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하면 떠오르는 배경은 아랍풍입니다. 특히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보았다면, 알라딘이 입는 옷, 자스민 공주가 사는 궁전, 요술 램프의 모양새 등 모든 게 아랍풍으로 그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알라딘 원전에서 그의 국적은 중국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알라딘은 '옛날 옛적 중국의 어느 마을에 알라딘이라는 소년이 살았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단, 설정만 중국으로 되어 있을 뿐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것이 중국과는 거리가 멉니다. 유럽인들이 오리엔탈리즘을 갖고 아랍을 신비롭게 묘사한 것처럼, 아랍인들도 오리엔탈리즘을 갖고 중국을 신비롭게 묘사했던 듯 합니다. 비슷하게도 중세 페르시아의 서사시 쿠시나메에는 페르시아의 동맹으로 타이후르 국왕이 다스리는 6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 '신라'가 등장합니다.
'금도끼 은도끼'의 나무꾼과 산신령의 국적은 그리스입니다. 이 이야기의 원제는 '나무꾼과 헤르메스'로 이솝 우화에 수록돼 있습니다. 우리에겐 나무꾼이 연못에 도끼를 빠뜨려서 산신령이 찾아주는 것으로 익숙하지만, 사실은 강에 도끼를 빠뜨려서 헤르메스가 찾아주는 이야기입니다.
별주부전은 한국의 이야기가 맞습니다만, 이 이야기의 뿌리를 찾아 보자면 인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의 문헌에서 토끼가 꾀를 내 도망치는 이야기가 최초로 수록된 건 '삼국사기'입니다. 꽤나 근본 있는 이야기로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이야기가 인도의 '자타카'에 실려 있는데, 자타카는 석가모니의 전생을 다룬 책으로 기원전 3세기부터는 인도의 민간 설화까지도 흡수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토끼와 자라가 아닙니다. 악어 또는 용왕의 아내가 원숭이의 심장을 먹고 싶어 하는데, 원숭이가 심장을 나무에 걸어 두고 왔다고 말해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이 이야기가 인도로부터 불교 문화와 함께 중국으로 들어온 뒤, 한국으로 들어와 판소리화했을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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