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맞을 때 주사를 보고 맞는 편이신가요, 고개를 돌리고 맞는 편이신가요? 저는 멀뚱멀뚱 보면서 맞는 편입니다. 보고 있으면 주삿바늘은 관의 형태를 하고 있어서, 그 관으로 피가 뽑혀 나가기도 하고, 약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좀 신기합니다. 주삿바늘은 정말 가늘잖아요? 대체 어떤 드릴을 써야 거기에 구멍을 뚫을 수 있을까요? 레이저로 뚫는 걸까요?
정답은 간단합니다. 주삿바늘은 가는 바늘에 구멍을 뚫어서 만들지 않습니다. 굵은 관을 잡아당겨 가늘게 늘려서 만듭니다. 이런 제조 방법을 '튜브 인발(Tube drawing)'이라고 합니다.
튜브 인발 과정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 평평한 스테인리스 스틸 띠를 원통형으로 말아 용접합니다.
- 이 튜브를 점점 더 작은 구멍(다이)에 통과시키며 당깁니다.
- 한 번 당길 때마다 단면적이 25~45%씩 줄어듭니다.
- 원하는 굵기가 될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이 상온에서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이를 '냉간 가공'이라 합니다. 상식적으로 쇠를 가열해야 가공이 쉬울 것 같은데 왜 그럴까요? 냉간 가공을 할 경우에 재료의 강도와 경도가 더 높고 정밀한 치수와 매끈한 표면을 얻을 수 있어 주삿바늘을 만들기에 적합하다고 합니다.
주삿바늘의 굵기는 게이지(G)라는 단위로 표시합니다. 게이지 크기가 클 수록 오히려 가는 바늘을 가리킵니다. 이렇게 단위가 반대로 된 이유도 튜브 인발과 관련이 있습니다. 게이지라는 단위는 19세기 영국 버밍엄의 철사 공장에서 유래한 시스템입니다. 철사를 만들 때도 작은 구멍으로 당겨서 가늘게 만들었는데, 구멍을 통과할 때마다 숫자를 하나씩 더한 것이 게이지의 유래입니다. 즉 18G는 구멍을 18번 통과시킨 철사의 굵기입니다.
현대적인 속이 빈 주삿바늘은 1844년 아일랜드 의사 프란시스 린드가 발명했습니다. 주삿바늘이 발명되기 전에도 피부를 통해 약물을 체내에 투여하려는 시도는 있었습니다. 약물로 피부에 물집을 낸 뒤 표피를 제거해 약물을 바르거나, 메스에 약물을 묻혀 피부 아래에 찌르는 방식 등도 고안되었다고 합니다. 혹시 주사 맞는 게 너무 무섭게 느껴지시는 분들은, 메스로 찌르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보시면 좀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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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애요
와 며칠 전에 주사를 맞았는데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부분이네요 유익합니다
페퍼노트
감사합니다. 다음 번 주사 맞으실 때에는 몇 번 잡아당긴 바늘일지 상상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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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gnam
26G(가는 바늘), 21G(일반 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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