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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REPORT "2025년 11월에 본 것"

일 하다 눈이 가는 소식을 큐레이션해서 공유합니다

2025.12.03 | 조회 9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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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BUSBA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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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버스백맨

🕵🏻 매달 1번 받아보는 UX 리서처의 생각

INDEX

  • Intro
  • 그 많던 도넛🍩은 누가 다 먹었을까? (feat. 🥯 베이글)
  • COFFE LOVERS HERE ☕️
  •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바라보는 불편한 마음
  • 우린 정말 사용자를 위하고 있을까? (feat. TREVARI)
  • 플리토에 관한 흥미로운 5가지 사실
  • 2026 Product-Design-Research 컨퍼런스 총정리
  • 『내일을 위한 역사』 책나눔 이벤트 📚
  • Outro

 


 

12월 1일, ChatGPT가 세상에 나온지 3년이 되었습니다. GPT는 일상에 스며들었고, 최근 나노 바나나는 디자인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한 물음을 갖게 만듭니다. 그러다 트위터(X)에서 흥미로운 글을 발견했습니다. 무심한(안좋은 UI) 디자인을 AI에게 다시 디자인해달라고 의뢰했다는 김슬(@lexifdev)님의 트윗이었습니다. 아래 그림의 왼쪽이 원래 디자인, 오른쪽이 AI가 바꾼 디자인입니다. 구독자님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왼쪽 오리지널 비데 리모컨 디자인, 오른쪽 AI가 바꾼 디자인 ©김슬 님
왼쪽 오리지널 비데 리모컨 디자인, 오른쪽 AI가 바꾼 디자인 ©김슬 님

 

이렇게 AI를 활용해 "더 나은 디자인으로 개선해 줘"라는 물음은 아주 유용합니다.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며 놓치고 있는 부분을 한번 더 점검할 수 있고, 디자인 솔루션 중 최적의 것을 찾아가는 과정에 단서를 제공하니까요. 처음에 저는 이 트윗의 오른쪽 이미지를 보고 처음엔 좋아진 건가 싶다가 이내 어색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3가지 의아한 점이 있더라고요. 이런 의아한 점이 없으려면 상당히 많은 학습이 필요합니다. "AI로 못 한다"라기보다는,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만드는 일에는 맥락이 필요합니다.

 

1️⃣ 누구의 시선인가?

 

앉은 사람의 입장에서 봐야 하는 버튼의 텍스트와 아이콘이 이미지를 화면으로 보는 사람 입장에서 개선된 것은 사용자에게 유용하지 않습니다. 노즐 위치는 심지어 반대로 작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죠.

 

2️⃣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가?'

 

세정'과 '비데'의 차이가 뭐지? (여전히 어렵습니다) 왜 이 버튼은 가장 큰데 아이콘이 없지? '어린이' 버튼을 누르면 '어린이'가 되는 건가? 생각하게 만드는 버튼은 사용성을 저해합니다.

 

3️⃣ 주변 맥락에 잘 어울리는가?

 

화장실 비데 리모컨은 변기 옆에 달려 있으니 폼팩터는 좁고 긴 것이 맥락에 어울립니다. 혹은 무선통신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벽면에 부착해 화장실 공간을 덜 차지하는 것이 유용합니다. 가로 폭이 크게 늘어나고 여백이 많은 비데 리모컨 디자인은 맥락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3가지 제약을 넣었다면 어땠을까요? 맥락을 고려해 사용자에게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무엇이 더 강조되어야 하는지 디자인 솔루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게 AI가 스며들어도 UX 하는 사람에게 여전히 중요한 역할인 것 같습니다. 우선순위에 그리고는 없을 테니까요. 이 역할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 부르든, AI UX 디자인이라 부르든 본질은 동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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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많던 도넛은 누가 다 먹었을까? (feat. 베이글)

 

한때 노티드, 올드페리 등 도넛이 인기였습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지만, 논란 속에도 런던베이글뮤지엄 앞의 대규모 인파와 교통도 불편한 한남동 코끼리베이글 앞의 불법주정차가 12월에도 여전한 걸 보면 도넛과 베이글 사이의 차이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브랜드의 차이일까? 창업자의 영향력일까? 아니면 마케팅일까요? 이에 대해 잘 분석한 글이 있어 살펴보고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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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글은 되고 도넛은 안 되는 이유?

