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교시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 PR 담당자를 불러야 할까요?"

'무엇을 말할지' 정한 뒤가 아니라, '어떻게 결정할지' 고민할 때부터입니다

2026.09.21 | 조회 86 |

👩🏻‍🏫 오늘 수업 시작합니다

회사에 문제가 생겼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대표와 관련 부서가 모여 회의를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법무 검토도 받고,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합니다.

어느 정도 결론이 나면 홍보 담당자를 부릅니다.

"이렇게 대응하기로 했으니 입장문을 작성해주세요."

그런데 이야기를 듣자마자 홍보 담당자에게는 걱정되는 부분이 보입니다.

"이렇게 발표하면 기자들은 이 부분을 물어볼 것 같은데요."

"이 내용은 고객이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직원들에게 먼저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미 대응 방향은 결정됐습니다. 이 단계에서 홍보 담당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결정된 내용을 최대한 잘 정리해서 전달하는 것뿐입니다.

PR 담당자는 언제 불러야 할까요?

입장문이 필요할 때일까요. 아니면 회사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할 때일까요.

PR은 이미 벌어진 일을 설명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회사 안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함께 살펴보는 역할도 필요합니다.

PR 담당자가 따로 없는 회사라면, 대표나 의사결정권자가 그 역할을 대신 맡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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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R 담당자는 '무엇을 말할지' 정한 뒤에만 필요한 사람이 아닙니다

많은 회사에서 PR 담당자는 결정된 내용을 전달하는 단계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신제품을 출시하기로 했다면 보도자료를 쓰고, 투자를 유치했다면 관련 자료를 만들고, 문제가 생겼다면 입장문을 작성합니다.

물론 이것도 중요한 PR 업무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중요한 결정일수록 '어떻게 알릴 것인가'보다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경영진에게는 합리적인 결정이라도 고객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결정이라도 기자에게는 새로운 질문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직원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결정이 외부 기사를 통해 먼저 알려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모든 결정이 끝난 뒤에 발견하면 바꿀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이미 결정한 내용을 어떻게 표현할지만 고민하는 것과, 결정 과정에서부터

"이렇게 결정하면 회사 안팎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를 함께 고민하는 것은 다릅니다.

그래서 중요한 의사결정일수록 PR 담당자가 조금 더 일찍 들어올 필요가 있습니다.

 


2️⃣ PR은 회사 안과 밖을 함께 봅니다

회사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각 부서는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법무는 법적 위험을 봅니다. 재무는 비용과 숫자를 봅니다. 사업부는 사업과 고객에 미칠 영향을 봅니다. HR은 직원과 조직에 미칠 영향을 봅니다.

PR은 여기서 한 가지를 더 봅니다. 이 결정이 회사 안팎의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함께 보는 것입니다.

기자는 무엇을 궁금해할지, 고객은 무엇을 걱정할지, 직원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지, 투자자와 파트너에게는 어떤 신호가 될지를 살펴봅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이용률이 낮은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사업적으로는 합리적인 결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고객에게는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직원들에게는 사업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자는 "사업 축소인가요?"라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비스 종료 여부만 결정할 것이 아니라 언제 알릴지, 누구에게 먼저 설명할지, 기존 고객에게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 외부에는 어떤 맥락으로 설명할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문제를 살펴보다 보면 결정의 내용뿐 아니라 실행하는 순서와 방식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PR이 마지막 전달 단계에만 머물러서는 아쉬운 이유입니다.

 


3️⃣ PR이 일찍 들어와야 하는 것은 위기 상황만이 아닙니다

PR이 의사결정 과정에 조금 더 일찍 참여해야 하는 순간은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만이 아닙니다.

새로운 사업이나 서비스를 시작할 때, 기존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크게 변경할 때, 가격 정책을 바꿀 때, 중요한 파트너십을 시작하거나 종료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직 개편이나 중요한 인사 변화, 투자나 M&A처럼 회사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사 안에서는 각각 사업, 재무, 인사 등의 의사결정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정이 고객과 직원, 시장에 알려지는 순간에는 모두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됩니다.

그렇다고 PR 담당자가 회사의 모든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회사의 신뢰와 평판, 주요 이해관계자의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이라면 PR 관점에서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검토는 결정이 끝난 뒤가 아니라, 방향을 고민하는 단계에서 이뤄질 때 의미가 있습니다. 

 


4️⃣ 사업을 아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합니다

제59교시에서 PR 담당자는 사업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회사가 무엇으로 돈을 버는지, 어떤 고객이 중요한지, 지금 어떤 시장을 보고 있는지 알아야 무엇을 알리고 무엇을 먼저 이야기할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업을 이해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PR이 할 수 있는 일이 달라집니다.

"이 내용을 어떻게 발표할까요?"만 묻는 것이 아니라,

"이 결정은 지금 발표하는 것이 맞을까요?"

"이전에 알린 내용과 어긋나 보이지는 않을까요?"

"핵심 고객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시장에서는 사업 방향이 바뀌었다고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사업을 이해하는 이유가 알릴 거리를 잘 찾기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 이해를 바탕으로, 회사가 중요한 판단을 내릴 때 커뮤니케이션 관점의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PR이 조직 안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려면, 여기까지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5️⃣ 저는 이런 역할을 'PRBP'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이 역할을, 저는 PRBP(PR Business Partner)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PR 역할을 고민하면서 제가 만든 개념입니다.

HRBP(HR Business Partner)가 사업과 조직을 이해하고 사람과 조직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듯, PRBP는 사업을 이해하고 회사의 중요한 결정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함께 고민하는 역할입니다.

결정된 내용을 알리는 사람을 넘어,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관점으로 함께 판단하는 비즈니스 파트너.

앞으로 PR 담당자들이 조직 안에서 이런 역할을 더 많이 맡았으면 합니다. 저 역시 PRBP가 실제 기업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구체화해보려고 합니다.

 


🙋🏻Q&A

Q. 그렇다면 PR 담당자가 경영진 회의에 항상 참석해야 하나요?

항상 참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회의에 PR을 참여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결정에 PR 관점이 필요한지를 조직이 미리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 기준이 공유돼 있으면, 필요한 순간에 PR을 부르는 판단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Q. 법무팀에서 검토하면 PR 검토까지 꼭 필요한가요?

보는 기준이 다릅니다. 법무가 법적 위험과 책임을 검토한다면, PR은 같은 결정이 회사 안과 밖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어떤 질문을 만들지를 봅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과 사람들이 그 결정을 납득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이슈일수록 두 관점을 함께 보는 것이 좋습니다.

Q. 작은 회사에는 PR 담당자가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담 인력이 없다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대표나 의사결정권자가 한 가지 질문을 추가해보세요.

"이 결정이 회사 안팎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고객, 직원, 투자자, 파트너, 기자의 입장에서 각각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놓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중요한 이슈에 한해 외부 PR 전문가에게 결정 단계에서 의견을 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PR 한 줄 팁

PR 담당자를 '무엇을 말할지' 정한 뒤에 부르지 마세요. '어떻게 결정할지' 고민할 때부터 함께하세요.

 


 

오늘랩 이정임 대표는 국내 1호 PRBP(PR Business Partner) 이자 20년 경력 PR·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입니다. 오늘랩은 홍보팀이 없는 스타트업과 성장기 기업의 외부 홍보팀장(Fractional PR Lead) 서비스로, 대표·임직원 인터뷰를 통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진단부터 홍보 전략, 언론홍보·콘텐츠·SEO 실행까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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