쇼에 나와 징크스가 너무 많아 귀찮지만 안 하면 질 것 같아서 해야 한다고 말했거든요. 토너먼트에서 이기는 동안은 같은 양말을 계속 신고, 샤워 샌들을 코트까지 챙겨가고, 첫 서브 전에는 반드시 공을 다섯 번 튀기는 등 다양한 징크스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경기에서 지고는 '못 쳐서 진 게 아니라 신발 끈을 제대로 안 묶어서 졌다'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페퍼노트에서 신발끈 묶는 법을 보고 갔더라면...).
농구의 GOAT 마이클 조던은 시카고 불스 유니폼 반바지 안에 노스캐롤라이나대 연습용 반바지를 받쳐 입고 뛰었습니다. 1982년 NCAA 결승에서 신입생 조던이 결승골을 넣어 노스캐롤라이나대가 우승을 했었는데, 그 행운이 NBA에서도 이어지길 바랐던 것입니다. 조던은 당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바지를 길게 입는 편이었는데, 그 안에 입은 노스캐롤라이나대 반바지를 가리기 위해서였다는 거 아니냐는 추측이 있습니다.
야구에선 웨이드 보그스가 징크스로 너무 유명해서, 아예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때 "징크스로 전설적인(Legendary for his superstitions)"라는 문구가 들어갔습니다. 저녁 경기가 있으면 매일 오후 1시 47분에 집을 나서서, 사고가 나든 교통 체증이 있든 늘 같은 길로 출퇴근 했고, 4시 47분 전에는 운동장에 절대 들어가지 않고 5시 47분에 운동을 시작했으며, 경기 전에는 반드시 닭고기를 먹고(그래서 별명이 치킨 맨이었습니다), 3루에 들어서면 반드시 흙 속에서 3개의 돌을 골라 라인 밖으로 던져야 하고.... 끝도 없습니다. 다 합치면 80개 가량의 습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도 그러니까 상대팀에선 시계를 조작해서 그가 마지막으로 몸을 푸는 7시 17분을 건너뛰고 7시 16분 다음에 7시 18분이 되도록 만든 적도 있다고 합니다.
축구의 경우 매 월드컵마다 별의별 징크스가 다 튀어나오는 것 같은데, 1998년 프랑스 수비수 로랑 블랑의 징크스가 좀 웃깁니다. 당시 프랑스 골키퍼는 파비앵 바르테즈로 민머리 스타일이었는데요, 로랑 블랑은 경기 시작 전 바르테즈의 민머리에 입을 맞추곤 했습니다. 블랑은 준결승전에서 퇴장 당해 결승에선 뛰지도 못했는데, 그럼에도 바르테즈의 머리에 키스를 하는 의식은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덕분인지 프랑스는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징크스는 운동 선수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역사 속 유명 인물들에게도 이런저런 징크스 얘기가 있습니다.
니콜라 테슬라는 숫자 3에 집착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뭘 하든 3의 배수와 관련되게 행동해야 했는데, 그렇지 않으면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것 같은 충동을 느꼈다고 고백했습니다. 예를 들면 건물에 들어가기 전엔 주변을 3바퀴 돌아야 한다거나, 수영은 33바퀴를 돌아야 한다거나, 호텔 방 번호도 3의 배수로 맞춰야 한다거나 하는 식이었습니다.
베토벤은 커피한 잔에 원두를 정확히 60알씩 세어 넣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계량컵으로 재면 한두 알 씩 틀릴 수 있으니 특히 손님이 있을 때는 직접 세어 넣었다고 하고요. 다만, 이걸 증언한 건 베토벤의 비서였던 안톤 쉰들러인데, 안톤 쉰들러가 베토벤에 대한 사실을 위조한 전력이 있어서 완전히 믿기는 어렵습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에 관해서도 비서의 회고가 남아 있습니다. "보스는 미신을 믿었는데, 특히 숫자 13과 성냥 하나로 담배 세 개비에 불을 붙이는 것에 대해 그랬다." 식탁 인원이 13명이 되면 비서를 불러서 14명을 만들었고, 13일에 출발하는 걸 피하려고 때로 기차를 12일 밤 11시 50분이나 14일 0시 10분에 출발시켰다고 합니다. 재밌게도 루스벨트가 죽은 날짜는 1945년 4월 12일입니다. 바로 다음 날이 13일의 금요일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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