 

1️⃣ '플랫폼'으로서의 성격을 가진 베이글

 

베이글은 도넛과 달리 미완성품입니다. 도넛은 잼도 크림도 안에 들어 있지만 베이글은 직접 발라먹는 경험을 통해 맛의 경험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베이글이 가지각색으로 만들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크림치즈를 꾸덕하게 발라먹으면 더 맛있어집니다. THE SOURCE LAB의 발행인 이안 님은 '면도기와 면도날(Razor & Blade)' 모델로 이 차이를 설명하는데요. (질레트와 같은 면도기 회사, 프린터는 싸게 팔고 잉크 카트리지는 비싸게 파는 기업, 네스프레소와 같이 본체와 소모품을 파는 기업 모두 유사한 전략을 펼칩니다)

 

  • 면도기(= 베이글):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용도로 '미끼'이며 적당한 가격에 판매합니다. 고객의 구매 장벽을 낮추면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서 핵심 제품인 면도기는 저렴하게 또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파는 전략입니다.
  • 면도날(= 크림치즈): 이익을 책임지는 '고마진 상품'입니다. 공수는 적은데 비싸게 판매합니다. 핵심 제품에 호환되며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소모품에는 높은 마진을 붙여서 판매합니다.

 

실제로 베이글을 5,000원에 1개 구매하고 자연스럽게 크림치즈를 하나 구매하면 객단가는 2배 이상 높아집니다.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조합으로 구매한 것 같으니 기분이 좋은데, 사장님 입장에서는 객단가를 높이는 거죠. 도넛은 1개 팔 때 베이글은 2개씩 파는 격입니다.

 

2️⃣ 냉동실에서 재고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베이글

 

발뮤다가 최근 적자로 허덕인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죽은 빵도 살리는 마법의 오븐으로 유명한 발뮤다는 빼어난 제품 디자인과 타협하지 않는 기술력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고가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악화되고 스마트폰 시장 진출이 실패한 탓에 24년 간신히 흑자에 전환했지만 25년 다시 적자로 돌아서며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베이글 이야기를 해보면 도넛과 달리 맛을 상향평준화 할 수 있는 냉동보관이 가능합니다. 프랜차이즈나 매장을 확장할 때 중요한 게 베이커리의 품질입니다. 도넛은 튀김이고, 베이글은 냉동인데 통일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보면 베이글이 유리한 거죠.

 

이안 님의 분석을 인용하면 도넛은 튀김이오, 베이글은 냉동식품입니다.

 

  • 🍩 도넛(=튀김): 기름에 튀기는 건 정말 까다롭습니다. 날씨, 습도, 튀기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죠. 미리 만들어두면 금방 눅눅해져서 재고 관리가 어렵습니다. 도넛을 냉동했다 발뮤다 오븐에 다시 넣더라도 식빵이나 크로아상과 달리 유분과 잼, 크림 등 으로 인해 기적이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 🥯 베이글(=냉동): 반면 베이글은 '냉동'이 됩니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반죽을 만들어 얼려서 각 매장으로 보내면 끝입니다. 매장에서는 오븐에 굽기만 하면 되죠. 비교적 맛을 괜찮게 유지할 수 있고 재고관리가 편리합니다. 팔릴 만큼만 해동해서 구우면 되니까요!

 

여기서 핵심은 "도넛은 냉동이 된다"가 곧 "재고 손실이 거의 없다"라는 점입니다. 매장 운영의 난이도를 훨씬 낮추는 것이죠. 품질관리와 재고관리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건 베이글입니다.

