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첩은 원래 중국 생선 소스?!

옛날 사람들은 토마토에 독이 있다고 믿었다는데,

2023.10.27 | 조회 1.78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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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등학교 시절 제2외국어로 스페인어를 배웠습니다. 단어마다 읽는 법이 제각각인 영어와 달리 스페인어는 항상 규칙대로 읽으면 되어서 편했습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외래어의 발음은 귀엽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ketchup'인데, 스페인어가 아닌 티가 팍 나는('k'는 외래어 표기할 때 외에 스페인어에서 잘 사용되지 않습니다) 이 단어를 읽을 때에도 스페인어 철자를 읽는 방법이 그대로 적용되어 [께춥] 정도로 발음됩니다.

이것으로 케첩이 스페인어는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어느 나라 말로 보아도 낯섭니다. 별로 영어 같이 생기지도 않았고, 프랑스어, 독일어, 무엇으로 보아도 어색합니다. 케첩이라는 단어는 어느 나라 말에서 온 것일까요?

프랑스는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케첩을 주는 것을 제한했습니다.미국식 식사에 아이들이 길들어서 프랑스인다움을 잃을까 하는 염려에서였습니다.하지만 감자튀김 먹을 때 케첩을 안 주는 건 선을 넘는 거라 생각했던 걸까요?일주일에 한 번 감자튀김이 나올 때 만큼은 케첩 제공이 허락됩니다.
프랑스는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케첩을 주는 것을 제한했습니다.
미국식 식사에 아이들이 길들어서 프랑스인다움을 잃을까 하는 염려에서였습니다.
하지만 감자튀김 먹을 때 케첩을 안 주는 건 선을 넘는 거라 생각했던 걸까요?
일주일에 한 번 감자튀김이 나올 때 만큼은 케첩 제공이 허락됩니다.

케첩의 기원은 중국입니다. 케첩이라는 단어도 중국 남부 지방의 민남어에서 유래했습니다. 민남어는 일단 중국어의 방언으로 분류되지만, 표준중국어와는 외국어나 다름 없을 만큼 차이가 큽니다. '생선으로 만든 소스', '조개로 만든 액젓' 정도의 뜻을 가진 '膎汁(해즙)' 또는 '鮭汁(규즙)'을 민남어로는 '꿰짭(kôe-chiap)'이라고 발음했고 이것이 말레이어를 거치고(kicap, 키찹) 영어로 넘어가 'ketchup'이 되었습니다.

케첩은 주로 토마토로 만든 소스인데 그 어원엔 왜 생선, 조개가 나올까요? 사실 토마토로 케첩을 만드는 건 1812년이나 되어서야 시작된 일입니다. 케첩은 원래 생선이나 조개 등을 발효시켜 만드는 소스였습니다. 발효된 소스이다 보니 장거리 운반에도 문제가 없어 영국, 네덜란드 상인들이 케첩을 유럽으로 가지고 갈 수 있었습니다. 유럽인들의 입맛에도 맞았는지 18세기 유럽 요리책들에는 케첩을 만드는 방법이 소개 되어 있는데, 영국에서 주로 사용한 재료는 버섯입니다. 이외에도 굴, 홍합, 호두 등 다양한 재료들이 케첩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남미에서 처음 토마토를 유럽으로 가지고 왔을 때, 유럽인들은 토마토를 관상용으로만 길렀을 뿐 먹지 않았습니다. 독성 식물인 '벨라돈나'와 닮아 독이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벨라돈나
벨라돈나

그러다 서서히 토마토도 먹을 만한 식물이라는 걸 유럽인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1812년에 이르러 미국의 과학자, 원예가, 의사인 제임스 미즈가 토마토 케첩 레시피를 최초로 공개합니다. 이후 미국에서 토마토 케첩이 서서히 인기를 끌면서 농부들은 병에 토마토 케첩을 담아 판매했습니다. 헨리 J. 하인즈도 1876년에 "어머니와 집안의 다른 여성들에게 축복을!"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케첩 판매를 시작했고, 지금도 하인즈 케첩은 가장 유명한 케첩 중 하나입니다. 케첩을 대량으로 만들고 판매하게 되면서 보존을 위해 케첩 레시피에 설탕이 크게 증가하여 지금의 토마토 케첩과 같은 맛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이제 여러분의 식탁 위에 있습니다. 맛있는 식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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