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페퍼노트에서 은행나무가 사실은 멸종위기 종임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은행나무는 고생대 페름기부터 꿋꿋이 생존해 온 종으로, 그 친척뻘 되는 모든 종들이 멸종한 가운데 홀로 살아남았습니다. 수억 년을 버텨 온 만큼 '살아있는 화석'이라 할 수 있는 나무입니다.
오늘 소개드릴 메타세쿼이아 역시 공룡들의 시대부터 존재했던 나무로 살아있는 화석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어쩌면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이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종일 수도 있겠습니다. 화석을 통해 먼저 발견되었고 모두가 오래 전 멸종된 것으로 믿었는데 뒤늦게 살아 있음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1941년, 일본의 고식물학자 시게루 미키는 중생대의 측백나무과 식물 화석을 연구하던 도중 별도의 종으로 묶어야 할 잎의 형태를 발견합니다. 세쿼이아 나무와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그는 이 나무에 메타세쿼이아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메타세쿼이아 화석은 모두 1억 5천만 년 이상 된 것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일찍이 멸종한 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 중국의 간탁 교수도 쓰촨성에서 거대한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샘플을 채집하긴 했지만 시게루 미키의 발표를 알지도 못했고 자신의 발견을 발표하지도 않았습니다. 1943년에 공무원인 왕잔이 후베이성에서 다시 한 번 샘플을 채집했지만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역시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1946년이 되어서야 이 거대한 나무가 화석 속의 나무와 같은 종임이 확인되었습니다.
멸종한 줄 알았던 공룡이 갑자기 살아있는 모습으로 발견된다면 어떨까요? '쥬라기 공원'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설렘에 전 세계 어린이들과 공룡 매니아들의 심장이 빠르게 뛰지 않을까요? 메타세쿼이아의 발견은 식물학계에 이와 같은 흥분을 일으켰습니다.
발견 당시 이 나무는 중국에만 약 4,000그루 정도 남아있던 멸종 위기 종이었습니다. 발견 이후 메타세쿼이아의 씨앗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현재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메타세쿼이아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 나무들은 모두 저 4,000그루의 후손인 셈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메타세쿼이아가 1970년대부터 가로수로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구독자 님의 동네에서도 이 살아있는 화석을 만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메타세쿼이아는 보통 35m 정도 자란다고 하니 다음에 키 큰 나무를 보시면 한 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어쩌면 1억 년이 넘는 역사를 품은 나무와 마주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더 알아보기
페퍼노트, 인간이 없었으면 진작 멸종했을 아보카도?
Wikipedia, Metasequoia glyptostroboides
나무위키, 메타세쿼이아
아틀라스뉴스, 20세기 식물학의 최대 발견, 메타세콰이아
댓글 4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Rabiu
아니 방금 macOS Sequoia로 올리고 들어왔더니 이런 메일이..
페퍼노트 (1.58K)
오 이번에 이름이 세쿼이아인 줄 몰랐는데, 좋은 우연이 따랐네요
의견을 남겨주세요
Y
정말 낭만적이네요
페퍼노트 (1.58K)
유년기에 공룡에 빠지게 되는 이유가 이런 1억 년을 건너 뛴 낭만적 소통에 있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ㅎㅎ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