 

3️⃣ 마케팅을 잘 해서 처음에 유명해졌지만, 마케팅을 못해서 사라졌다

 

런던베이글뮤지엄과 노티드의 차이는 마케팅에서도 도드라집니다. 노티드가 뜨면서 강력한 경쟁업체들이 등장했습니다. 올드페리, 랜디스가 대표적이죠. 그런데 GFCC는 이때 매장을 늘리는 전략을 택합니다. 노티드는 도넛을 던킨처럼 만들지 않습니다. 수제로 만들기 때문에 퀄리티 컨트롤이 경쟁력이었고 태생적으로 제품 공급이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매장을 급격히 늘리면 퀄리티가 떨어지기 마련이고 기존 고객들의 불만도 늘어났습니다. 저도 그러한 고객 중 하나였고요. 오히려 다른 지점에서는 공격적인 팝업을 하면서 본점에 줄을 서게 만드는 전략이 필요했을 겁니다.

 

도산공원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희소성 있는 도넛이 이젠 곳곳에서, 심지어 쿠팡이츠에서도 배달시켜 먹을 수 있게 되자 브랜드 파워도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GS25 편의점에서 2+1 판매하는 제품에 노티드 로고가 보이는 걸 보면 희소성이 사라진 브랜드에 줄을 서서 먹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정무적 감각이 사라진 마케팅 콜라보도 문제였습니다. GS25와 협업해서 만든 음료는 남양유업 제품을 사용해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빵은 SPC 삼립과 콜라보를 하며 "남양에 SPC?"라는 웃지 못할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작성하는데 참고한 트윗을 보면 노티드는 '실패한 마케팅의 집합소'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트렌드라는 건 번쩍이는 것 같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비즈니스 구조와 소비자 특성에 기인합니다. 이미 펼쳐진 결과를 바라보면서 분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발 나아가려면 스스로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면 됩니다.

1. 저마진 메인 제품(베이글, 면도기)과 고마진 서브 제품(크림치즈나 잼, 면도날)을 MIX 하고 있는가?
2. 재고관리가 용이해서 쉽게 확장할 수 있는 제품인가?
3. 희소성(소비자의 욕망)을 유지하는 확장 전략을 유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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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 LOVERS HERE

'도넛'에도 '베이글'에도 빠질 수 없는 스페셜티 커피를 함께 즐기는 이벤트 ☕️

 

첨부 이미지

 

구독자님, 혹시 커피 좋아하세요? 밝고 선명한 스페셜티커피를 지향하는 브랜드 '클라리멘토'와 함께 하는 구독자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클라리멘토는 제가 작년에 '에피소드 용산 241'을 만드는 과정에서 협업했던 로스터리인데요.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중에서도 제 입맛에 잘 맞아 개인적으로도 종종 이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신사 가로수길 캔버스랩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협업을 이어가는 중인데요. 좋은 건 함께 즐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구독자 5분을 선정해 '스페셜티 드립백'과 '굿즈'를 선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이벤트 참여 방법 ]

 

  • 레드버스백맨 DM으로 간단한 신청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 12월 10일(수) 총 5분을 선정해 DM과 뉴스레터 댓글로 안내드리겠습니다.

 

 


 

#2.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바라보는 마음

 

개인정보 유출은 반복되는 문제입니다. 1위 통신사도 해킹당하는데 무슨 도리가 있을까? 싶지만 그런데 말입니다. 이게 반복되다 보니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심각성을 인식한다는 건 이미 그 시점에 많은 것들을 잃거나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개인정보야 너는 나보다 더 많은 세계여행을 하는구나~"라며 웃어넘기더라도 심각하게 바라보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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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App과 Web 배너로 게시한 사과문을 살펴보고 분석해 보겠습니다. 이번 사고로 쿠팡 3,370만 개 계정의 정보가 유출되었습니다. 2025년 11월 MAU가 약 3,400만 명이라고 하니 사실상 대부분의 이용자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상황입니다. 해킹이 아니라 내부자가 탈취한 사건이라는 점도 이번 사건에 관심이 집중되는 배경입니다. 실거주 주소공동현관 비밀번호, 개인통관고유부호이름휴대전화 번호까지 유출된 사고의 심각성에 비해 쿠팡의 조치는 글쎄요.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표현이 무색해집니다.

