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심한 질소
기다림은 인간의 일이고 행성의 움직임은 우주의 일이라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계절은 바뀔 게고 그렇게 봄은 왔다. 봄이 오니 서둘러 산수유가 노랗게 꽃을 틔웠고 벚꽃도 곧 필 것이다.
지구 역사 대부분 시간 동안 오직 몇 종류의 세균만이 질소를 세포가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꿀 수 있었다. 콩과 식물(legume)의 뿌리혹에 사는 세균이 그들이다. 모든 생명체는 사는 데 유기 질소 화합물이 필요하다. 식물도 생장하려면 질소가 필수적이다. 식량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인간들은 구아노라는 새똥을 둘러싸고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때 프리츠 하버가 등장했다. 그는 견고한 질소 결합을 끊고 그 사이에 수소 원자를 붙였다. 지구 역사에서 두 번째로 암모니아를 만든 것이다. 질소 비료 덕에 식량 생산량이 극적으로 증가했다. 하버가 ‘공기로 빵을 만든’ 인간계 프로메테우스가 된 연유다. 하지만 질소를 고정하는 데 인류는 총 전기 사용량의 1%를 투자한다. 이리 어렵사리 유기 질소를 만들기 때문에 우리는 폐를 떠나는 무심한 질소를 원망한다. 하지만 너무 탓하지 말자. 질소는 바로 그 ‘무위’로 우리 폐와 세포를 활성 산소로부터 지킨다. 79%의 너그러움이 20%를 보듬어 주는 것이다.
# 부커상 후보 ‘대도시의 사랑법’ ‘저주 토끼’ 번역가 안톤 허
부커상 인터내셔널은 영어로 번역된 소설을 대상으로 선정하며 상금 5만 파운드 역시 원작자와 번역가에게 분배된다. 그만큼 번역가의 역량이 절대적인 상이다. 안톤 허는 올해 1차 후보작 13편 중 두 편의 번역작품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번역가이기도 하다.
‘리진’ 이후 강경애의 ‘지하촌’, 황석영의 ‘수인’ 그리고 이번 ‘저주 토끼’와 ‘대도시의 사랑법’까지 총 5권의 단행본을 번역했다. 그중 두 권이 부커상 후보에 올랐으니 5년 차 번역가로서는 엄청난 타율이다. 안톤 허는 “여러 경로를 통해 해외 출판사, 에이전시, 독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했던 것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사실 번역 자체는 번역가 일의 40%밖에 안돼요. 번역할 작품을 고르고, 국내 출판사로부터 번역권을 따내고, 번역 이후엔 현지 에이전시와 출판사에 작품을 소개하고 이후 홍보하는 역할까지 모두 번역가의 일이에요.”
“국내에서 전업 한영 번역가는 저를 포함해 3명밖에 안돼요. 시장이 워낙 작기 때문이죠. 한 해 통틀어 영문 번역되는 한국 문학은 열 편 남짓이에요. 전업 번역가가 늘 수가 없는 구조예요. ‘채식주의자’의 부커상 수상 이후 해외에서 한국 문학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처참해요. 2011년 번역된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이후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에 한국 문학이 하나도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래서 이번 부커상 후보 지명이 더욱 의미가 커요.”
그런 척박한 시장을 개척해온 번역가로서 안톤 허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번역가로서의 꿈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우리 번역 문학의 미래를 생각한다”는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저는 한국 문학이 너무 좋아요. 한국 문학 독자로서 특권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 특권을 세상과 나누고 싶어서 번역가가 된 것 같아요. 번역가로서 저는 남들이 보지 못한, 앞으로 남들이 보게 될 풍경을 미리 보고 있어요. 한국 문학의 미래에 참여하고 기여하는 것. 그게 제 꿈이에요. 부커상 수상이요? 그건 생각 안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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