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의 등에는 큰 혹이 있습니다. 낙타는 물이 부족한 사막에서 살기 때문에 이 혹에는 물이 저장되어 있는 게 아닐까 싶지만 사실은 지방이 들어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낙타에게 이런 지방 저장소가 필요했을까요? 놀랍게도 이 혹은 사막에서의 생존을 위해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캐나다의 나탈리아 리브친스키 박사는 2006, 2008, 2010년 세 번에 걸쳐 엘즈미어 섬에서 독특한 화석을 채집합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나무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후에 이것이 어느 큰 우제류의 다리뼈라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그리고 그 시대에 북미 대륙에 살았던 가장 큰 우제류는 다름 아닌 낙타였습니다.
낙타의 조상이 북미 대륙에 살았다는 것은 그 때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엘즈미어 섬에서 발견된 화석이 낙타의 화석이라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엘즈미어 섬은 캐나다에서도 가장 북쪽에 있는 섬들 중 하나로, 바로 옆에는 그린란드가 있을 정도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리브친스키 박사는 이 화석이 낙타의 것일 거라는 과감한 가설을 세웠고, 뒤에 이 뼈들로부터 콜라겐을 추출해 분석한 끝에 사실임이 밝혀졌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낙타의 혹이 생겨난 배경을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낙타의 혹은 사막에서의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북극에서의 생존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북미 대륙에 살던 낙타의 조상들이 350만 년 전 어떤 이유로 북쪽으로 이동하였고, 북극의 혹독한 겨울을 견디기 위해 지방을 저장할 수 있는 혹이 발달한 변이들이 살아 남았습니다. 이 혹을 가진 낙타들은 이후 베링해협을 건너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점차 남하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사막에 도착했을 때, 그들의 혹은 예상치 못한 혜택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발달한 혹이 오히려 무더운 사막에서 열량을 저장하는 데 완벽한 도구가 된 것입니다.
더 알아보기
유튜브 Zattwo ZVS, 낙타는 북극에서 왔습니다 (feat. 낙타의 혹) / 낙타와 물
Science Daily, Remains of extinct giant camel discovered in High Arctic
나무위키, 엘즈미어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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