 

쿠팡 사과문 (2025.12.01) App 화면 캡처 ©REDBUSBAGMAN
쿠팡 사과문 (2025.12.01) App 화면 캡처 ©REDBUSBAGMAN

 

잘못 하나. 자연재해처럼 포장하는 태도

 

쿠팡의 '최근 사고'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단 접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어디에도 '유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누가 허락 없이 몰래 잠깐 보고 같다는 뉘앙스를 보이고 있지만 엄연히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고입니다. 게다가 피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상'하겠다는 의지나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표현도 없습니다.

 

잘못 둘. 사용자를 기만하기 위해 어려운 표현으로 워싱한 단어

 

불편한 단어 대신 어려운 단어를 사용합니다. "내부자 소행"이나 "직원의 유출" 대신 "비인가 조회"라는 기술적인 표현을 사용해서 큰 일이 아닌 것처럼 표현합니다. "접근이 발생했다"라는 표현으로 마치 불가피한 자연재해를 겪은 것처럼 표현하지만 보안관리체계의 안일함에서 생긴 내부의 문제이므로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불가항력적인 사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특정 주문 정보'가 유출되었다고 하는데 어떤 항목이 포함되고, 어떤 기간인지에 대해서도 불명확합니다.

 

잘못 셋. 잘못과 대책을 강조해야 하는데 안전한 것을 강조한 프레이밍

 

노출된 정보의 심각성 대신 노출되지 않은 정보를 부각합니다. "결제 정보, 신용카드 정보, 고객 로그인 정보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라며 중요한 건 안전하다는 프레임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사실 고객의 이름, 전화번호, 실제 물건을 받은 주소(실거주지, 가족의 주소 등)가 유출된 거라면 그 자체로 충분히 보이스피싱이나 스토킹에 쓰일 수 있는 심각한 정보가 유출된 사건입니다.

 

잘못 넷.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공공/정부기관을 언급하며 별 문제가 없다며 사안을 축소하려는 태도

 

과기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 경찰청 등과 긴밀히 협력한다고 하며 "우리는 투명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법적 문제가 없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보입니다. 하지만 현재 쿠팡의 개인정보유출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중이며 정부의 처분도 내려지기 전 상황입니다. 책임을 지는 태도라면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며 "진행사항을 지체 없이 공유하겠다"라는 문구가 필요합니다.

 

잘못 다섯. 지연된 사과에 FAQ에서도 빠진 구체적인 사건 개요와 절차

 

심지어 6월 24일 발생한 사고를 11월 말에 처리하는 상황입니다. 약 5개월 간 어떤 조치를 수행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설명도 없습니다. 게다가 SMS는 쿠팡의 대표번호로 전달해서 배송지연, 배송알림, 주문알림 등에 섞여버립니다.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문자입니다. Web에서는 상단 좁은 배너로 사과문을 보여주는 방식도 기만적 패턴에 가깝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영역(가장 비싼 광고구좌)은 포기하지 않았고, 흔히 사용하는 팝업 노출도 선택하지도 않았습니다.

 

잘못 여섯. "나도 대상자야?"를 직접 확인해야만 알 수 있는 이원화 전략

 

쿠팡 개인정보 노출에 따른 사과문 ©REDBUSBAGMAN
쿠팡 개인정보 노출에 따른 사과문 ©REDBUSBAGMAN
쿠팡 개인정보 노출에 따른 사과문으로 제공된 FAQ 화면 ©REDBUSBAGMAN
쿠팡 개인정보 노출에 따른 사과문으로 제공된 FAQ 화면 ©REDBUSBAGMAN

 

