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음펨바 효과'에 대해 소개했던 페퍼노트가 있습니다. 찬 물보다 따뜻한 물이 빨리 어는 특이한 효과였습니다. 오늘도 일상에서 흔하게 확인할 수 있으면서 그 원리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 물리 현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름도 재밌는 '브라질 땅콩 효과'입니다.
통조림이나 플라스틱 통에 땅콩, 호두, 아몬드 등 여러 종류의 견과류를 섞어 파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다양한 맛의 견과류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었을 때 기대와 달리 다양한 견과류가 고르게 섞여 있지 않고, 위쪽에 알갱이가 커다란 브라질 땅콩만 잔뜩 올라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브라질 땅콩 효과라는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브라질 땅콩 효과란, 통 안에 다양한 크기의 알갱이들이 혼합돼 있을 때 통을 흔들면 섞여 있던 알갱이들이 나뉘어 커다란 알갱이는 위로 올라오고 작은 알갱이는 아래로 가라앉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카라멜콘과 땅콩'처럼 여러 종류의 알갱이로 구성된 과자나 시리얼 등을 먹을 때에 어쩐지 마지막에 가선 한 종류의 알갱이만 남는 것 같이 느껴지셨다면 브라질 땅콩 효과를 경험하신 것일 수 있습니다(아니면 편식하신 걸 수도 있고요.). 잡곡밥이나 커피 믹스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장난감 블록도 한 통에 담아두면, 작은 조각들이 자꾸 아래에 깔립니다. 레미콘은 Ready-Mixed Concrete에서 온 말인데, '미리 섞은(Ready-Mixed)' 콘크리트임에도 운반할 때 계속 섞어주고 있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굳는 것을 막기 위해서고, 2차적으로 굳는 것을 막았다 해도 계속 섞어주고 있지 않으면 차의 진동으로 인해 브라질 땅콩 효과가 발생하여 콘크리트를 구성하는 시멘트, 모래, 자갈 등이 층층이 분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주변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효과지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은 쉽지 않습니다. 커다란 알갱이가 위로 떠오른다는 것은 얼핏 직관에 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를 설명하는 가설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큰 알갱이 사이사이로 작은 알갱이가 떨어진다는 가설입니다. 통을 흔들 때 작은 알갱이들은 큰 알갱이 사이사이로 떨어지지만, 반대로 큰 알갱이가 작은 알갱이 사이로 떨어지긴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대류 현상 가설입니다. 알갱이들이 들어있는 통을 흔드는 모습을 MRI로 촬영해 보면, 통 가운데에 있는 알갱이들이 위로 올라가고 가장자리에 있는 알갱이들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자리의 아래로 내려가는 흐름은 가운데의 위로 올라가는 흐름에 비해 좁습니다. 이 때문에 한 번 위로 올라간 큰 알갱이들은 다시 내려가는 흐름을 타지 않고 그대로 위에 남습니다.
세번째는 알갱이들의 질량 차이로 인한 관성의 차이를 이유로 지목한 가설입니다. 더 큰 관성을 가진 알갱이가 작은 알갱이들을 뚫고 위로 올라가면, 그 틈을 작은 알갱이들이 채우게 되면서 큰 알갱이가 계속해서 위로 올라간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셋 모두 가설일 뿐, 아직 브라질 땅콩 효과를 완벽하게 설명해내지는 못합니다.
같이 볼 링크
위키피디아 브라질 땅콩 효과
유튜브 fyfluiddynamics 채널 The Brazil Nut Effect
Andrew Missel, The Brazil Nut and Reverse Brazil Nut Effects. 2005
브라질땅콩과 로또 그리고 지진. <KISTI의 과학향기> 제4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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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진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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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노트
안녕하세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는 듯하여 내용 일부를 쳐냈는데, 지나치게 쳐내서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세 가설 모두 어떤 조건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가설일 뿐 원리 규명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글에는 생략되었지만,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큰 입자가 아래로 가라앉는 '역 브라질 땅콩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8mm 유리구슬과 15mm 폴리프로필렌 구슬을 섞은 실험에선 브라질 땅콩 효과가 성립하지만 10mm 구리와 4mm 유리구슬을 섞은 실험에선 역 브라질 땅콩 효과가 관찰됐다고 합니다.) 글에 링크한 논문에는 두번째 가설을 근거하는 실험의 한계점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MRI 촬영까지 동반한 실험이긴 했지만 두 알갱이의 비율과 통의 모양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실험이어서 일반적인 현상에 대해 적용하기 무리가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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