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미녀의 동전은 앞면이 나올 확률이 1/3일 수 있다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확률, '잠자는 미녀 문제'에 대해 알아 봅니다.

2025.03.30 | 조회 749 |
1
|
페퍼노트의 프로필 이미지

페퍼노트

당신의 삶에 양념 같은 지식을!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할 때 '그런 것'들을 전해 드립니다.

'몬티 홀 문제'는 워낙 유명한 문제라 따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몬티 홀 문제와 비슷한 '베르트랑의 상자 역설'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세 개의 상자가 있는데, 첫 번째 상자에는 금화 2개, 두 번째 상자에는 은화 2개, 세 번째 상자에는 금화 1개와 은화 1개가 들어 있습니다. 상자 하나를 무작위로 선택한 후 동전 하나를 꺼내보니 금화였습니다. 이 상자에서 다른 동전도 금화일 확률은 얼마일까요?

직관적으로는 1/2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남은 동전은 금화 아니면 은화일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답은 2/3입니다. 뽑은 금화는 첫 번째 상자의 첫 번째 금화, 첫 번째 상자의 두 번째 금화, 두 번째 상자의 금화 셋 중 하나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자가 첫 번째 상자였을 확률은 2/3이고, 따라서 나머지 동전도 금화일 확률은 2/3입니다.

확률은 곧잘 사람의 직관과는 다르게 움직입니다. 더군다나 몬티 홀 문제나 베르트랑의 상자 역설처럼 이미 어떤 일이 발생했다는 조건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더욱 헷갈립니다. 이렇게 너무나 헷갈려서 학자들 간에도 답이 무엇인지 의견이 갈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 어려움과는 달리 이름은 너무나 친숙한 동화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서 따온 '잠자는 미녀 문제'입니다.

문제는 이렇습니다:

  1. 미녀는 일요일에 실험의 모든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잠에 듭니다.
  2. 실험이 시작되면 동전을 던집니다. 미녀는 결과를 모릅니다.
  3. 동전이 앞면이 나오면, 미녀를 월요일에만 깨워 질문을 하고 다시 재웁니다.
  4. 동전이 뒷면이 나오면, 미녀를 월요일과 화요일 모두 깨워 질문을 합니다. 단, 월요일의 기억은 완전히 지워집니다.
  5. 미녀가 깨어날 때마다 묻는 질문은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얼마일까요?"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요? 1/2일까요, 1/3일까요?

철학자 데이비드 루이스를 비롯한 '하퍼(Halfer)'들은 확률이 1/2이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동전의 앞면이 나올 확률은 늘 1/2입니다. 미녀가 자든 깨든 춤을 추든 동전의 앞면이 나올 확률은 늘 1/2입니다. 미녀가 일요일에 실험 전에 "내일 던질 동전이 앞면이 나올 확률은?"이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당연히 1/2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미녀가 깨어났을 때에도 동전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얻지 못했으므로, 확률은 여전히 1/2입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루이스가 반박하기 앞서 논문에 이 문제를 실었던 애덤 엘가를 비롯한 '써더(Thirder)'들은 확률이 1/3이라 봅니다. 앞서 몬티 홀 문제나 베르트랑의 상자 역설과 같은 논리입니다. 미녀가 깨어났을 때 가능한 동전과 요일 조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앞면, 월요일): 동전이 앞면이 나와 월요일에 깨어난 경우
  2. (뒷면, 월요일): 동전이 뒷면이 나와 월요일에 깨어난 경우
  3. (뒷면, 화요일): 동전이 뒷면이 나와 화요일에 깨어난 경우

미녀에게 세 경우는 모두 동등하게 가능하므로, 각각의 확률은 1/3입니다. 그리고 앞면이 나온 경우는 세 가지 중 하나뿐이므로, 앞면이 나왔을 확률은 1/3입니다.

극단적으로 뒷면이 나왔을 때 미녀를 백만 번 깨우기로 했더라면, 오늘 자기가 일어난 건 동전이 앞면이 나와 한 번 깨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보단 뒷면이 나와 백만 번 깨운 것 중 한 번이라고 생각하는 게 합당해 보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입장 모두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험자 입장에서는 동전은 항상 1/2 확률로 앞면이 나옵니다. 하지만 미녀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깨어난 사실을 고려할 때 앞면일 확률이 1/3이 됩니다. 실험을 100번 반복한다면, 실험자는 앞면이 약 50번 나오는 것을 볼 것입니다. 하지만, 미녀는 평균적으로 150번 깨어나게 되며, 그중 50번은 앞면인 상태, 100번은 뒷면인 상태에서 깨어납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따라 두 답 모두 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우주의 스케일로 끌어 올리면 더욱 흥미로운 문제가 제기됩니다. 만약 우리가 시뮬레이션 우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 시뮬레이션 우주 속에도 시뮬레이션 우주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물음은 수십억 번 반복될 수 있습니다. 우주가 던진 동전이 앞면이 나왔을 때 시뮬레이션 우주는 만들어질 수 없고, 우주가 던진 동전이 뒷면이 나왔을 때에는 수십억 개의 중첩된 시뮬레이션 우주가 만들어진다면, 우리 우주는 시뮬레이션 우주가 없는 우주일까요, 수십 억 개의 시뮬레이션 우주 중 하나일까요?


더 알아보기

나무위키, 몬티 홀 문제
Wikipedia, Bertrand's box paradox
Wikipedia, Three prisoners problem: 수학적으로는 몬티 홀 문제와 다를 바가 없어 본문에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Veritasium, The Most Controversial Problem in Philosophy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페퍼노트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1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Mia의 프로필 이미지

    Mia

    1
    3 day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 2025 페퍼노트

당신의 삶에 양념 같은 지식을!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할 때 '그런 것'들을 전해 드립니다.

뉴스레터 문의pppr.note@gmail.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