문자의 FAQ 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한 첫 번째 메뉴는 더 심각합니다. 이 문자를 받은 사람은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람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제목에는 "쿠팡 개인정보 노출 통지"라고 쓰여있습니다. 교묘하게 문자를 받은 사람들에게 "내 정보가 노출되었다는 건가?", "개인정보 노출사고가 있었다는 건가?" 생각하게 만듭니다. FAQ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첫 메뉴는 "000님의 개인정보가 노출되었기에 이 문자를 보내드립니다"라는 내용을 SMS에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쿠팡 개인정보 노출사고의 대상자라면 최소한 이렇게 해주세요 1️⃣ 쿠팡 비밀번호 업데이트 2️⃣ 쿠팡 App [설정]-[내정보관리]-[보안 및 로그인]에서 로그인 기록 확인 후 이상정보 확인 -> 캡처 후 쿠팡, 경찰청 신고 3️⃣ 공동주택인 경우 관리실 또는 직접 공동현관 비밀번호 업데이트 4️⃣ 로켓직구 이용내역이 있다면 '개인통관고유부호' 재발급 (관세청 유니패스) 5️⃣ 기존에 쿠팡(coupay)에 등록해 둔 결제카드 모두 삭제 후 재등록

 

6가지 잘못을 적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조직에 불리한 정보는 숨기고 심각해 보이는 단어는 기술적 단어로 워싱하는 것이 사과문을 쓰는 입장에서는 테크닉일 수 있습니다. 다행히 2025년 대한민국 소비자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최근 연달아 쿠팡 캠프에서 벌어진 노동자 사망사고도 대관 기능이 강력한 쿠팡에게도 악재입니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참된 가치를 지키려면 잘못된 건 깔끔하게 사과해야 합니다. 쿠팡에서 함께 일했던 좋은 동료들도 이런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목소리를 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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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린 정말 사용자를 위하고 있을까?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북클럽을 시작한 지 3년 차가 되었습니다. 시즌 1, 2를 함께 했던 민지 님은 "시즌 10까지 진행하시죠"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요. 그땐 속으로 "무슨 10번의 시즌이야, 그럼 40개월인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될 것만 같습니다. 이번에도 시작하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멤버들과 같은 책을 두고 나누는 지적 대화는 제 편향을 경계하는데 아주 유효하다는 생각과, 안전하고 잔잔하면서도 단단한 모임을 만들고 싶은 고집이 그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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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업이 '사용자'를 말하고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정말 모든 기업이 사용자의 더 나은 경험을 우선하고 있을까요? 글쎄요. 그렇다면 UX 리서처가 있는 기업에서 만든 서비스마다 왜 뻔뻔한 기만적 패턴이 있으며, 멤버십을 해지하려고 하면 화부터 나는 걸까요? 단기적으로 비즈니스에 이득이 되는 것들에 집중하느라 정작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경험하는 불편함, 불쾌감, 기시감을 외면하는 건 아닐까요?

 

정말 사랑받는 서비스, 브랜드, 콘텐츠를 가만히 관찰해 보면 돈이 더 된다고 해서 모든 것을 하지는 않습니다. 타협하지 않고 지켜가는 선이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수익에 손실을 주더라도 그런 결정을 할 때 비로소 소비자가 재구매 고객, 단골, 팬이 됩니다. 사용자 경험은 사진이 아닌 동영상처럼 잠깐의 좋은 순간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경험재는 '여행'과 같아서 출국부터 귀국까지의 여정이 탄탄해야만 합니다.

 

커머스나 금융으로 대표되는 애플리케이션만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사랑받는 콘텐츠, 사랑받는 공간, 사용자의 마음, 비즈니스 의사결정의 생리까지 일과 삶에서 체감하는 에피소드를 화두로 토론하겠습니다. 더 유용하고 더 쓰기 쉬운 것들의 본질을 들여다보면서 사용자 경험과 리서치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7에서 함께 읽을 4권의 책 📚 ]

 

1️⃣ 박소령, 『실패를 통과하는 일』

 

콘텐츠 스타트업 퍼블리(PUBLY) 창업자 박소령 님이 10년 간 쓴 사업 노트를 이번 시즌 첫 번째 책으로 골랐습니다. 빅테크 출신, 유니콘 합격자의 취업 비결과 포트폴리오가 넘쳐나는 시대. 이 책은 성공담이라기보다는 실패담에 가깝고 그래서 화려하기보다는 은은하며 머리 보다 마음에 와닿습니다.

 

"콘텐츠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창업한 사업가가 10년 동안 쓴 사업 노트를 두고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은 화려함 대신 어떤 것들을 고민하고 또 기록해 가야 할까요? 첫 모임에서는 실패와 흔들림 앞에 묵묵히 나아가는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다음 책도 있을 테니까요.

