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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고 있는 짐을 다른 사람들이 모를 때 외로운 것 같아요. 나누어 지는 건 기대하지도 않고, '내가 지금 어떤 짐을 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남들은 하나도 모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들을 매일 맞부딪힌단 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럽고 치사하니까 그만두자'가 아니라 '지금 이런 마음이 들어도 계속해야 해'라고 결정하고 일을 이어가는 마음들에 대해서 꼭 한번 짚고 넘어가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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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가 내세우는 얼굴은 어느 젊은 여자다. 학살의 현장에서 오빠들이 다 죽은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죄인이 되고 만 딸,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느라 살아있는 딸에 잔인할 정도로 무관심한 어머니에 대한 애증, 시시각각 떠오르는 학살의 기억과 그럼에도 꾸역꾸역 살아내는 삶.
이 글은 전쟁의 서사이기도 하고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어머니를 애정하고 증오하는 딸의 이야기, 그리고 방황하는 청춘의 이야기 그 모두다. 분명 경험되었으나 말해지지 않았던 삶, 그 삶은 박완서의 맹렬한 기록을 통해 비로소 역사성을 획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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