 

발제문에는 <리서치 하는데요> 멤버를 위한 '저자의 사적인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2️⃣ 애니 장바티스트, 『구글은 어떻게 디자인하는가』

 

다른 클럽에 비해 <리서치 하는데요>를 시작으로 트레바리를 처음 경험하시는 분들이 많은 편입니다. 트레바리 모임에 처음 참석하는 분들은 "나만 빼고 다들 친한 상태라 부담스러울 것 같다"라는 느낌을 이겨내고 아지트를 처음 찾을 때가 많습니다. 서비스도 비슷합니다. 나를 환영하지 않는 것 같다거나, 내가 이야기한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한 메뉴나 화면은 실망에서 시작해 분노, 좌절, 이탈로 이어지곤 합니다. 포용적 디자인은 실제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도덕적 담론에 그치는 것인지 구글의 인클루시브 디자인을 통해 함께 살펴볼까요?

 

3️⃣ 김겨울, 『책의 말들』

 

책도 영상으로 보고, 그나마 영상도 2.0배속으로 100% 더 빠르게 소비하는 시대. 경험의 멸종 시대에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놓치면 안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AI 도구를 잘 활용하는 하드 스킬 보다 독서모임에서만 나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런 물음에 대해 함께 답을 찾아볼까요? 여기엔 이런 문장들이 있습니다.

 

  • "그러나 비효율이 곧 우리가 삶을 버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힘임을, 더 나아가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힘임을 경청하는 이들은 안다."
  • "읽을 책을 고르는 일은 어떤 사람이 될지를 고르는 일과 비슷하다."
  • "나보다 먼저 시행착오를 거친 사람의 존재란 얼마나 소중한지."

 

4️⃣ 찰스 틸리, 『왜의 쓸모』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은 표면과 근본을 구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냥 그렇다"라거나 "원래 그렇다"라는 것으로는 원인을 찾을 수 없고 이것으로도 충분한 수준의 경험을 설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옳은 말만 하는 사람에게 불편해지는 것은 왜 그럴까요?

 

저자는 상황과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상호작용 너머의 관습과 이야기, 코드와 학술적 논고를 이야기합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개인적 수준의 경험에 스며든 더 큰 상호작용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까요?

 

 


 

#4. 플리토에 관한 흥미로운 5가지 사실

 

폴인에서 흥미로운 '플리토' 콘텐츠를 보고 5가지로 요약했습니다. 번역을 의뢰하는 플랫폼으로 생각했던 플리토는 사실 데이터 판매로 비즈니스 변곡점을 맞이했고 아주 오래전부터 데이터 매출을 하나의 사업으로 가져가고 있었습니다. APEC에서 통역사를 대신해 플리토의 솔루션이 다국어 소통을 원활하게 제공하기도 했을 만큼 일상에 스며든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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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PEC CEO 서밋 코리아 2025(세계지식포럼)에 통역사 대신 플리토 '라이브 트랜스레이션' 솔루션이 쓰였다

 

2️⃣ 회사의 매출 80%는 AI 언어 데이터 판매에서 나온다

 

3️⃣ 번역 과제를 수행하고 리워드를 받는 플랫폼에서 1,400만 명이 활동하며 데이터가 생성된다

 

4️⃣ 데이터 판매는 이미 8년 전, 2017년부터 시작했다. 당시 매출은 2천만 원이었다

 

5️⃣ 5개 분기 연속 흑자로 누적 영업이익은 54억 원을 기록했다

 

폴인 3줄 요약 1️⃣ 국제 컨퍼런스에서 통역사 자리가 사라졌어요. 고유명사와 발음까지 학습한 특화 모델로 완벽에 가까운 번역을 구현한 플리토의 AI 번역 서비스가 그 자리를 대신했죠. 2️⃣ 플리토의 핵심 사업은 사실 데이터 판매입니다. 10년간 쌓은 언어 데이터를 정제·판매하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AI 학습을 지원해요. 3️⃣ 창업자인 이정수 대표는 언어 장벽을 허물고,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기회를 누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5. 2026 Product-Design-Research 컨퍼런스 총정리

 

2026년 글로벌 UX 컨퍼런스 일정을 살펴보시고 미리 계획할 수 있는 자료를 공유합니다. 아래 리스트는 User Interviews에서 큐레이션한 내용(2025년 11월 21일 업데이트)을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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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아티클에서 소개한 24개 주요 컨퍼런스의 일정, 공식 홈페이지, 최저 시작가, 학생 할인 여부를 포함해 표로 정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심 있게 보고 참가할 계획인 3곳도 하이라이트 해두었습니다.

 

1️⃣ Config

 

Figma가 주최하는 어쩌면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컨퍼런스입니다. 지난 7월 상장 후 첫 Config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한데요. 8,000명 이상의 디자이너, 개발자, 제품 리더들이 모여 디자인과 개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 상황에서 실용적인 업무 방식과 AI 기능 적용이 UX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좋습니다.

 

2️⃣ UXPA International

 

가장 오래된 UX 전문 협회인 UXPA(User Experience Professionals Association)에서 주최하는 국제 컨퍼런스입니다. 워크숍부터 키노트, 패널까지 4일간 진행되며, UX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의 근본적인 질문과 글로벌 트렌드를 깊이 있게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다소 학술적인 분위기이지만 UX 업계 종사자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근본적인 주제들을 되짚어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3️⃣ The Quirk’s Event

 

마켓 리서치와 UX 리서치의 경계가 모호해진 상황에서 참고하기 좋은 마켓 리서치 컨퍼런스입니다. 30분 단위의 간결한 세션과 판매성 발언이 적은 환경이 특징입니다. 개인 티켓 가격이 $149부터라 가격 부담이 적은 편입니다.

 


 

출판사와 함께 하는 책나눔 이벤트 📚

 

인류가 직면한 위기에 대한 답은 어쩌면 역사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더퀘스트
인류가 직면한 위기에 대한 답은 어쩌면 역사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더퀘스트

 

이번 달에는 더퀘스트와 함께 로면 크르즈나락의 『내일을 위한 역사』 책나눔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자원고갈, 소비주의, 양극화. 우리가 2025년에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이 과거에도 존재하지 않았을까요? 과거가 오늘을, 미래를 구원한다는 믿음처럼 역사를 통해 과거와 미래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기 좋은 인문학서입니다. 이 책을 함께 읽고 싶은 뉴스레터 구독자분들은 인스타그램 @redbusbagman을 팔로우하신 후 DM으로 간단한 신청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12월 10일(수) 총 5분을 선정해 DM과 뉴스레터 댓글로 안내드리겠습니다.

 


 

작년 이맘때 적었던 글을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기록하기 위해서 쓴다는 말도, 잊지 않기 위해서 기록한다는 것도 맞는 것 같습니다. % name%님께서 12월, 감기에 걸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은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1초, 2초의 설렘을 찾으시면 좋겠습니다. 매년 반복해서 이맘때면 독감으로 고생하는데 "아, 너무 힘들다" 싶으면서도 잊히는 걸 보면 인간이란 존재는 참 잘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소중한 것들을 잘 지켜가며,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이라는 것을 지키며 염치가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2024년 11월의 폭설은 복선이었을까요. “집회에 나간 모습을 전시하는 행위”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한강 작가의 책을 사러 서점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아니꼽게 보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서점에 들러 책을 구경하고 좋아하는 이에게 선물하려는 마음을 어떻게 비아냥거릴 수 있을까요? 다른 생각에 대한 비판은 언제라도 괜찮지만, 조롱은 어느 순간에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노래에 맞춰 응원봉을 흔들고, 소녀시대 노래를 함께 부르던 사람들. 서강대교를 건너다 뒤로 보이는 국회의사당을 함께 바라보던 순간. 걸음을 멈추고 차도로 나가 응원봉으로 횡단보도를 쉽게 건널 수 있도록 차량을 통제하던 낯선 사람의 친절까지.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12월에 깨달았습니다. 12월은 상식이라 믿었던 것들의 취약함을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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